‘펫팸족’ 1천만시대…시장 커졌는데 보험은 제자리
‘펫팸족’ 1천만시대…시장 커졌는데 보험은 제자리
  • 안창현 기자
  • 승인 2017.05.1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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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4월15일 대선 후보 당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반려견 놀이터에서 반려동물정책을 발표하며 반려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안창현 기자 = 가정의 달 5월. 부모와 자녀, 스승만 챙겨서는 곤란하다. 반려동물도 이제 어엿한 가족이기 때문.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가족의 ‘패밀리(family)’를 합친 ‘펫팸족’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2015년을 기점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체 인구의 21.8%, 1000만명을 넘어섰다.

10가구 중 2가구, 국민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반려동물을 위한 정책이 포함돼 있을 만큼 관련 시장은 폭풍 성장세다.

반려동물 가구가 증가세이지만 관련 보험시장은 거꾸로 행보다. 일부 손해보험사의 경우, 반려동물 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해 펫팸족의 원성이 자자하다.

15일 농협경제연구소의 ‘애완동물 관련 시장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은 지난 2015년 1조8000억원에서 2016년 2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오는 2020년에는 6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빠르게 커가는 시장 규모에도 불구, 국내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0.1%에 못 미친다. 영국은 20%, 미국과 독일은 10%, 일본은 5%가 반려동물 관련 보험에 가입해 있다.

국내 보험사들은 2008년부터 반려동물보험 상품을 출시했지만, 대부분 판매을 중단한 상태다.

현황

현재 반려동물보험을 판매하는 곳은 삼성화재, 롯데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3곳이다. 2011년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2013년 초 롯데손해보험이, 그해 10월 현대해상이 반려동물 관련 보험을 내놓았다.

앞서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도 펫보험을 선보였지만, 이내 판매를 중단했다.

국내 반려동물보험은 가입 조건이 한정적이고 보상 항목도 적어 불만족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반려동물이 나이가 많으면 가입할 수 없고, 또 자주 발생하는 질병들이 보장 항목에서 빠져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국내 반려동물 보험 현황. 자료=각 보험사

삼성화재의 ‘파밀리아스 애견의료보험’은 상해·질병치료비 손해에 자기부담금 1만원을 제외한 금액의 70%를 보상한다. 배상책임 손해는 자기부담금 10만원이 공제된다. 보험료는 만 1세 몰티즈 기준 연 32만원 수준이다.

신규 가입 시 동물 연령은 만 6세 이하여야 하고, 과거 병력이 있으면 가입이 제한된다. 슬개골 탈구, 피부병 등은 보상하지 않는 손해다.

롯데손해보험의 ‘롯데마이펫보험’의 경우, 수술 및 입원 시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수술입원형 상품’과 통원진료까지 추가적으로 담보하는 ‘종합형 상품’으로 나뉜다. 보험료는 자기부담률에 따라 다르다. 소형견 1세 기준 70% 종합형 상품(자기부담 30%)은 28만원, 70% 수술입원형 상품은 7만6600원, 50% 종합형 상품은 22만9000원, 50% 수술입원형 상품은 6만1000원이다.  

신규 가입은 7세, 갱신은 11세까지 가능하다. 피부질환이나 녹내장 질환은 보장되지만, 중성화와 미용 등은 보장하지 않는다.

현대해상은 판매부진으로 2011년 철수했지만, 지난해 10월 ‘하이펫애견보험’을 다시 선보였다. 보험료는 만 1세 기준 32만원이며, 피부병 확장보장 특약을 추가할 경우 48만 원이다. 자기부담금 1만원 외 70%를 보상받을 수 있다.

만 7세까지 가입할 수 있고, 피부질환과 구강질환, 탈구 질환 등을 보상받을 수 있지만, 유전적 질병이나 예방접종 가능 질병, 중성화 수술 등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적

보험사들의 판매 실적은 저조하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 건수는 1116건이었다. 2011년 302건에서 2012년 476건, 2013년 555건, 2014년 807건, 2015년 1016건으로 별 다른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롯데손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규 가입과 갱신을 포함해 2013년 622건, 2014년 800건, 2015년 719건, 작년이 603건이었다.

현대해상의 ‘하이펫애견보험’ 경우, 현재는 특정한 창구 없이 애견협회를 통해 가입하는 방식이라 아직까지 의미있는 실적이라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현재 애견협회와 제휴해 VIP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반려동물 상품을 재출시해 과거보다 손해율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업계에선 ‘밑져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반려동물보험 가입자들은 까다로운 가입·갱신 조건, 적은 보장 내용 등으로 불만이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도 고충이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해외처럼 반려동물 등록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연령을 속이거나 하나의 보험으로 유사한 외모의 반려동물에 대해 보험금을 수령하는 등 모럴 해저드가 적지 않다”고 했다.

국내 반려동물 의료비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김도연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동물병원이 보험에 가입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과다한 의료행위를 제공하거나 의료비용을 높게 챙정하면 보험사의 손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손해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보험이 정착하려면 ‘동물병원 의료비 가이드라인’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면서 "부르는 게 값이 되는 현실에서 반려동물보험이 자리잡기가 힘들다.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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