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향’의 진검승부…“그들은 지금도 오감을 깨운다”
‘맛’과 ‘향’의 진검승부…“그들은 지금도 오감을 깨운다”
  • 남경민 기자
  • 승인 2017.05.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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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남경민 기자 = 국민 간식 라면과 서민의 친구 소주 등 주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맛’이 생명이다.

히트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 단계에서 최상의 맛과 향을 잡아내는 게 중요. 즉, 감별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라면과 주류 등을 취급하는 각 기업은 감별사라는 직종이 따로 없다. 다만 개발팀과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감별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 제안이 나오면 이들은 면발과 스프 등에 대한 연구에 착수한다. 최종 상품화 단계까지 하루에 보통 3~5봉지 분량의 라면 섭취는 기본이다. 또 초시계와 온도계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맛과 향을 위해 투입된다.

글로벌 메가 히트 상품 농심 ‘신라면’도 이같은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지난 1986년 10월 출시돼 올해로 31년 된 신라면은 약 300억개 가량이 판매되면서 누적 매출 10조원을 돌파한 장수 브랜드다. 더욱이 해외 100개국에 수출되며 식품 한류를 주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맛을 잡아라”

농심 개발팀은 신라면의 매운 맛을 위해 전국에서 재배되는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실험을 진행했다. 또 한국인이 선호하는 얼큰한 소고기장국의 매운 맛에 초점을 맞추고, 전국 유명 음식점에서 다진 양념을 구했다.

라면의 맛을 위한 스프 개발에도 열을 올렸지만 면발에서 살아나는 식감을 위해 200여종의 면발을 테스트했다. ‘안성탕면’보다 굵으면서 ‘너구리’보다는 가늘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위해 하루 종일 면발에만 매달렸다.

당시 신라면 개발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은 “하루에 평균 세 봉지 정도의 라면을 먹었다”면서 “먹을 때 초시계로 시간을 재고, 비커와 온도계로 물의 양과 온도를 측정하면서 맛을 감별해야 했다”고 전했다.

주류업계는 1960년대 대량생산체제로 전환하면서 감별사라는 직종이 사라졌다. 현재 감별사의 자리는 품질관리팀, 상품개발팀 소속 연구원들이 대신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은 ‘전국 각 공장에서 생산되는 술이 모두 같은 맛을 내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해당 부서원들은 ▲제조법에 맞게 생산됐는지 검수하거나 ▲알코올 도수가 일정한지 ▲균일한 희석이 이뤄졌는지를 체크한다.

이밖에 쓴맛, 탄산 농도, 색상, 거품 유지 기간 등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에 맞춰 제품을 개발해야 해 업무 시간에도 음주를 즐길 수밖에 없다. 이에 주류 업체 품질관리팀에 근무하려면 다양한 맛을 감별할 수 있는 감각도 중요하지만 간 회복 능력 등 건강 상태도 빼놓을 수 없다는 전언이다.

한편 와인 소비가 급증하면서 와인을 감별하는 소믈리에에 대한 관심도 높다. 소믈리에는 포도의 원산지와 품종뿐만 아니라 숙성방법, 수확연도 등 다양한 지식뿐만 아니라 고객관리 등 서비스 마인드도 갖춰야 한다.

소믈리에로 인정받기까지는 과정이 쉽지 않다. 전문대학 및 직업전문학교, 민간협회 등이 주관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것. 와인의 역사와 포도 품종 등 와인과 관련된 폭넓은 지식을 묻는 필기시험의 관문을 넘으면 블라인드 테스트 등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맛과 향을 연구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 때문에 히트상품을 탄생시킨 연구원은 늘 스카우트 대상 1호가 된다”고 전했다.


남경민 기자 nkm@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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