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박효영 기자 = 국내 전기밥솥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쿠쿠와 쿠첸의 밥솥 전쟁이 ‘IH압력밥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쿠는 국내 전기밥솥 시장에서 지난해 4177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점유율 66%,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쿠첸은 매출 2111억원, 점유율 33%로 2위에 올랐다.
매출과 점유율만 놓고 보면, 라이벌 전쟁이라고 부르기에는 2%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년 대비 증감률을 따져보면 쿠첸의 약진이 무섭다.
쿠쿠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 줄었다. 반면 쿠첸은 매출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1% 급증했다. 쿠첸이 2015년 8월 리홈쿠첸에서 분리되면서 지난해와 2015년 실적 중 5개월(8~12월)치만 반영된 결과라고는 하지만 약진이 무서운 것은 사실이다.
쿠첸의 질주는 내솥 전체를 가열하는 ‘IH압력밥솥’으로 재편된 시장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쿠쿠는 2013년부터 쿠첸과 벌인 4년간의 ‘분리형 커버’ 기술 특허를 놓고 벌인 치열한 법적 공방에서 승리하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또 해당 부문에서도 3161억원의 매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쿠첸이 IH압력밭솥(Induction Heating/유도가열)에 집중 투자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413억원의 매출, 올 1분기는 342억원 등 상승세가 뚜렷하다.
쿠첸은 지난해 프리미엄 IH압력밥솥 ‘미작(味作)’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밑면만 가열하는 기존 밥솥과 달리 내솥 전체를 가열해 조리시간이 단축되고 밥이 고르게 잘 익어 고객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배우 장동건과 송중기 등을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도 매출 증가에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다.
숙제
쿠쿠와 쿠첸이 한 치 양보 없는 라이벌전을 펼치고 있지만 두 기업 모두 풀어야 숙제가 만만치 않다.
밭솥시장은 신규 고객 확보보다는 밥솥 수명에 따른 교체 수요로 유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계가 분명한 만큼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이 관건이다.
쿠쿠는 정수기와 비데,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렌탈’에 집중하는 모습이고, 쿠첸은 전기레인지 등 주방부문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경모 쿠쿠 마케팅팀 과장은 “정수기 등 가전 렌탈 사업 비중이 커지고 있다”면서 “프리미엄 밥솥 시장 관리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밥솥 외 분야에서 활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슬기 쿠첸 통합마케팅팀 언론담당 역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게 관건”이라며 “쿠첸의 미래 생존 전략은 밭솥 이외에 또 다른 수익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수출시장도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쿠쿠와 쿠첸이 진출한 새로운 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하다. 자칫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면서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해 밥솥 브랜드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효영 기자 edunalist@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