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文정부 일자리 창출 동참…‘물타기’‧‘꼼수’ 비판 왜?
은행권, 文정부 일자리 창출 동참…‘물타기’‧‘꼼수’ 비판 왜?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05.2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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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에 발맞춰 비정규직·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채 단절과 노사 갈등을 가리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무기계약직이 대다수인 은행 창구직원(텔러)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주요 은행이 잇따라 정규직 전환과 신규 채용 방안을 내놓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제이(J)노믹스’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같은 정책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신규 채용 규모를 감추기 위한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노사 갈등을 무마시키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점포통폐합 문제로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한 당일 돌연 정규직 전환을 발표해 빈축을 사고 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및 일자리 창출 정책에 발맞춰 정규직 전환을 발표한 은행은 신한과 IBK기업, 한국씨티은행 등 3곳이다. 우리은행은 희망퇴직자의 10%를 신입행원으로 추가 채용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KB국민과 KEB하나, 농협은행은 아직까지 정규직 전환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은 올해 안으로 비정규직 사무인력 40%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 또 기간제로 채용했던 사무직은 향후 일괄 정규직 형태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3월말 현재 신한은행 직원 중 기간제 근로자는 781명(임원을 제외한 전체 근로자 대비 5.4%)이다. 사무인력 169명 중 40%에 해당하는 60~7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매년 입사 후 2년이 경과한 기간제 근로자 20여명을 업무평가를 통해 정규직화 했지만, 올해는 규모를 3배 수준으로 확대했다.

나머지 600여명은 변호사, 펀드전문가 등 전문계약직과 퇴직 후 다시 채용 된 전담감사여서 정규직 전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IBK기업은행은 무기계약직인 창구 담당(텔러) 직원 3000여명의 정규직 전환 작업을 추진 중이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지난해 12월 취임과 함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했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노사가 세부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번 은행권에 부는 정규직 전환 바람으로 기업은행의 작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은행은 박진회 행장이 지난 16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연내 무기계약직인 일반사무 및 전담 텔러 300여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 하겠다”고 밝히며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정규직 전환 방안을 발표했다. 전환직급은 기존 정규직 행원과 동일한 5급이다.

씨티은행은 그동안 호봉에 의한 연공서열 임금 구조 및 퇴직금 누진제도 하에 매년 정규직 행원 채용인원의 20%에 해당하는 인원만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기계약직 전원을 일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희망퇴직자가 많을수록 신입행원 채용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해 새 정부의 일자리 확대 기조에 부응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면 신입 행원을 100명 채용할 계획인 가운데, 최근 희망퇴직자가 50명이 생겼다면 그 10%인 5명을 더 채용하는 방식이다. 청년층 일자리 만들기 효과와 더불어 고연봉 간부층이 지나치게 많아 생긴 고비용 구조도 해소하겠다는 포석이다.

꼼수

주요 은행이 비정규직 최소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보여주기’ 또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씨티은행은 올해 초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의 일환으로 전국 133개 영업점을 연내 32곳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노조가 강력 반발하며 16일부터 정시 출퇴근, 보고 거부 등 쟁의행위 들어가자 은행은 같은 날 정규직 전환을 깜짝 발표했다.

송병준 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쟁의행위에 들어간 시점에서 정규직 전환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 시도”라며 “오히려 노노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또 은행들이 비교적 부담이 적은 정규직 전환 카드를 내세워 최근 줄어든 신입 행원 채용을 가리려는 ‘생색내기’라는 지적도 있다.

은행권의 비정규직 비율은 타 업계에 비해 낮은 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주요 은행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의 전체 직원 대비 비정규직 평균 비중은 4.93%에 불과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7.09%(1295명)로 가장 높고, 신한은행이 5.44%(781명), 우리은행 4.89%(769명), KEB하나은행 3.7%(502명), IBK기업은행 3.54%(436명)가 뒤를 이었다.

더욱이 이들 중 대다수는 변호사나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 계약직이거나 퇴직 후 재취업자 등으로 이뤄져있다.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 대상인 ‘저임금’ 비정규직은 비교적 소수에 불과한 것.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이들의 정규직 전환이 타 업계와 비교하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모양새다.

반면 은행의 신규채용 규모는 해마다 줄고 있다. 지난해 5개 은행의 신입행원(일반직군) 채용 규모는 1030명으로 전년(1915명)보다 46.2% 줄었다. 올해 들어 상반기 신규공채에 나선 곳은 신한과 우리은행 2곳뿐이다. 그나마 이들 은행도 일반직군이 아닌 텔러 만을 모집하고 있다.

이에 은행 노조의 반응은 싸늘하다. 금융권이 전반적으로 점포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규직 전환은 크게 의미가 없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

익명을 요구한 전국금융산업노조 관계자는 “점포를 줄이고 매년 희망퇴직을 받는 등 인력을 감축하는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은 큰 의미가 없다”며 “은행과 근로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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