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커제 이긴 알파고…‘인간 영역’ 넘보는 AI
[기자수첩] 커제 이긴 알파고…‘인간 영역’ 넘보는 AI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05.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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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인류 바둑의 정점이 인공지능 앞에서 끝내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주목을 받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올해는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한 것.

구글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포럼’에서 커제 9단을 상대로 3:0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의 마찬가지로 알파고를 잡을 ‘신의 한수’는 없었다. 커제 9단은 결국 대국 도중 눈물을 쏟아냈다.

이로써 알파고는 총 전적 68승 1패를 기록하며 바둑계를 은퇴했다. 데미스 허사비드 구글딥마인드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행사가 알파고가 참가하는 마지막 바둑 대국”이라고 밝혔다. 커제 9단까지 꺾은 이상 더 이상 인간계에는 적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당초 바둑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수 없는 영역으로 취급돼 왔다. 실제로 체스에서 인공지능이 이미 1990년대 인간 플레이어들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바둑에서의 인공지능은 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이는 10의 172승에 달하는, 무한대에 수렴하는 수가 인간의 ‘직관’의 영역이지 인공지능의 ‘계산’의 범주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믿어왔다. 알파고는 이런 인간의 오만함을 보란 듯이 비웃었다.

알파고의 약진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 한 것을 체감케 한다. 근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던 4차 산업혁명은 사실 이미 태동을 시작했고 우리는 그 과도기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인공지능과 이에 따른 지능화다. 주변을 둘러보자. 구글, 애플, IBM 등 대형 IT 기업들의 연구주제인줄만 알았던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실생활 곳곳에 진출해 있다. 이른바 ‘스마트’라는 이름을 달고 말이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가정용 인공지능 제품 ‘스마트홈’, 자율주행을 적용한 ‘스마트카’, 비대면 어플리케이션(앱)과 로보 어드바이저로 이뤄지는 ‘스마트금융’ 등 인공지능은 우리 실생활 주면에, 그것도 이제는 익숙한 모양새로 포진돼 있다. 아직 수동적이고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발전은 시간문제다.

이번 4차 산업혁명은 ‘산업 혁명’이라는 표현이 정말 잘 들어맞는다. 18세기의 산업 혁명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인간의 생산 수단에 대한 효율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 1차 산업혁명에서 기계 한 대가 노동자 수십, 수백 명 분량의 노동력을 대체했듯이 이번엔 컴퓨터 한 대가 수백, 수천 명의 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2015년 열린 세계경제포럼 다보스에서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향후 5년간 일자리 700만개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 200만개가 창출돼 결과적으로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인공지능의 일자리 뺏기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국내 철도에서는 전면 인공지능을 통한 무인운전 노선이 점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남역에서 분당 정자역까지 운행하는 신분당선은 기관사 없이 무인제어시스템으로 이뤄져있다.

금융권을 보면 최근 스마트 금융으로 대두되는 비대면 거래와 인공지능 서비스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력과 점포수를 줄이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일보의 보험회사 ‘후코쿠생명’을 들 수 있다.

후코쿠생명은 지난 1월 IBM의 인공지능 ‘왓슨 익스플로러(IBM Watson Explorer)’를 도입해 보험금 청구 직원 34명을 해고한 바 있다. 인간 직원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해 생산력을 3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인간이 창의성을 통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것이라고 예상됐던 창작과 예술 역시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점차 영역을 넓혀 유의미한 성과를 내놓고 있다. 향후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회 도처에서 이러한 ‘일자리 뺏기’ 현상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를 뺏기는 것이 아닌, 노동에서 해방된다는 낙관적인 예측도 존재한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노동은 인공지능과 기계들이 대체되고 인간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가치와 자원을 누리며 산다는 유토피아적 전망이다.

다만 이런 낙관론 뒷받침하려면 일자리에서 내몰린 노동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인간인 노동자들은 생산자임과 동시에 소비자인 반면, 인공지능은 노동만을 대체할 뿐 소비를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건비등의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상황에서, 누가 쫓겨난 노동자들에게 소득을 제공할까.

4차 산업혁명은 막을 수 없는 물결이다. 누군가 의지를 갖고 시작하거나 멈출 수가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더욱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오가는 극단적인 양날의 검이다. 다만 막을 수 없다고 손 놓고 관망하거나, 낙관적인 미래만을 꿈꾸기보다는 다가올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고민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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