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공포 확산…보험사 “상품 개발 계획 없다”
미세먼지 공포 확산…보험사 “상품 개발 계획 없다”
  • 안창현 기자
  • 승인 2017.06.19 09: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안창현 기자 = 미세먼지와 오존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가 중국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분석이 나왔다.

이에 관련 질환에 따른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보험 상품의 필요성이 점증되고 있지만 정작 보험사들은 관련 상품 개발에 미온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기오염의 건강위험과 보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가 2010년 10만명당 36명에서 2060년 107명으로 2.9배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미세먼지 진원지인 중국은 2010년 10만명당 65명에서 2060년 156명으로 2.4배 늘 것으로 분석됐다.

2010년과 2060년 대기오염으로 인한 10만명당 연간 조기 사망자 수 추정치, 분석대상 대기오염물질은 PM2.5와 오존. OECD(2016) 자료. 출처=보험연구원

진원지보다 공기의 질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른 가운데 정부 차원의 대응도 신속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30년 이상 노후 화력발전소의 일시 가동 중단을 핵심으로 한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또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대책 특별기구’ 신설 등을 통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대기오염에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이에 국내 보험사들도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관련 질환의 의료비, 사망률을 분석하고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정작 보험사들은 미온적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16일 기준)까지 국내에 출시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관련 보험 상품은 전무하다. 보험사들은 또 상품 개발 계획이 전혀 수립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밝혀야 하는 만큼 당분간 상품 출시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대기오염 관련 직접 보장 보다는 특정(실손) 상품에 포함시키는 방법이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 피해를 직접 보장하는 보험은 없고, 실손이나 상해보험에서 질병 및 사망을 보장하는 형태에 포함될 수는 있다”며 “미세먼지 보험이 나오려면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미세먼지 보험 가입자가 병에 걸려 입원을 하고 보험금을 청구할 때 질병요인이 미세먼지 때문인지, 다른 원인 때문인지 가려내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려 

미세먼지 발원지인 중국의 경우, 관련 보험 상품을 출시했지만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분쟁이 잦아지면서 판매를 중단한 사례가 있다. 

중국 국영보험사인 중국인민보험공사는 2014년 베이징 시민이 호흡기나 심혈관 등에 미세먼지 관련 질환으로 입원하면 15일 동안 100위안(약 1만6000원)씩 최대 1800위안(약 3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스모그 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중국인민보험공사는 이듬해 스모그 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빗발치는 보험금 청구와 지급을 둘러싼 갈등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미세먼지대책촉구카페 회원들이 지난 3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 촉구 4차 선전전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국내 미세먼지 기준 강화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보험업계도 대기오염 보험이 출시되더라도 이와 유사한 문제점을 가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 상품은 손해율 산정이 이뤄진 후 적정한 보험료가 책정될 수 있어야 출시된다”면서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와 손해 정도를 산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보험사들도 당분간 미세먼지 보험을 만들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손해율을 떠나서 고객들의 니즈가 있을지 의문이다. 보험사가 미세먼지 전용 보험 상품을 출시한다고 해도 그에 대한 수요가 있을지는 회의적이다”며 “사람들이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과 실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해외에서는 관광객들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여행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이를 금전적으로 보상해주는 보험이나 미세먼지로 영업 활동이 제한됐을 경우 그 손해를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다양한 보험 상품이 있다”면서 “국내 보험사들도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과 관련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대기오염으로 사망률이 증가하는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오염 대책, OECD와 정반대 행보

대기오염은 폐암과 급성호흡기감염, 기관지염이나 폐기종과 같은 만성폐쇄성폐질환, 심혈관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 등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입자가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먼지(PM2.5)는 인간 폐 속에 축적돼 호흡·신경계 질환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실제 전문가들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 대부분이 PM2.5 때문으로 봤다.

보험연구원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PM2.5에 의한 전세계 사망자는 424만명. 미세먼지와 함께 대표적인 대기오염 물질로 꼽히는 오존에 의한 사망이 25만명이었다.

문제는 국내 대기오염이 국민 건강과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국내 미세먼지(PM2.5)의 연평균농도는 2015년 기준 1㎥당 29㎍(마이크로그램)으로 OECD국가 중 터키(36㎍/㎥) 다음으로 높았다. 이는 WHO 권고수준(10㎍/㎥)과 OECD 평균(15㎍/㎥)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

일본이 13㎍/㎥, 미국 8㎍/㎥, 유럽연합 국가들이 15㎍/㎥ 수준으로 OECD 평균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인 것과 대조된다.

더구나 국내 평균 오존농도 역시 2015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이탈리아, 이스라엘, 그리스 다음으로 높았다.

한국은 그야말로 대기오염 위험국가 중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 수 추정치도 많았다. PM2.5로 인한 국내 조기사망자 수는 2015년 1만8000명으로, 1990년 1만5100명에서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OECD 국가는 오히려 9% 감소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