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외인 잡아라”…200만명 체류 시대 ‘블루오션’ 급부상
은행권, “외인 잡아라”…200만명 체류 시대 ‘블루오션’ 급부상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06.1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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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 시대에 돌입한 가운데, 외국인 고객이 국내 은행들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KB국민은행의 외국인 고객 자문단. 사진=KB국민은행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시중은행들이 ‘블루오션’으로 주목 받고 있는 국내 체류 외국인을 모시기 위한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법무부 통계연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총 204만9000명. 2007년 100만명을 돌파한 이후, 연평균 9.7%씩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외국인 고객의 경우, 당사자는 물론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까지 잠재적 고객이라는 장점 때문에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은행들은 외국인 고객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특화 영업점을 늘리는 등 외국인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외국인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송금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이 해외로 송금한 금액은 총 89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중 외국인 취업자가 보낸 돈은 13억7600만달러에 달한다.

체류 외국인 증가와 더불어 해외 송금 규모가 늘어나고 있지만 은행에는 달갑지 않은 도전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음달 18일부터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가면 중소 핀테크 업체의 외환송금업무가 가능해진다. 이에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업체 등과의 피 말리는 고객 확보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독점이 깨진 은행들은 서비스 간소화 등 차별화 전략으로 도전을 뿌리친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국가 간 송금 국제코드인 스위프트(SWIFT)망을 거쳐 송금이 이뤄졌기에 시간도 3일~5일 가량 걸리고 필요한 정보(수취인의 금융기관 명칭, FT코드, 금융기관 주소, 계좌번호, 이름, 전화번호 등)가 많았다.

우리은행은 수취자가 송금 가능한 통신사를 사용할 경우 복잡한 수취은행 정보가 없어도 해외 송금을 할 수 있는 ‘위비 퀵 글로벌 송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중국, 미국 등 17개국의 해외 송금을 지원한다. 또 약 200개국 35만개 영업소에서 송금 10분 이내에 수령할 수 있는 ‘머니그램 송금’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1Q트랜스퍼’라는 모바일 뱅킹 앱으로 해외 송금을 서비스한다. 휴일이나 은행 영업시간 관계없이 24시간 365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수취인의 계좌 정보가 없어도 휴대폰 번호만 알면 송금이 가능하며 과정이 매우 빠르다. 예를 들어 필리핀으로 송금할 경우, 진행 시간이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IBK기업은행은 오는 9월까지 인터넷뱅킹과 모바일 아이원(i-ONE)뱅크를 통해 유학이나 외국인 근로자 급여 등으로 원화 계좌에서 환전해 해외 송금하는 경우 송금수수료를 100% 감면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특화

은행들은 또 외국인 전담 부서를 신설하거나 원어민을 배치한 맞춤형 점포를 운영하는 등 외국인 특화 서비스도 꾸준히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초 ‘외국고객부’를 만들어 적극적인 외국인 영업에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외국인 대상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상품 개발, 전담 영업인력 양성 등을 맡는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4월 외국인 고객 12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의견을 듣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말 조직개편으로 외환사업부 내에 있던 외국인영업팀이 부로 승격하고 인원을 보충했다.

하나은행은 외환사업부 내에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원어민으로 구성된 외국인 전담 마케팅팀을 운영 중이다.

▲국내은행이 운영하는 외국인 특화 야간점포의 모습. 사진=우리은행

은행들은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은 서울 대림동·혜화동,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등에 특화 점포도 내놨다.

특화 점포들은 평일에 생업 때문에 은행을 찾기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주말에도 영업을 하고, 주중에도 오후 6시 이후까지 연장 근무를 하고 있다. 여기에 원어민 직원을 배치해 외국인 고객의 편의성도 높였다.

외국인 특화 점포는 하나은행이 전국 16개점으로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다. 이어 우리은행 10개, 국민은행 4개, 신한은행 2개, Sh수협은행이 1개점을 열었다.

이밖에 중국인 거주자와 관광객을 겨냥한 전용 창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 구로동과 구로본동, 독산동, 신길동 등 총 5곳의 중국인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서울 대림동과 제주중앙금융센터에 중국인 창구를 배치했다.

공략

은행들은 국내 체류 외국인뿐만 아니라 해외 현지에서도 외국인 고객 유치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 11곳(국민, 신한, 하나, 우리, 부산, 대구, 기업, 농협, 산업, 수출입, 전북)이 40개 국가에 설립한 해외점포는 178개점이다. 국내은행들의 해외점포 수는 2013년 152개에서 2014년 162개, 2015년 170개로 매년 늘고 있다.

국내은행 해외점포가 지난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6억5000만달러로 전년(5억7000만달러) 대비 15%(9000억달러) 늘었다. 이는 국내은행의 총 순익(3조원)의 26.3% 수준이다.

해외점포 수는 베트남(19개), 중국(15개), 홍콩(11개), 인도(11개), 일본(8개) 등 아시아 지역이 122개로 전체의 68.5%를 차지했다. 그 외 유럽 21개(11.8%), 북미 21개(11.8%), 중남미 등 기타지역에 14개(7.9%)의 점포가 운영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에 중·장기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이 꾸준히 늘면서 새로운 시장과 수익원으로써 주목받고 있다”며 “또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더라도 계속 거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외국 현지에 점포를 늘리는 등 해외 진출도 점차 활성화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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