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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헌의 촌철살인] 돈 버는 경제학
주동헌 교수

[이지경제] 7월이면 대학은 온전히 여름방학이다. 옛 직장 동료들은 방학이 있어 좋겠다곤 하지만 방학은 학생들이 배움을 놓는 기간이지 교수들이 연구를 놓는 기간은 아니다. 그래도 학생들이 배움을 놓으니 교수들도 강의를 안하기는 한다. 사실 ‘학교는 강의 부담만 없으면 정말 좋은 직장일텐데’ 라고 농담을 하시는 교수님도 계실 만큼 강의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처음에는 혼자 의욕에 넘쳐 강의 중에 잘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도 강의가 쉽지 않음을 알아가고 있다.

‘담론’에서 고 신영복 교수는 그의 성공회 대학에서의 강의를 ‘사람과 삶의 이야기가 중심이고 (중략) 교사와 학생이란 관계가 비대칭적 관계가 아니며 (중략) 설득하거나 주입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중략) 그렇기 때문에 강의의 상한은 공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신영복 교수가 정작 자신의 본래 전공인 경제학을 강의했어도 그리 멋진 강의에 대한 정의가 나왔을까 사뭇 궁금해지기도 한다.

경제학 강의자로서 나는, 첫사랑의 추억이라도 남겨주는 ‘건축학 개론’과 달리, ‘경제학원론’을 수강하고서 학생들이 '경제학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리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학기가 시작되고 진도를 나가면서 점차 심드렁해지는 학생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눈을 반짝이며 강의를 듣게 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지난학기 ‘금융경제학’을 강의하면 내건 모토가 ‘돈 버는 경제학’이다. 금융경제학이 재태크 강의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다른 얘기도 아니고 또 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다 생각한 것이다. 사실 금융경제학에서 가르치는 돈 버는 법의 대원칙은 간단하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반짝이는 독자들의 두 눈이 보이는 듯하다.

금융에서 돈을 버는 간단한 대원리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여기서 함정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돈을 버는 방법은 너무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라서 그러한 기회가 있다면 바로 활용되고 그 결과로 그러한 기회는 금방 사라지고 이후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실망한 독자의 탄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그럼에도 이것이 나름대로 금융시장을 관통하는 대원리라는 점은 많은 분들이 수긍하리라 믿는다. 이 거래가 바로 많은 금융시장에서 균형 가격을 형성하는 힘이 되는 ‘재정거래(arbitrage)’이기 때문이다.

재정거래는 장단기 금리의 기간 구조(term structure)를 설명하는 이론인 ‘기대가설(expectation hypothesis)’에 등장하며 환율결정이론에서는 ‘스왑레이트(swap rate)’ 결정 이론에도 등장한다. 이들 이론에서는 선물 이자나 선물 환율과 같은 파생 금융상품 시장이 존재하는 경우 무위험 재정거래가 가능해 진다. 거래에 수반되는 가격 변동 위험이 없으면서 차익을 얻을 수 있다면 누구나 그러한 거래를 하려 할 것이고 이에 따른 시장 수급의 힘이 재정거래의 차익 획득 기회를 소멸시키면서 금융상품의 가격은 균형에 수렴한다. 결국, 말은 쉽지만 실재로 돈 벌기는 어려운 것이 재정거래다.

그럼 돈을 버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있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이다. 실물이든 금융이든 자산의 매매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 방법의 단점은 위험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통해 손해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돈을 번다는 보장이 없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싼 데서 사서 비싼 데서 파는 것’도 있다. 북한산 정상에서 차가운 맥주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여느 편의점 맥주의 두 배 가격을 치루더라도 기꺼이 맥주를 구입할 것이다. 수요가 적은 곳에서 사서 수요가 많은 곳으로 상품을 옮기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 방법은 재정거래나 주식투자와는 본질이 다르다. 그 본질이란 바로 ‘부가가치’이다. ‘금융경제학’에서 이제는 ‘경제원론’으로 돌아가 보자. 경제원론에서는 총생산의 개념을 배운다. 생산은 부가가치의 합으로 정의된다. 결국 돈을 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치’를 생산해 내는 것이다. 물론 금융산업이 ‘가치’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이 금융의 원리를 이용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으며 대부분 개인간의 금융거래는 제로섬 게임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결국 금융경제학 수업을 마치면서 나는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경제학을 잘 이해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내가 여기서 여러분들을 가르치고 있을 리가 없다고. 아무래도 내려가는 학생들의 눈꺼풀을 올려보겠다고 야심차게 내건 모토인 ‘돈 버는 경제학’은 폐기해야 할 듯하다. 더불어 이번 학기 강의평가도 포기해야 할 듯하다. 앞으로는 ‘돈 버는 방법’ 말고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하겠다.

Who is?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주동헌 한양대 교수  ramib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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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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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m1lbong 2017-07-21 00:23:45

    교수님. 역시~ 돈은 장사꾼에게 버는 법을 배워야하나봐요.
    감사합니다. 다음 글, 기다립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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