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학에 수천억 출연금 ‘논란’…“부담은 고객 몫” 비판↑
은행, 대학에 수천억 출연금 ‘논란’…“부담은 고객 몫” 비판↑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07.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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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시중은행들이 대학교에 지점과 출장소 등을 입점시키는 과정에서 수천억원대의 출연금을 지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은행들이 '억' 소리나는 출연금을 내면서까지 대학 진출을 노리는 것은 미래 고객인 대학생 유치를 위한 것. 하지만 대기업 주거래은행이나 지방자치단체 금고 유치와 달리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게 단점이다.

이에 금융전문가들은 과도한 출혈 경쟁이라는 지적과 함께 그 부담이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4일 전국은행연합회에 제출된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의 이익제공공시를 분석한 결과, 공시를 시작한 지난 2014년부터 올해 7월 현재까지 이들 은행이 대학교에 제공한 출연금(10억원 이하는 제외)은 총 728억5898만7371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대학에 가장 많은 출연금을 제공한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2014년 3월부터 현재까지 35건, 273억2347만5016원으로 1건당 평균 7억8000만원 꼴이다.

다음으로 출연금이 많은 곳은 신한은행이다. 총 55건, 165억3551만2355원을 주거래 협약 관련 명목으로 지불했다. 신한은행은 조사 대상 중 이익제공 건수가 가장 많았다. 1건당 평균 출연금은 약 3억645만원이다.

우리은행은 총 141억원으로 2015년 2건 60억원, 올해 3건, 71억원을 대학발전 및 우수인재 양성 사유로 지급했다. 1건당 평균금액은 28억2000만원이다.

NH농협은행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건 100억원을 출연했다. 1건당 평균 33억3000만원이며 2014년 12월 50억원의 출연금을 제공해 단일 규모로는 가장 많은 비용을 썼다.

IBK기업은행은 2015년 12월과 지난해 7월 각각 한 건씩 14억원, 15억원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대학에 제공했다. 총 29억원이다.

KB국민은행은 대학에 가장 적은 금액을 출연했다. 지난 13일 1건 20억원이 전부다.

그래픽=이민섭 기자

전국은행연합회에 제출되는 이익제공공시는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은행이 업무와 관련해 거래 상대방에게 제공한 금전·물품·편익 등을 제공할 때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제공금액 합계가 10억원을 초과한 경우에만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규정돼 있어, 공시되지 않은 10억원 미만의 출연금을 포함할 경우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은 6개 시중은행이 대학에 제공한 약정 금액이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출혈경쟁

은행들이 많게는 수백억원이 넘는 출연금을 쏟아 부으며 대학의 주거래은행이 되려는 이유는 장기적인 고객 확보를 위해서다.

최근 들어 각 대학은 학생증을 은행 체크카드 겸용으로 발급하고 있다. 또 대학생들의 경우, 입학 때 발급받은 학교 주거래은행 계좌를 졸업 후에도 계속 쓰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별 입점대학은 우리은행이 66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하나은행이 65곳, 국민은행 46곳, 신한은행 43곳, 농협은행 31곳, 기업은행 27곳 순이다.

은행들이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해 대학 입점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투자 대비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출혈경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생은 직장인 등 일반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어 고객 수 증가에 비해 안정적인 수신 금액 확보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방학이라는 공백 기간 동안에는 해당 영업점의 수익률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주거래은행이나 지방자치단체 금고의 경우 안정적으로 수신금액을 확보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대학교 입점은 당장에 눈에 띄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각 은행의 출혈경쟁으로 발생한 손해가 결국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대학 주거래은행 관련 투자에 대해 좀 더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발생한 손실은 결국 수수료 인상 등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좀 더 신중하고 냉정한 손익계산을 마친 후에 주거래은행 투자 등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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