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특허전쟁’…‘배타적사용권’ 획득 건수↑
보험업계, ‘특허전쟁’…‘배타적사용권’ 획득 건수↑
  • 안창현 기자
  • 승인 2017.07.2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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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안창현 기자 = 삼성과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만이 특허전쟁을 치르는 것은 아니다. 국내 보험업계도 일명 ‘배타적사용권’ 특허 경쟁이 치열하다.

배타적사용권은 보험사의 신상품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보험협회가 신상품심의위원회를 열어 창의적인 보험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에 배타적사용권을 부여한다. 보험사는 독점적 판매 권리를 가지기 때문에 다른 보험사들은 인정 기간 해당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국내에서 배타적사용권 제도가 시행된 건 지난 2001년. 하지만 이를 둘러싼 보험사간 경쟁이 가속화한 건 보험 상품 자율화가 이뤄진 2015년 이후다.

올해 상반기에는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상품이 급격히 늘어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심의를 기다리는 보험사들이 많아 이를 둘러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5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배타적사용권 심의를 신청한 보험상품은 모두 18건이다. 이 제도를 시행한 이후 2002년에서 2015년까지 연평균 신청 건수는 10건 남짓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2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더니,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지난 한 해 신청 건수에 육박했다.

심의를 거쳐 배타적사용권이 부여된 건수도 올해 상반기에만 16건. 지난해 전체 15건을 넘어섰다. 2012년 7건, 2013년 8건, 2014년 7건, 2015년 9건 등 그간 배타적사용권 부여 건수가 10건을 넘긴 적이 없었다.

보험사별로는 한화생명이 3건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해 가장 많았고, 동부화재와 현대해상이 각각 2건이었다. 이어 교보생명, NH농협생명, K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알리안츠생명, ING생명, 한화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가 1건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화 바람이 분 2015년 이후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이 차별화된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올해 배타적사용권 보장 기간이 6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늘어나는 등 관련 제도가 강화되면서 그런 경향은 더욱 짙어졌다”고 말했다.

‘빅3’ 각축전

생보사의 경우 91건의 배타적사용권 중 삼성·한화·교보생명이 43건을 획득할 만큼 ‘빅3’ 생보사에 집중된 면이 있었다.

그만큼 3사간 경쟁도 치열했는데,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를 거쳐 하반기로 오면서 배타적사용권 최다 보유 보험사가 바뀌었다. 특히 교보와 한화생명의 순위 다툼이 치열했다.

교보생명은 2002년 생명보험사로는 최초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14건으로 배타적사용권 최다 보유 생보사였다. 삼성과 한화생명이 각각 13건, 12건으로 뒤를 이었다.

한화생명은 다소 늦은 2005년 첫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며 후발주자로 나섰지만, 2010년 이후 9건을 추가로 보유하면서 빠른 속도로 교보생명을 따라 붙었다. 또 올해 2월과 4월 ‘자산관리변액연금보험’과 ‘내가찾던 건강종신보험’으로 2건의 배타적사용권을 추가하면서 14건으로 교보생명과 공동 1위로 올라섰다.

5월에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나란히 ‘함께멀리 기부특약’과 ‘교보내생애맞춤건강보험’으로 배타적사용권을 1건씩 추가해 공동 1위를 유지했고, 삼성생명은 상반기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한 상품이 없어 13건에 그쳤다.

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이 하반기 들어 다시 치고 나갔다. 지난 10일 사망보장에 집중하는 대신 보험료를 낮춘 ‘교보알찬변액종신보험’이 6개월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것. 다시 교보생명이 단독 1위 수성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 교보생명이 16건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해 단독으로 최다 보유 보험사 자리에 올랐고, 15건의 한화생명이 그 뒤를 잇는 모양새다. 삼성생명도 17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최저연금보장형 변액연금보험’에 대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해 14건을 보유해 3위권을 유지하게 됐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업계에서 배타적사용권은 그 상품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생각하고 있다.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사들도 배타적사용권 신청을 활발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 또한 “독창적인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설 수 있는 장점이 분명하다. 상품을 개발하는 데서도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면 보험사 입장에서 인정받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마케팅 차원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보험상품의 특성을 분명히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배타적사용권 획득이 보험사간 순위 경쟁으로 비치는 것에 경계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유익한 상품을 개발하는 데 배타적사용권이나 순위를 먼저 생각하진 않는다. 외부에서 경쟁으로 비춰 부담스럽지만, 내부적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진=NH농협생명

자산 규모 기준 업계 4위인 NH농협생명은 지난달 회사 출범(2012년) 후 처음으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농업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5대 골절과 재해를 보장하는 ‘농사랑NH보장보험’을 통해서다.

이 상품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영농도우미 제도와 연계해 개발됐고, 농업인에게 특화된 신규 담보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KB생명 역시 지난 5월 침술이나 구술, 부항술 등의 한방시술 치료비를 보장하는 ‘한방외래특정시술치료비특약’으로 첫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이 특약은 한방치료의 위험율을 처음으로 산출, 적용한 점에서 인정받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의 경우 자체적으로 축적된 통계를 활용해 손해율을 계산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수 있지만, 중소 보험사들은 그럴 여력이 부족한 현실”이라면서도 “최근엔 보험개발원 등의 경험통계치를 활용해서 신상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시장의 경쟁이 그만큼 더 치열해졌다는 뜻일 거다. 배타적사용권 자체가 상품 판매를 보장하진 않지만, 특색 있는 상품으로 인정돼 일정 기간 독점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안창현 기자 isangahn@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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