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고수익 쫓던 동양생명, 육류담보 대출 사기에 '휘청'
[이슈 체크] 고수익 쫓던 동양생명, 육류담보 대출 사기에 '휘청'
  • 안창현 기자
  • 승인 2017.08.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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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안창현 기자 = 동양생명이 지난해 말 금융업계를 뒤흔든 육류담보 대출 사기 사건으로 인해 휘청거리고 있다.

육류담보 대출 사기 사건 피해액은 약 6000억원. 관련 사건에 연루된 금융사만 무려 10여곳이다. 이중 동양생명은 대출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해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전해졌다.

동양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안방그룹까지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섰지만 결과는 오리무중. 담보물에 대한 소유권과 공매금을 둘러싼 채권단 간 갈등까지,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태세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동양생명이 고수익만 쫓다 자충수를 뒀다는 얘기가 나온다. 피해 금융사 중 보험사는 동양생명이 유일하다. 보험사의 자산운용 제1원칙은 안전성. 이에 대다수 보험사는 안전성이 확보된 국고채를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다. 반면 동양생명은 높은 이자율 등을 이유로 육류담보 대출을 적극 유치해 왔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최근 육류담보대출 실행 과정에서 업무를 소홀히 해 회사에 수천억원대 피해를 입힌 혐의로 담당 직원을 고소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 담당 직원 고소건과 관련해 더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향후 검찰의 기소 여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재공시를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은 이번 육류담보 대출 사기 사건이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소송전으로 장기화되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동양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안방그룹은 이 사건과 관련해 국내 사모펀드 ‘보고펀드’와 유안타증권 등을 상대로 홍콩 국제중재재판소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안방그룹은 보고펀드와 유안타증권이 지난 2015년 동양생명 지분 매각 과정에서 육류담보대출 규모만 3800억원에 달해 손실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안방그룹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689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경과

육류담보대출은 일반적인 담보대출과 달리 운용과정이 부실해 리스크가 컸다는 것이 중론이다.

육류담보대출은 양도담보대출 형태로 이뤄진다. 수입한 고기를 유통업자가 저장창고에 위탁 보관하면 창고업자는 보관한 고기에 대해 담보확인증을 발급하는데, 시중 금융사는 이 확인증을 근거로 대출을 해주는 구조다.

부동산담보대출의 경우 금융사가 등기를 통해 저당권 등 담보물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나, 육류담보대출과 같은 동산담보대출은 등기 설정이 없고 창고 위탁 보관 등으로 담보 확인도 쉽지 않아 금융사 입장에서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물론 리스크가 큰 만큼 이자율은 연간 8%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또 수입 고기는 특성상 보통 2개월~3개월 안에 판매돼야 하기 때문에 대출 기간도 짧아 회전율이 높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육류담보대출은 회수 기간이 짧고 대출 이율도 높아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담보 관리가 쉽지 않는 등 리스크가 커 주로 보험사나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에서 취급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도 동양생명이 지난해 12월 대출 담보 창고를 검사하던 중에 담보물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담보물을 허위 또는 이중 기재하는 방식으로 사기 대출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것이다.

동양생명에 따르면 당시 집행된 육류담보 대출금은 3803억원, 이중 2837억원이 연체된 상황이었다. 연체액이 전체 대출의 75%에 달했던 것. 연체금은 1개월 미만이 75억원, 1~3개월이 2543억원, 3개월 이상이 219억원 수준이었다.

동양생명 외에도 이 사건에 얽힌 금융사는 화인파트너스, HK저축은행, 효성캐피탈, 한화저축은행, 신한캐피탈, 한국캐피탈, 조은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세람저축은행 등 1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특기할 점은 피해 금융사 중 보험사는 동양생명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동양생명은 2007년부터 육류담보 대출상품을 취급했고, 그동안 높은 수익으로 동양생명에 효자상품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보험업계에서는 육류담보대출 같은 동산담보대출은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다. 육류담보대출이 보험사 자산운용 과정에서 너무 큰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각에서 이번 사태를 동양생명 스스로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보험사에게 자산운용은 안정성이 최우선이다. 그래서 많은 보험사가 금리는 낮지만 안정적인 국고채를 중심으로 자산운용을 한다. 육류담보 대출상품은 보험사 중 동양생명만 취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대로 대출 관리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친 욕심을 낸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말 사건이 터진 이후 육류담보대출을 중지한 상태”라며 “이번 사건을 해결하면서 내부적인 정비도 함께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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