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비정규직 ‘넣었다 뺐다’ 입맛대로 공시…통계 왜곡 우려↑
은행권, 비정규직 ‘넣었다 뺐다’ 입맛대로 공시…통계 왜곡 우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08.2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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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정기보고서에서 직원 근속 연수와 급여 등을 통일된 기준 없이 입맛대로 공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은행이 직원의 평균 급여를 산출할 때 ‘기간제 근로자(이하 비정규직)’를 포함시킨 반면 평균 근속 연수에서는 정규직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제멋대로 공시는 통계 왜곡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공시를 한 타 은행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7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SC제일·씨티은행) 주요 은행의 정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신한·우리·IBK기업·SC제일·씨티은행 등 5개 은행은 ‘비정규직’을 제외하고 직원 평균 근속 연수를 산정했다.

반면 KEB하나와 KB국민은행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를 포함했다.

<은행별 직원 현황 산정 기준>
  1인당 평균 급여 평균 근속연수
KB국민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비정규직 + 정규직
KEB하나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비정규직 + 정규직
우리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정규직
신한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정규직
IBK기업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정규직
SC제일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정규직
한국씨티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정규직

기업의 주요 고용지표인 평균 급여와 근속연수를 산정할 때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통계의 왜곡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보통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급여와 근속 연수가 높은 탓에, 평균 산정 시 비정규직을 제외하면 그만큼 더 상승된 결과값이 나올 수 있는 탓이다.

이는 곧 평균 연봉과 근속연수 모두에 일관적인 기준을 적용한 은행과의 형평성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은 올 2분기 직원 평균 근속 연수가 16년8개월(남자 19년3개월, 여자 14년3개월), KB국민은행의 평균 근속 연수는 15년11개월(남자 20년4개월, 여자 11년2개월)이다. 우리은행이 9개월 더 길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전체 직원 1만5350명 중 근무기간이 짧은 비정규직 694명을 제외하고 정규직 1만4656명만을 대상으로 평균 근속 연수를 계산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정규직 1만6918명에 비정규직 1241명을 포함한 총 1만8159명으로 산정했다. 기본적인 직원 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두 은행의 산정 방식에 불합리한 차이가 있는 것.

직원 평균 급여와 근속 연수 산정에 제각각의 기준을 두는 것은 은행권이 유달리 심하다. 4대 금융지주(KB금융, 신한금융, 농협금융, 하나금융지주)의 정기보고서를 살펴보면 네 곳 모두 직원 평균 급여와 근속 연수를 계산할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다.

특히 신한금융지주는 계열 은행인 신한은행과는 달리 급여와 근속 연수 산정에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같은 지주 내에서도 계열사 별로 공시 기준이 다른 것을 나타났다.

카드업계와 비교해보면 국내 7개 전업카드사(KB국민·신한·우리·하나·롯데·삼성·현대카드) 중 현대카드를 제외한 6곳 모두 직원 평균 급여와 근속 연수 산정 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했다. 현대카드는 평균 급여와 근속 연수 모두 정규직 직원만으로 산정한다는 차이점이 있으나 일관된 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은 다른 카드사들과 같다.

“규정이 없어”

은행권의 고용지표 산정 기준이 서로 다른 이유는 금감원이 제시한 공시 작성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지난 6월 개정된 금감원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을 보면 직원의 현황을 작성할 때 직원 수, 평균 근속연수, 연간 급여총액, 1인 평균급여액 등을 기재하고 추가적인 설명이나 그 밖의 정보는 따로 기술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는 작성지침이 별도로 있다. 급여의 경우 관할 세무서에 제출하는 근로소득지급명세서 기준으로 기재하라고 기준을 명확히 한 반면 평균 근속 연수와 관련된 지침은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정한 관행에 따라 기준을 잡고 입맛대로 공시를 해도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이다.

정용규 금감원 기업공시제도국 팀장은 이에 대해 “확인해보니 직원 근속 연수와 급여 등 평균을 내는 항목에는 어떠한 기준을 잡아야 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었다”며 “작성기준을 살펴보고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은 정기보고서 이용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공시 담당 관계자는 “은행의 비정규직 비율은 다른 업종에 비해 매우 적다. 구성원들도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직으로, 은행에 소속돼 있는 기간이 길지 않다”며 “이들까지 포함해 근속 연수를 계산할 경우, 오히려 실제와는 다른 왜곡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비정규직을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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