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권 채용 확대…‘일회성 이벤트’ 되지 않길
[기자수첩] 은행권 채용 확대…‘일회성 이벤트’ 되지 않길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09.1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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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얼어붙었던 국내 은행권의 취업문이 모처럼 활짝 열렸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맞춰 채용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것.

먼저 KB국민은행은 올 하반기에 신입행원과 전문직무인원을 포함해 500여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채용 인원(240명)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우리은행 역시 기존에 계획했던 400명(글로벌 인턴십 100명 포함)에 100명을 더 늘려 500명을 채용한다. 상반기 뽑았던 200명을 더하면 우리은행의 올 한 해 채용규모는 700명에 달한다.

신한은행도 전년보다 140명 많은 450명의 신입 행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또 KEB하나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전년보다 각각 100명, 60명 늘어난 250명을 선발한다. NH농협은행만 전년과 비슷한 140명가량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이렇듯 6개 주요은행의 올 하반기 채용 예정인원은 총 2000여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청년 취업난이 극심한 현 상황에서 은행권의 채용 확대는 반가운 소식이다. 더욱이 비대면 거래 증가로 그동안 지점축소, 희망퇴직 단행 등 몸집을 줄여왔던 은행권의 채용확대 발표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다.

그런 만큼 은행들의 이번 결정엔 ‘왜 이제 와서야?’라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인터넷‧모바일 뱅킹 확대로 오프라인 방문 고객이 줄자, 비용이 많이 든다며 영업점을 축소하고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채용문까지 걸어 잠갔던 그동안의 ‘몸집 줄이기’는 단순한 엄살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호응한다는 몸짓을 보이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며 무리하게 시도한 확대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면 어느 쪽이든 단발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비대면 은행거래가 대세가 됐다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창구 거래를 선호하는 금융소비자도 많다. 인터넷‧모바일 뱅킹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장년‧고령층이 그들이다. 또 비대면 만으로 처리할 수 없는 은행업무 역시 많이 남아있다.

아울러 은행은 현재 새로운 기술과 도전을 끊임없이 요구받고 있다. 시중은행이 독점했던 해외송금시장은 얼마 전부터 핀테크 업체들이 진출하면서 파이가 줄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도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렇듯 타 업계가 지금껏 은행의 고유권한이었던 분야에 속속 진출하면서 은행권은 지금까지의 영업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혁신이 필요해졌다. 기존의 오프라인 고객을 지켜내면서 앞으로의 성장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서라도 전문 인력을 발굴하고 확충하는 작업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채용확대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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