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재난’ 경고등 켜졌는데…국내 사이버보험, 걸음마 수준
‘사이버 재난’ 경고등 켜졌는데…국내 사이버보험, 걸음마 수준
  • 안창현 기자
  • 승인 2017.09.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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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안창현 기자 = 해킹과 랜섬웨어 등 사이버 피해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사이버 재난'을 대비할 수 있는 보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등의 발달로 개인정보 활용이 확대되면서 사이버 위험이 급증하고 있다. 사이버 위험은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해 막대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입힌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비견될 정도. 

이에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응하고 정보 유출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이버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킹이나 랜섬웨어 등 사이버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내 사이버보험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사이버보험 시장는 지난해 약 35억 달러(한화 3조969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2025년까지 200억 달러(22조6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세계 사이버보험 시장의 90%를 가지하고 있는 미국은 매년 25~50% 고속 성장 중이다.

김도연 KB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한 대형 보안사고가 연이어 터진 2014년 이후 보험가입 증가율은 약 32%에 달하며, 시장규모 역시 1년 만에 130% 증가한 23억 달러까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사이버보험 시장은 원수보험료 기준으로 지난해 322억원 수준에 그쳤다. 국내 사이버 피해 규모를 고려했을 때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지난해 랜섬웨어로 인한 국내 피해 규모만 최소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까닭이다.

한국랜섬웨어침해대응센터에 따르면 한국인터넷진흥원 및 관련 정부기관, 국내 보안업체 등에 신고된 랜섬웨어 피해 건수는 지난 2015년 약 5만3000건 1090억원의 피해 규모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사이버 피해가 급증하면서 13만건의 랜섬웨어 피해 신고가 접수됐고, 피해 액수만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3만건 중 10%인 약 1만3000건은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해커에게 100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작년 국내 비트코인 거래 규모가 6500억원 수준으로 봤을 때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사진=뉴시스

이에 정부도 2015년 신용정보보호법을 개정해 은행 및 지주회사, 정보집중기관과 신용조회사는 20억원, 지방은행과 보험사 등 2금융권은 10억원 등의 한도에서 사이버 피해를 대비한 손해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6월 한국침해사고대응팀협의회(CONCERT)와 ‘사이버보험 정책과제’ 연구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올 하반기까지 국내 사이버보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들이 국내 여건상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사이버보험과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아직까지 사이버 피해에 대해 축적된 데이터가 부족하고, 막대한 손실을 내고 있는 사이버 공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책

실제 국내 보험사들의 사이버보험에 대한 수요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관련 상품도 크게 부각되지 못하면서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삼성화재나 현대해상 등 일부 손해보험사만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 현대해상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과 ‘뉴사이버시큐리티’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사이버 배상책임보험으론 국내 보험사와 가상화폐 거래소가 맺은 최초의 계약으로 알려졌다. 현대해상과 이번 계약을 통해 코인원은 종합적으로 사이버 위험 관리를 지원 받을 예정이다.

삼성화재 역시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사이버 위험 관리 서비스를 소개하고 본격적인 사이버보험 알리기에 들어갔다.

장석근 삼성화재 홍보책임은 “사이버 위험 관리 시스템을 확대해 종합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지난 6월 발생한 대규모 랜섬웨어 사태 이후 관련 기업들의 니즈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사이버 피해가 심화되고 기업 경영에까지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공시 의무로 사이버 사고로 인한 피해 등의 내용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허성욱 미래부 정보보호기획과장은 이에 대해 “일부 금융권을 제외하고 사이버보험 등의 배상책임보험 가입은 아직 권고 사항에 가깝다”며 “단순히 사이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어 민간에서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 보안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액 정보가 집적되고 관리돼야 할 것”이라며 “사이버보험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통계의 표준화 등 문제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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