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생존 위한 ‘적과의 동침’…기업 간 ‘합종연횡’ 활발
[창간 기획] 생존 위한 ‘적과의 동침’…기업 간 ‘합종연횡’ 활발
  • 이한림 이민섭 기자
  • 승인 2017.09.26 09: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지경제] 이한림 이민섭 기자 = ‘쉽고 빠른 경제뉴스’ 이지경제가 창간 7주년을 맞았다. 본지는 지난 7년간 투자와 기업 정보 등 생생한 경제뉴스와 그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지경제는 창간 7주년을 기념해 저성장 기조에 있는 국내 산업의 새로운 활력으로 평가받는 기업 간 ‘합종연횡’에 대해 분석했다〈편집자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기업 간 합종연횡 바람이 거세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 장기 침체와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대북 리스크 여파로 뒤뚱거리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맞손이 필요했던 것.

건설과 통신, 식음료, 패션 등 분야를 막론한 합종연횡은 기업 간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는 등 상생 효과가 뚜렷하다.

전문가들 역시 합종연횡을 통한 투자 확대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효과적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채희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는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영역이 파괴되며 나타난다”며 “이러한 투자가 확대되면 인공지능·빅데이터·카셰어링(차량공유) 등 후발주자로 뛰어든 국내 산업계의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 건설

건설사가 짓는 건물이 하드웨어라면 통신사가 주도하는 IT기술은 소프트웨어의 영역이다. 이들의 적절한 조화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가장 활발한 쪽은 SK텔레콤이다. 지난 8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천 옥길 센트럴 공공임대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했다. 건설과 통신이 조화를 이룬 신개념 아파트의 탄생이다. 가스와 조명, 난방 조절, 에너지 사용량 확인 등 사물인터넷(IoT) 서비스가 접목됐다. SK텔레콤은 LH를 비롯해 25개 주요 건설사와 제휴를 맺고 자사 홈 IoT 기술 알리기에 분주하다.

LG유플러스도 IoT 기술 보급에 한창이다. 올해 6월 호반건설, 8월 모아건설과 각각 ‘홈IoT 시스템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건설사가 분양하는 주택의 입주민은 스마트폰 앱으로 입주 시 설치된 조명, 난방, 가스 등은 물론 별도로 구매하는 IoT 생활 가전도 통합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이외 국내 25여개 건설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주택 시장에 IoT 기술을 뽐내겠다는 전략이다.

KT는 합종연횡으로는 상대적으로 주춤하고 있으나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를 통해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오피스텔, 레지던스 등에 자사 IoT기술이 담긴 주택을 보급하고 있다. 6월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시사이드 파크 레지던스 646가구에 ‘GiGA IoT 홈 플러그’와 열림 감지기,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한 게 대표적이다.

아울러 국내 주요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 등)들은 자체적인 연구개발 팀을 꾸려 자사가 짓는 브랜드 아파트에 IT기술을 탑재하는 역량을 발휘하면서도 IT업체와의 협업으로 분양 시장 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대우건설과 SK텔레콤이 만난 '대우 스마트건설‘이 대표적. IoT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센서를 통해 건설현장의 모든 근로자와 장비, 공정을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위례우남푸르지오‘ 건설현장에 도입돼 건설 근로자의 안전 관리와 시공기간을 단축시키는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사진=GS건설

기업 간 합종연횡을 마케팅의 수단으로 삼은 건설사도 있다. GS건설은 올해 재건축 최대어인 ‘반포주공1단지’ 입찰 수주전에 카카오와의 합종연횡을 내밀었다. 최근 출시한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스피커인 ‘카카오미니’를 해당 재건축 가구 전 세대에 투입한다는 방침. 경쟁사 현대건설과의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다만 건설사와 IT업체 간의 합종연횡은 대형사를 위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시장 독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중소 건설사들의 주된 먹거리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올해 전년 대비 4조원 가량 감소한 상황에서 대형사의 활발한 마케팅 전략에 규모의 차이를 줄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적과의 동침

산업계의 합종연횡 바람은 식품과 의류업계도 관통했다. 패선업체는 식품업체의 장수 상품의 상징성이 담긴 이색 패션을 선보이고 있는 것. 개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에 안성맞춤이라는 자평이다.

죠스바 티셔츠, 새우깡 카라티, 메로나 운동화 등이 대표적. 롯데제과와 질바이질스튜어트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죠스바 티셔츠 외에도 셔츠, 블라우스 등 7가지 의류를 출시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식품업체인 농심과 빙그레도 각각 의류 브랜드 에잇세컨즈와 휠라와의 합종연횡으로 티셔츠, 에코백, 양말, 운동화 등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컬래버레이션 상품들이 관계사의 실적과 직결되는 매출에 영향이 높진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제품 출시와 동시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꾸준한 인기를 모으는 상품이 아닌 개성과 희소가치만을 중시하는 ‘한정판’에 가깝다는 것. 이들 컬래버 제품들의 판매실적이 집계되는 하반기를 눈여겨볼 만 이유로 주목된다.

유통업계도 사드 여파 등으로 인한 불황을 타파하기 위해 합종연횡 카드를 꺼내든 모습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들이 온라인몰에 입점하며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AK백화점, 대구백화점, 현대백화점, 아이파크백화점, 갤러리아 백화점,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들은 모두 오픈마켓 11번가에 입점해 있다. 온라인 몰에 올라와 있는 제품을 빠르고 쉽게 비교하며 합리적인 가격을 중심으로 구매하는 소비자 패턴이 증가한 게 배경이다.

백화점에 뒤질세라 대형마트업체도 온라인몰과 협업을 이루고 있다. 이마트는 자체 브랜드인 ‘피코크’를 쿠팡에 입점 시켜 판매 중이다. 쿠팡맨이 이마트 상품을 집집마다 배달해주는 격이다. 또 홈플러스도 G마켓과의 협업을 통해 홈플러스 전단특가상품을 G마켓 메인 페이지에 노출시키고 있다.

반대로 온라인 몰이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는 경우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소공동 본점 영플라자 1층에 CJ 계열 상품만을 취급하는 ‘스타일온에어플러스’를 이달 중 오픈한다. CJ는 계열사인 CJ오쇼핑, CJ E&M 등을 해당 점포에 참여해 롯데백화점 입지가 가지고 있는 혜택을 누린다는 방침이다.

‘스마트 뱅킹’

업종 간 협업을 통해 사회 분위기를 바꿔놓은 사례도 있다. 지난 2015년 금융권과 IT산업이 만나 탄생한 ‘스마트 뱅킹’이 주인공. 당시 생소하기만 했던 스마트 뱅킹은 스마트폰으로 이체, 적금, 예금 등의 쉽고 간편한 은행업무가 가능해진 시대를 열었다. 최근 은행권에서 주도하는 플랫폼 사업을 자리 잡게 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러한 합종연횡은 앞서 등장한 유통업계의 유통망 확대 전략과 유사하다. 저금리로 인해 이자율 경쟁이 어려운 은행권이 플랫폼 사업을 통해 소비자를 만나는 창구를 확대시킨 셈이다. IT업체와의 협업이 있었기 때문에 연구개발이 가능했고, 현재 우리은행 ‘위비’, 신한은행 ‘써니’, 국민은행 ‘리브’, 하나은행 ‘원큐’ 등 자체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사업성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까지 경쟁에 가세하며 금융권 내 스마트 뱅킹 경쟁 구도가 흥미를 돋우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이면에는 은행권의 대면 창구 등이 줄어들어 금융권 일자리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스마트폰 등의 활용이 어려운 노년층이나 장애우 등에게 기술 장벽이 생겼다는 사회적인 문제를 낳고 있다.

자동차, 누구와 맞손?

이처럼 건설, 유통, 금융 등 산업 주체들이 IT업체와의 합종연횡으로 활발하게 사업영토를 넓혀가고 있는 반면, 국가 기반 산업 중 하나인 국내 자동차 제조업은 타 업종과의 협력이 비교적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신흥국 실적이 악화돼 연구개발에 투자할 예산이 부족한 부분도 있으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IT업체들과 손잡고 커넥티드카(Conneted Car)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미래 먹거리로 지목된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IT업체와의 합종연횡보다는 자체 연구개발 비중이 높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IT업체와의 ‘맞손’에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미 포드는 아마존, 폭스바겐은 LG전자, 볼보와 도요타, 르노는 마이크로소프트, BMW는 삼성전자·SK텔레콤, 다임러트럭은 KT, 제네럴모터스는 자국 내 차량 공유업체 등과 자율주행차 개발의 일환인 ‘커넥티드 카’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현대자동차

다만 국내 완성차업체의 합종연횡은 지지부진하다. 현대차가 지난해 글로벌 네트워크 기업인 시스코와 손잡고 차량 내부에서 이뤄지는 데이터 송수신 기술을 선보였으며, 기아차는 2013년 삼성전자·SK텔레콤 등과 스마트 차량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게 각 업체의 가장 최근의 일이다. 쌍용차도 지난해 9월 LG유플러스와 모기업 인도 마인드라 그룹과 커넥티드 카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나 해당 기술이 탑재된 상품은 아직 양산 단계에 돌입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키우려면 업종 간 협력을 통해 시장에 어필하는 전략이 현재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병진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들이 지금 당장의 이윤을 취하기보다는 미래를 보고 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 같은 경우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만큼 관련 업계에서도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미래 성장을 위한 선택.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한림 이민섭 기자 lhl@ezyeconomy.com minseob0402@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4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김성수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