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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 성과부터 소통까지...7년차 장수 CEO 열전
(왼쪽부터)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 신동원 농심 부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사진=각 사

[이지경제] 안창현 기자 = ‘쉽고 빠른 경제뉴스’ 이지경제가 창간 7주년을 맞았다. 본지는 지난 7년간 투자와 기업 정보 등 생생한 경제뉴스와 그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창간 7주년 기념해 본지와 함께 성장한 7년차 CEO들의 리더십을 분석했다<편집자주>.

국내 30대 그룹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평균 재임 기간은 2.5년에 불과하다. 이들 중 5년 이상 재직한 장수 CEO는 45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기업을 대표하는 수장의 자리는 직장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면서도 ‘파리 목숨’을 면하기 힘든 자리다. 

CEO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대주주와의 신뢰 관계와,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리더십, 전문성 등을 갖춰야 한다.

이후 장수와 단명의 갈림길에서 중요한 것이 숫자다. 즉, 실적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앞서 언급한 기준을 충족한다 해도 낙마를 피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장수 CEO 대열에 들어선 후에도 멈춤 없는 자기계발이 필요하다.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진다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CEO들의 짧은 재임 기간은 미국이나 일본 주요 CEO들과 비교해 현저하게 짧다”면서 “장기간에 걸쳐 일관성 있는 CEO의 경영전략 추진이 있어야 기업 또한 차별화된 역량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로 재직한 2504명의 평균 재임 기간은 2.5년에 불과했다. 이들 중 임기를 5년 이상 이어간 장수 CEO는 45명에 불과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경영 실적이 크게 엇갈리는 증권사가 CEO가 대표적 ‘파리 목숨’이다. 일부 오너 증권사들을 제외하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는 CEO가 부지기수. ‘CEO 단명 교과서’로 불리는 증권가에서도 본지의 오늘을 상징하는 숫자 7과 함께한 인물이 있다. 

성과주의 

바로 메리츠종금증권을 이끌고 있는 최희문 대표이사 사장이다. 최 사장은 지난 2009년 메리츠증권 부사장으로 영입된 후 2010년 2월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이듬해 메리츠금융지주사 설립과 함께 메리츠금융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최근 7년간 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그래프=이민섭 기자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들어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긴 데 이어 2분기에는 창사 이래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 사장의 철저한 성과주의가 빛을 발한 결과다.

최 사장이 부임한 2010년 당시 매출은 1조3922억원, 영업이익은 314억원, 당기순이익은 206억원에 불과했다. 7년 만인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4조9466억원, 3268억원, 2538억원으로 급증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최 사장이 수익성 높은 사업에 집중하면서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한 경영철학이 회사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관련 업계에서 계약직 비율이 가장 높다. 영업직 사원의 경우 70%가 계약직으로 알려졌다. 대신 최 사장은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기본 연봉은 낮지만 실적을 내는 만큼 가져가는 시스템을 정착시킨 것. 경쟁사에 비해 성과 보상 체계를 잘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런 점은 최 사장의 보수를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최 사장은 보수는 26억8000만원으로 증권사 임원 중 연봉 1위였다. 그리고 보수 총액에서 21억6000만원이 성과급이었다. 보수 중 80% 이상이 성과급이었던 셈.

메리츠종금증권은 최 사장 본인뿐만 아니라 회사 임직원 대부분이 기본급보다 성과급을 훨씬 많이 받는 구조다. 철저히 성과로 말하겠다는 최 사장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通·通·通

증권사 못지않게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이 짧은 곳이 보험사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상장 보험사 상위 10곳의 CEO 평균 재임 기간은 3.9년으로 4년 미만이다. 

보험업계 최장수 CEO는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이다. 김 사장 역시 본지가 첫걸음에 나선 2010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특히 1979년 동부그룹에 입사해 1984년 동부화재에 합류한 이후 보험업종의 전 분야를 두루 거친 보험맨으로 유명하다.

동부화재 최근 7년간 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그래프=이민섭 기자

김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실상추구, 상호소통, 자율경영’을 경영의 기본철학으로 내세웠다. 

특히 소통은 김 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 ‘CEO와 通·通·通’이란 월례 모임을 만들어 직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의 자리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월례 모임엔 따로 정해진 장소도, 시간도 없다. 김 사장은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 등 지역 직원들에게도 찾아가 호프집, 극장, 직원 사택 등 다양한 장소에서 만남을 가졌다. 칸막이 없는 소통문화를 위해서다.

한 번은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 30여쌍의 사내부부를 초청했다. 그 자리에서 김 사장이 직원들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고 대소사를 직접 챙긴 일은 유명한 일화다. 지금도 매년 신임 과장과 배우자들을 초청해 승진 축하연을 직접 열기도 한다.

동부화재가 다른 금융사와 다르게 직원 간 유대관계가 끈끈하다고 평가받는 것은 김 사장의 이같은 노력이 큰 몫을 했다.

실적 역시 김 사장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동부화재는 김 사장 취임 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익 등 수익성 지표에서 좋은 성과를 보였다. 취임 첫 해인 2010년 2263억원의 순이익은 2011년 3812억원, 2012년 3933억원, 2013년 4130억원, 2014년 4293억원, 2015년 4304억원, 2016년 5338억원 등 꾸준한 증가세다. 

지난해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조671억원, 7261억원.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성장 기조 유지다. 

보험업계에선 동부화재의 수평적인 소통문화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여기엔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술자리를 가지며 현장의 고민과 애로사항에 귀 기울이는 김 사장의 리더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너? 편견 무색 

올해로 출시 31년째를 맞는 농심의 대표 브랜드 ‘신라면’은 지난해 누적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식품업계 단일 브랜드 중에서 최초. 누적 판매량은 280억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판매된 신라면 면발(1개당 50m)을 모두 연결하면 지구와 태양 사이를 5번은 족히 왕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농심 최근 7년간 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그래프=이민섭 기자

신라면은 1986년 출시 첫 3개월 간 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공전의 히트를 했고, 5년 만인 1991년 국내 라면 시장 매출 1위에 오른 후 현재까지 26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1992년 라면 브랜드 최초로 단일 매출 1000억원 돌파, 1996년 2200억원, 2003년 4400억원, 2008년 5600억원, 2009년 6200억원 등 성장세를 멈추질 않았다. 지난해 매출은 국내 4450억원, 해외 2400억원 등 총 6850억원.

이런 농심을 이끌고 있는 이는 신동원 부회장이다. 창업자 신춘호 회장의 장남인 신 부회장은 1979년 농심에 사원으로 입사한 후 국제 담당 임원을 거쳐 2000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2010년 지주회사 농심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사장직을 겸하면서 실질적인 그룹 오너 역할을 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2010년 9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이듬해 흑자전환 하는데 성공한 후 지속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업계에선 오랜 실무경험을 거친 뒤 전문성을 높여 경영권을 물려받은 점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 특히 신 부화장이 일찍이 농심의 해외사업을 맡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신라면은 세계 100여개국에 수출하는 원조 한류 식품. 중국, 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 해발 4000m가 넘는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이나 지구 최남단인 칠레 푼타아레나스, 네팔 안나푸르나 인근 마을까지 신라면을 볼 수 있다. 최근엔 국내 식품 최초로 미국 월마트와 직거래 계약을 맺고 입점에 성공했다.

신 부회장은 1996년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1997년 칭다오, 1999년 선양 등 중국시장 공략에 이어 200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공장을 준공하면서 글로벌 사업을 일찍부터 추진해왔다.

이에 힘입어 농심은 현재 35%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010년 신 부회장을 중심으로 2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부동의 1위 식품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착한 기업’

지난 7월 ‘캠퍼스 잡앤조이(Job&Joy)’가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닮고 싶은 CEO’(일반소비재 부문) 1위에 오뚜기 함영준 회장이 뽑혔다.

놀랄 일도 아니다. ‘갓뚜기’라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오뚜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과 간담회 자리에 재계 순위 100위권 밖의 오뚜기를 초청했을 때 이미 화제의 중심에 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간담회 자리에서 오뚜기에 대해 “고용도 그렇고, 상속을 통한 경영 승계도 그렇고,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란 말을 만들었을 것”이라며 “젊은 사람이 선망하는 기업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뚜기는 비정규직을 고용하지 않는다. 오뚜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오뚜기의 비정규직은 0명이다. 또 지난해 말 함 회장이 15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그대로 납부하기로 하면서 화재가 됐다. 국내 상속세 액수로 사상 두 번째 규모다.

오뚜기는 사회공헌 활동을 외부에 알리는 것도 꺼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부터 심장병 어린이 지원사업을 하면서 지금껏 4300여명의 아이들이 새 생명을 얻었지만 한동안 이같은 선행은 알려지지 않았다. 오뚜기 창업자 고 함태호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 함 회장이 외부에 알리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오뚜기 최근 7년간 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그래프=이민섭 기자

하지만 오뚜기를 착한 경영, 착한 기업으로만 알면 곤란하다. 오뚜기는 식품업계에서 사업 포트폴리오가 잘 구축된 기업으로 통한다. 2010년 3월 오뚜기 대표이사로 취임한 함 회장은 사업 다각화에 성공하며 역량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뚜기는 2012년 삼양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2014년 18.3%, 2015년 20.5%에 이어 지난해 23.2%로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2조107억원을 올리며 ‘2조 클럽’에 입성하기도 했다. 2007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선 이후 9년 만이다. 오뚜기의 성공 가도는 착한 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아니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는 보기 좋은 선례라 할 수 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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