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오세중 “보험설계사, 벼랑 끝 내몰려…노조 설립 절실”
[직격 인터뷰] 오세중 “보험설계사, 벼랑 끝 내몰려…노조 설립 절실”
  • 안창현 기자
  • 승인 2017.10.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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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중(왼쪽 세번째) 보험인권리연대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보험설계사 및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안창현 기자 = “보험설계사들의 삶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보험사의 불합리하고 부당한 관행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특수고용직이란 이유로 헌법이 보장한 기본적인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탓이다.”

오세중 보험인권리연대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보험설계사 및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목소리를 높이며 특수고용직도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보험설계사는 노동3권도, 노동조합 활동도 할 수 없었다.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직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부당한 처우에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현실.

이에 정규직 근로자는 아닐지언정 최소한 노동조합을 만들어 사측에 정당한 근로 조건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 광진구 구이동에 있는 보험인권리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오 위원장은 현재 설계사 노조 설립 신고를 준비하는 중이다. 이미 6월에 노조 설립 총회를 가졌다.

오세중 보험인권리연대 위원장. 사진=보험인권리연대

오 위원장 역시 10년 간 보험영업을 하다 보험사의 불공정한 관행에 설계사의 이해와 권익을 대변할 단체가 절실하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오 위원장은 “보통 보험 상품을 판매한 설계사는 회사에서 수수료를 1년, 길게는 3년에 걸쳐 나눠 지급받는데, 회사를 그만두면 계약건의 나머지 수수료는 지급받지 못한다”면서 “그런데 해당 보험이 유지되지 않거나 해약될 때는 수수료를 회사에서 다 환수해간다. 보험사에선 회사 규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단 답변만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보험설계사가 현장에서 느끼는 불합리하고 부당한 일들은 이뿐 아니다.

무분별한 설계사 모집을 통해서 지인과 친인척 계약을 강요하거나, 보험계약을 한 고객이 보험금을 많이 지급 받으면 담당 설계사에게 불이익을 준다. 이 때문에 설계사가 영업정지를 당하고 심지어 해촉되기도 한다.

또 최근 몇 년 새 늘어난 자동차보험 공동인수의 경우, 고객의 보험료는 인상하면서 설계사에게는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 등 보험사의 일방적인 통보 앞에서 설계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일방통행

리크루팅(설계사 모집) 강요도 마찬가지다. 푸르덴셜생명 지점장으로 근무했던 보험설계사가 지난달 초 서울 강남 푸르덴셜타워 옥상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숨지는 사건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5년부터 푸르덴셜생명 전속설계사로 일하다 2001년 회사와 위촉계약을 맺고 지점장으로 근무했다.

오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만연한 불공정과 부당 행위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며 “보험설계사들은 보험계약뿐만 아니라 신규 설계사 모집도 강요당하고, 그래서 무분별하게 설계사 모집이 이뤄지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보험사가 설계사를 지점장으로 두고 지점을 관리·운영하는 것도 문제다. 정직원이 하는 일을 설계사 신분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실적이 좋으면 지점을 열어줘 지점장 시키고, 그러다 다시 실적이 나쁘면 지점 폐쇄와 지점장 박탈, 해촉 수순을 밟으면 그만이다.

오 위원장은 “업계에선 사업가형 지점장이라 부르는데, 이 지점장은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고 지점 실적에 비례해 자기 수당을 가져간다. 다단계와 유사한 형태인 셈이다. 보험사는 일은 일대로 시키고 책임은 회피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노동조합

이런 현실에서 보험설계사들이 목소리를 내려면 기본적인 노동3권이 보장돼 불합리한 구조에 맞설 수 있는 노조 활동이 필요하단 게 오 위원장과 보험인권리연대 입장이다.

오 위원장은 “우리가 설계사들의 정규직화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자체 설문조사를 해봐도 정규직에 대해 의견들이 서로 나뉜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엔 대부분 필요하다고 답한다. 업계에서 설계사에 대한 불공정 행위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노동조합법에 따라 노조를 만들고 회사와 협상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노조를 통한 단체협상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보험인권리연대는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과 노동조합 설립을 요구하며 국회 앞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보험인권리연대

최근엔 보험설계사와 같은 특수고용직이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들의 퇴직금 소송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는 없지만, 노동조합법에 명시된 노조 활동은 가능하다고 판결한 것. 다만 특수고용직에 대한 판례가 일관되지 못한 상황이란 지적도 있다.

오 위원장은 “앞서 대리기사 단체도 노조 설립 신고를 냈는데, 고용노동부에서 자료보충 요구를 하면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 결과들을 보면서 우리도 노조 설립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근로자가 아니라며 민원을 반려해왔고, 금융감독원은 소비자 문제가 아니라면서 회피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회사 영업 정책은 어쩔 수 없단 입장을 되풀이했다”면서 “보험설계사 스스로를 대변할 수 있는 노동 기본권 보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보험인권리연대는 화물차 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통신 설치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 다른 특수고용직 단체들과 함께 노동3권 보장과 노동조합 설립을 요구하며 국회 앞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유엔(UN) 인권이사회에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이 필요하단 의견서를 제출했고, 이번 20대 국회에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에 필요한 ‘노동조합법 2조’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안창현 기자 isangahn@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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