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은행권, 기준금리 인상 신호에 대출금리 ‘슬금슬금’↑
[이슈 체크] 은행권, 기준금리 인상 신호에 대출금리 ‘슬금슬금’↑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10.2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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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에 맞서기 위해 전격적으로 인하했던 개인신용대출금리를 슬금슬금 다시 올리고 있다.

은행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와 함께 국내 경제성장률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수익 확대를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 러시가 금융 고객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전국은행연합회의 은행별 가계대출금리 비교 공시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6개(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IBK기업, NH농협은행)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3.86%로 전월(3.71%)보다 0.15%포인트 올랐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지난달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3.09%로 전월(2.71%)보다 0.38%포인트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신한은행(4.13%, 0.19%포인트↑), KEB하나은행(4.53%, 0.18%포인트↑), 우리은행(3.88%, 0.13%포인트↑), IBK기업은행(4.05%, 0.02%포인트↑) 순이었다. NH농협은행(3.46%)만 전월과 같았다.

그래픽=이민섭 기자

은행들의 신용대출 금리는 최근 전반적으로 내림세였다. 카카오뱅크가 저금리와 편의성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키자 금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지난 6월 4.14%였지만 7월 3.93%로 0.21%포인트 떨어졌다. KEB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4.43%에서 4.33%으로 0.1%포인트 내렸고 IBK기업은행은 0.02%포인트 떨어진 3.93%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7월 4.36%에서 8월 2.71%로 무려 1.65%포인트나 인하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하면서 대출 금리 내림세는 두 달여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낮춰진 뒤 10월 현재 16개월 째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저금리 분위기인 상황에서 국내 경기 침체와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금리인상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탓이다.

그러나 미국이 올해 두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한은도 더 이상 동결 기조를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차이가 줄어들수록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1.00~1.25%로 우리나라 기준금리(1.25%)와 상한선이 같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12월 한 차례의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만약 우리가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한다면 금리 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

외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들어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 한은이 지난 26일 발표한 ‘2017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3분기까지의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3.1%로 정부의 올해 성장 목표치인 3.0%에 이미 도달한 등 호조세다.

여기에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대책(‘6·19’, ‘8·2’ 부동산대책, ‘10·24’가계부채 종합대책)이 속속 발표되면서 금리인상에 따른 부작용도 완화할 수 있는 판이 마련됐다.

따라서 시장은 다음달 30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세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물가도 목표수준에 수렴한 것으로 확인되는 시점에 고려할 수 있다”며 인상을 시사했다.

부담

문제는 은행들이 금리인상 기조를 선반영해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상환 부담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정할 때는 코픽스(COFIX)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금융채 금리 등이 기준이 된다. 여기에 가산금리를 더해 최종 대출 금리가 산정되는 것. 가산금리는 업무원가나 법적비용, 위험프리미엄 등의 요소를 고려해 각 은행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은행들은 이 가산 금리를 조정해 최종 대출 금리를 높였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은행들의 일반신용대출 가산금리 평균치는 3.29%로 지난 2013년 대비 0.3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일반신용대출의 기준금리 평균치가 2.85%에서 1.5%로 1.35%포인트 내렸음에도, 가산 금리의 상승으로 최종 대출 금리는 5.81%에서 4.79%로 1.02%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다.

실제로 지난달 신용대출 금리변동 현황을 보면 우리은행의 신용 대출 기준금리는 전월(1.54%)보다 0.01%포인트 내린 1.53%였던 반면 가산금리는 2.22%에서 2.36%로 0.14%포인트 올라 최종 대출 금리는 오히려 0.13%포인트 상승했다. KB국민은행(1.28%→1.65%), 신한은행(2.48%→2.65%), KEB하나은행(2.90%→3.04%) 등도 기준금리보다 가산 금리의 변동 폭이 훨씬 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면 시중은행들은 이를 선반영하고 인상 후 추가로 대출 금리를 올리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이런 식으로 대출 금리 상승이 가속화되면 금융소비자들의 상환 부담도 더욱 늘어날 것”고 말했다.

조 대표는 “금융당국은 모니터링을 통해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과도하게 대출 금리를 올리지 않도록 감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은 가산금리의 인상이 과도한 대출 수요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라는 해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로 정부가 대출 확대 자제를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조건이 맞는 고객이 대출을 요구한다면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며 “은행이 할 수 있는 방안은 가산금리를 높여 최종 대출 금리를 인상해 수요를 줄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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