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이한림 기자 =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 국내 30대 그룹 중 19개 그룹이 해체되거나 순위밖으로 밀려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순위를 지킨 11개 그룹 중에서도 현대와 LG 등 5곳은 여러 개 기업으로 쪼개졌다.

지난 20년 새 가장 비약적으로 성장한 곳은 롯데, SK, 삼성이었고, 대림과 효성은 상대적으로 주춤했다.

1일 CEO스코어가 IMF 사태 발생 직후인 1998년 초와 올해 국내 30대 그룹 현황을 비교한 결과, IMF 사태 당시 30대 그룹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9곳(63.3%)이 올해 30대 그룹에서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9곳 중 그룹이 해체된 곳이 11곳, 30대 그룹에서 밀려난 곳은 8곳이었다. 그룹이 해체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 그룹은 대우(당시 3위), 쌍용(7위), 동아(10위), 고합(17위), 진로(22위), 동양(23위), 해태(24위), 신호(25위), 뉴코아(27위), 거평(28위), 새한(30위) 등이다.

한라(12위), 한솔(15위), 코오롱(18위), 동국제강(19위), 동부(20위), 아남(21위), 대상(26위), 삼표(옛 강원산업, 29위) 등 8곳은 30대 그룹에서 밀려났다.

현재 30대 그룹에 남아있는 그룹은 삼성, 현대, SK, LG, 롯데, 한화, 두산, 한진, 금호, 대림, 효성 등 11곳이다.

현대는 무려 9개 그룹으로 쪼개졌고 모태그룹인 현대그룹이 30대 그룹에서 탈락했다.

다만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등 3곳이 30대 그룹 반열에 올라와 눈길을 끈다. LG 역시 5개 그룹으로 분할되고, LG를 비롯해 GS, LS 등 3곳이 30대 그룹에 속해 있다.

삼성은 IMF 사태 후 BGF리테일과 중앙일보를 분리했고, 한진은 유수홀딩스, 한진중공업, 메리츠금융으로 분리 후 한진만 30대 그룹에 남아 있다. 금호는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으로 쪼개졌는데, 금호아시아나만 30대 그룹에 이름을 남기고 있다.

20년 새 30대 그룹에 새로 합류한 그룹은 포스코, 농협, KT, 신세계, CJ, 부영, 대우조선해양, 미래에셋, 에쓰오일, OCI, 영풍, KT&G, 한국투자금융, 대우건설, 하림 등 15곳이다.

이 중 포스코, KT, KT&G는 2000년대 초에 민영화됐고, 농협은 일반기업으로 분류돼 30대 그룹에 합류했다. 신세계와 CJ는 IMF 사태 전인 1997년 4월 삼성에서 분리된 후 30대 그룹 반열에 올랐다.

순위별로 보면 상승폭이 가장 높았던 그룹은 롯데였다. 롯데는 11위에서 5위로 6계단 뛰었다. SK는 5위에서 3위로 2계단 상승했고, 삼성은 2위에서 1위로, 두산은 14위에서 13위로 1계단씩 뛰어올랐다.

특히 1위에 오른 삼성그룹은 계열사가 62개로 20년 새 1개밖에 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공정자산 규모가 217조원으로 20년 전 삼성전자보다 845.6%나 급증하며 그룹 성장을 견인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2년 삼성전자에서 분사했다.

반대로 하락폭이 가장 높았던 그룹은 금호아시아나였다. 20년 새 9위에서 19위로 10계단 떨어졌다. 효성도 16위에서 25위로 9계단 내려갔다. 6위였던 한진은 그룹 분할로 8계단 떨어진 14위에, 대림도 5계단 떨어져 하락폭이 컸다.

‘옛 1위’ 범 현대는 현대차그룹이 2위를 차지해 그나마 영광을 지켰다. 현대중공업(9위)과 현대백화점(23위)도 30대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모태인 현대그룹은 경영난으로 인해 30대 그룹 명단에서 빠졌다.

범 LG는 모태인 LG가 4위를 차지해 1998년 4위 자리를 이어갔고, GS(7위)와 LS(17위)도 30대 그룹 반열에 올랐다.

한화(8위)는 30대 그룹 중 유일하게 20년 전과 순위 변동이 없었다.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