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은행권, ‘땅 짚고 헤엄치기’…이자 놀이로 ‘실적 잔치’
[이슈 체크] 은행권, ‘땅 짚고 헤엄치기’…이자 놀이로 ‘실적 잔치’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11.0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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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4대(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농협금융지주) 금융지주와 주요 은행이 올 3분기까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규모가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다.

금융지주와 은행권은 사상 최대 실적 잔치에 희희낙락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가계부채가 1400조원에 육박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빚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 이에 이자 놀이로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가계대출과 이자 이익의 영업 행태에 함몰되지 않고 금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까지 2조7577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조6898억원) 대비 63.2% 급증했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거둔 순익(2조1437억원4400만원)을 한참 뛰어넘은 성적표다. 더욱이 KB금융은 누적 실적 기준으로 경쟁자인 신한금융지주를 제치며 금융지주 출범(2008년) 이후 첫 1위 자리에 올랐다.

신한지주의 성적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올 3분기까지 2조7064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1627억원)과 비교하면 25.1% 증가한 수치다. 또 지난 2011년 3분기에 기록한 순이익(2조5932억8700만원)을 넘어서면서 3분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성적표도 좋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3785억원으로 지난해 1~3분기(1조1059억1400만원)보다 24.6% 증가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연간 실적(1조2612억6600만원)을 뛰어 넘었다.

하나금융그룹도 전년 동기보다 24.3% 증가한 1조541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 지난 한 해 실적(1조3305억원)을 9개월 만에 앞질렀다.

이밖에 NH농협금융지주(7285억원, 638.1%↑)와 IBK기업은행(1조2476억원, 31.4%↑) 등도 전순이익이 전년보다 껑충 뛰었다.

그래픽=이민섭 기자

이자놀이

금융지주와 주요 은행의 호실적에 대한 자평은 대소동이하다.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충당금과 판매·일반관리비 등의 비용을 절감하는 ‘뒷문 잠그기’가 실적 증가를 견인했다는 것.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의 이자 이익의 증가가 실질적으로 성장을 견인했다.

은행의 핵심 수익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을 살펴보면 올 3분기 현재 KB국민은행은 1.74%로 지난해 같은 기간(1.58%)보다 0.16%포인트 상승했다. 또 신한은행(1.50%→1.56%), KEB하나은행(1.38%→1.52%), 우리은행(1.41%→1.51%), IBK기업은행(1.90%→1.96%), NH농협은행(1.73%→1.77%) 등도 NIM이 개선됐다.

계열 은행의 NIM이 상승하면서 금융지주의 이자 이익도 덩달아 불어났다. KB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자 이익은 5조68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했다. 신한지주는 지난해보다 8.6% 늘어난 5조7707억원을 이자로 벌어들였다. 이밖에 하나금융(3조7520억원, 8.5%↑), IBK기업은행(3조6023억원, 8.3%↑), NH농협금융(5조3302억원, 6.7%↑), 우리은행(3조9020억원, 4.2%↑) 등도 이자 이익이 늘었다.

금융지주가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이자 이익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예금 금리 인상은 억제하면서 대출 금리만 슬금슬금 올려 예대 차이를 벌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평균 가계대출금리(신규취급액기준)는 지난해 9월 3.03%에서 올해 9월 3.41%로 1년 사이 0.38%포인트 올랐다. 반면 예금금리(순수저축성예금, 신규취급액기준)는 같은 기간 1.33%에서 1.49%로 0.16%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국내 경기 회복세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예고 등 국내·외적인 영향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진입한 상황에서, 금융지주사들의 이 같은 이자수익 확대는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금융소비자 단체들은 은행과 금융지주사들이 대출 영업과 수익에만 목 맬 것이 아니라 예금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이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인한 국내 기준금리 상승 가능성을 이유로 지난해 9월부터 1년 동안 대출 금리를 올려온 반면, 예금 금리는 거의 올리지 않았다”며 “예금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되새겨보고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또 현재 금융권에 만연한 가계대출과 부동산금융의 쏠림현상을 완화하고 생산적 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혁신 중소기업 등 생산적 분야보다 가계대출, 부동산금융 등으로 자금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된 측면이 있다”며 “은행 스스로 생산적 금융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적·관행적 요인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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