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금융지주, 은행 편식 줄었다?…전문가 “일시적 현상”
[이슈 체크] 금융지주, 은행 편식 줄었다?…전문가 “일시적 현상”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11.0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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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금융지주사 본사. 사진=각 사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대형 그룹사로 성장하면서 줄곧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은행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사들은 그동안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은행 지주’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카드·보험·증권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되면서 은행의 ‘옥상옥’ 현상이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다만 금융 전문가들은 금융지주사들의 활발한 인수합병(M&A)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한 모습이다.

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4개(KB·신한·하나·농협금융) 금융지주사의 자산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지주사의 총 자산규모는 올해 상반기 기준 1566조837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이들 지주사가 보유한 은행(KB국민·신한·KEB하나·NH농협은행)의 총 자산은 1203조8494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76.8%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2015년 80.4%에서 지난해 78.6%,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적인 감소세다.

그래픽=이민섭 기자

지주사별로 살펴보면 KB금융은 지난 2년 사이 10% 포인트 넘게 비중이 감소했다. KB금융의 올 상반기 자산은 422조2494억원. 이중 은행 계열사인 KB국민은행(317조8394억원)이 75.2%의 비중을 차지했다. KB국민은행의 비중은 2015년(88.2%)과 비교해 1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4년 KB캐피탈(우리파이낸셜)과 2015년 KB손해보험(LIG손해보험), 지난해 KB증권(현대증권)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키운 영향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76.9%→75.9%)과 하나금융(89.4%→89.2%), NH농협금융(68.2%→68.1%)도 은행 의존도가 각각 하락했다.

조사 대상 금융지주 모두 은행 비중이 과반을 훨씬 뛰어넘고 있지만, 지주사 출범 초창기에 비하면 현저히 줄었다.

신한금융은 2001년 출범 당시 신한은행의 자산비중이 98.6%에 달했다. 2005년 출범한 하나금융 역시 당시 하나은행의 자산비중은 98.8%에 육박했다. KB금융과 농협금융도 출범연도인 2008년과 2012년 당시 계열 은행의 자산 비중은 각각 99.5%, 80.3%였다.

수익

자산뿐만 아니라 수익 구조면에서도 은행의 몸집이 줄었다. 일반 기업의 매출액에 해당하는 금융지주사의 영업수익에서도 은행 비중이 감소한 것. 더욱이 영업 수익에서 은행 비중은 50%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라 과반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4개 금융지주사의 올 상반기 총 영업수익은 84조6198억원으로 이 중 은행이 43조813억원을 벌어들여 50.9%의 비중을 차지했다. 영업수익에서 은행 비중은 2015년 53.2%에서 지난해 55.9%로 소폭 늘었으나 올해 들어 5%포인트 내려갔다.

지주사별로 보면 KB금융은 올 상반기 17조6665억원의 영업수익을 낸 가운데 이중 52.1%(9조2112억원)를 KB국민은행이 벌어들였다. KB금융의 영업수익 은행 비중은 2015년 73.5%에서 지난해 70.3%, 올해 52.1%로 2년 사이 21.4%포인트나 하락했다.

하나금융은 올 상반기 20조460억원의 영업수익 가운데 KEB하나은행이 83.6%(16조7671억원)의 비중을 차지했다. 하나금융의 은행 비중은 2015년 86.9%에서 지난해 84.7%로 올해 상반기까지 떨어졌으나 4개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는 하나금융에 카드, 보험 등 비은행 부문에서 따로 내세울 만한 대표주자가 없는데다, 2개(하나은행·외환은행)은행을 통합한 KEB하나은행의 몸집이 너무 비대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농협금융은 27조1484억원의 영업수익 중 NH농협은행이 23.5%(6조4058억원)를 벌어 금융지주 중 은행 의존도가 가장 낮았고 유일하게 과반 이하였다.

반면 신한금융(19조7590억원)의 영업수익 은행 의존도는 54.1%(10조6971억원)로 2015년(47.7%)과 지난해(52.1%)보다 소폭 늘어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은행 비중이 커졌다.

금융지주사들은 인수합병 등을 통한 비은행 부문 강화와 수익구조 다변화 등을 통해 은행 편중 현상을 완화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은 설립부터 은행을 모태로 출발했기 때문에 그동안 은행 비중이 큰 것은 불가피한 일 이었다”며 “은행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지금까지 이어졌고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의 은행 비중 감소가 인수합병 등을 통한 계열사 편입에 의해 주로 이뤄진 만큼 은행 쏠림 현상이 완화됐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지주사의 최근 은행 비중 감소는 지주사가 비은행 부문 사업을 잘 해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인수합병이라는 일회성 요인의 효과를 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비은행 부문의 향후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라 은행 옥상옥 현상의 완화인지는 좀 더 시간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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