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형 골드만삭스, 출발부터 ‘우여곡절’
[기자수첩] 한국형 골드만삭스, 출발부터 ‘우여곡절’
  • 안창현 기자
  • 승인 2017.11.0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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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안창현 기자 = 연내 출범이 힘들 것으로 예상됐던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우여곡절 끝에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1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초대형IB의 신규 지정과 단기금융업 인가’ 관련 안건을 상정해 심사에 들어간 것.

다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 5개사가 지정 및 인가를 신청했지만 초대형IB 핵심사업이 될 단기금융(발행어음)업 인가는 한국투자증권만이 유일하게 안건 상정이 이뤄졌다. 오는 8일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 한국투자증권만이 온전히 초대형IB 출범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당초 초대형IB는 벤처나 스타트업 등 혁신기업의 자금공급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또 증권업계에선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꿈꾸며 기존 수수료 중심의 수익구조를 탈피, 사업 다각화를 꾀할 기회로 여겨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인가 작업이 계속 지연되고, 최근 국감 등에서 초대형IB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들이 나오면서 초대형IB에 대한 향후 전망이 불투명했던 것이 사실이다. 업계에서 초대형IB 인가 심사기준이 전면 재검토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던 배경이다. 실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번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초대형IB 심사에서 대주주 적격성 기준 외에 재무 건전성 부분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이 언급한 ‘재무 건전성’은 증권사의 채무보증을 문제 삼는 것으로 풀이된다.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 5곳의 채무보증액이 전체 자기자본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채무보증 규모가 올 6월 기준 3조5560억원으로 초대형IB 신청 5개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점이 인가 지연의 이유로 뽑히고 있다.

금융위 최종 승인만 남겨둔 한국투자증권 역시 한국금융지주 자회사 코너스톤에쿼티파트너스가 파산 선고를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으로 삼성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를 보류했는데, 삼성증권은 초대형IB 인가를 받는다 해도 당분간 발행어음사업 등 주요 활동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초대형IB는 이전 정부에서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해 추진됐다. 우리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고 성장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IB 중심의 종합기업금융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 벤처나 스타트업 등 아직 성장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신생 혁신기업이 은행과 벤처캐피털 중심의 자금공급만으로 자본을 조달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제 겨우 국내 1호 초대형IB 출범을 앞둔 상황이지만, 본격적인 출범 전부터 대주주 적격성, 재무 건전성 등 업계 안팎으로 여러 잡음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에서 초대형IB에 가졌던 애초 기대와 자본시장에서의 역할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려온다.


안창현 기자 isangahn@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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