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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체크] ‘이자 놀이’로 재미 본 은행권, 사회 환원은 ‘짠돌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수익을 거두며 ‘실적 잔치’를 벌였지만, 사회 환원에서는 ‘짠돌이’의 면모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은행들은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편승해 수익이 증대됐다. 이자 놀이로 제대로 재미를 본 만큼 사회 환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은행권의 사회 환원 규모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쪼그라들었다.

이에 금융소비자단체 등은 은행들이 주먹구구식 기부에서 벗어나 기업의 기부 철학과 가치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이에 맞는 지속적인 사회공헌 실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5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은행) 은행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은행의 총 당기순이익은 5조1991억61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9764억7100만원)보다 30.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고치의 순이익을 벌어들였지만 기부금은 오히려 감소했다. 은행의 올 상반기 기부금은 총 445억5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00억7400만원)보다 25.8% 줄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7577억8700만원에서 올 상반기 1조1090억1500만원으로 46.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부금은 339억1700만원에서 149억8000만원으로 55.8% 급감했다. 조사 대상 중 감소율 1위다.

IBK기업은행은 순이익이 6460억9400만원에서 7738억2000만원으로 19.7% 늘어난 반면 기부금은 85억9500만원에서 75억3400만원으로 12.3% 쪼그라들었다.

KEB하나은행 역시 순이익이 전년 동기(8027억1400만원)보다 24.9% 증가한 1조26억95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기부금은 65억7700만원에서 61억2000만원으로 6.9% 줄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조사 대상 중 순이익과 기부금 모두 늘어난 케이스다.

신한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조266억9000만원에서 올 상반기 1조1044억200만원으로 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부금도 21억9000만원에서 51억9600만원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다만 기부금 규모는 조사 대상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은 7431억8600만원에서 1조2092억2900만원으로 62.7% 증가했다. 기부금도 82억9400만원에서 107억2600만원으로 29.3% 늘었다.

그래픽=이민섭 기자

93.5%

은행은 기본적으로 고객이 예금한 돈을 기반으로 대출을 실행, 여기서 발생한 이자 수익으로 돈을 번다. 더욱이 최근 들어 해외 진출을 확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영업은 국내에 치중돼 있다. 즉, 수익 기반과 주요 수입원이 모두 국민인 것.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 발표한 ‘2017년 상반기 국내은행 해외점포 영업실적 및 현지화지표 평가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은행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4억6120만 달러로 총 당기순이익의 6.5% 수준에 불과했다. 나머지 93.5%의 이익은 국내에서 벌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만큼 은행권에는 수출 등으로 해외 수익 비중이 높은 여타 업종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사회 환원이 기대된다. 하지만 현실은 낙제점이다.

조사 대상 은행의 당기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중은 0.87%로 1%를 넘지 못했다.

우리은행이 1.35%로 유일하게 1%를 넘겼다. IBK기업은행(0.97%)과 KB국민은행(0.88%)은 1% 문턱을 넘지 못했고, KEB하나은행(0.61%), 신한은행(0.47%)은 조사 대상 평균치를 하회했다.

은행권의 기부 활동이 인색하다는 것은 여타 업종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상위기업 가운데 올 상반기 은행권과 비슷한 순이익(1조~2조원대)을 기록한 SK(2.33%)와 LG화학(1.5%), 현대차(1.38%), 포스코(1.15%) 등 모두 1%가 넘는 사회 환원 비중을 기록했다.

이에 금융소비자단체는 은행들이 실적을 쫒는 주먹구구식 사회 환원이 아닌 지속 가능한 나눔을 정립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의 사회공헌을 보면 일정한 기준 없이 경영자의 판단 등 들쑥날쑥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철학과 가치에 맞는 기준을 세우고, 이를 정립하는 꾸준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는 어떤 업종보다도 서민과 취약계층의 현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들 계층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은행권은 짠돌이 기부 행보에 대한 질타와 관련, 예상을 뛰어 넘는 실적에 따른 반사효과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해 분기별로 최고 수준의 실적을 달성한 것은 맞지만 말 그대로 ‘어닝서프라이즈’, 예상하지 못한 깜짝 성적표였다”며 “지난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낸 탓에 올해 실적 전망치를 낮췄고, 이에 기부금 예산도 줄었다”고 해명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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