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무인편의점 ‘개봉박두?’…“무인 인 듯 무인 아닌 무인 같은 너~”
[탐구생활] 무인편의점 ‘개봉박두?’…“무인 인 듯 무인 아닌 무인 같은 너~”
  • 남경민 기자
  • 승인 2017.11.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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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남경민 기자 = 편의점 시장에 변화가 포착됐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가 무인편의점 출점에 나서며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 것.

무인편의점은 말 그대로, 상주 직원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고, 결제까지 완료하는 일종의 키오스크(첨단 멀티미디어기기를 활용한 결제 방식) 시스템이다.

무인편의점은 결제부터 보안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시장에 선 보인 점포는 완성형을 위한 일종의 테스트 점포다. 무인이라고 얘기하기에는 2% 부족하다는 의미다.

무인편의점의 현주소를 탐구해 보자.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소재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과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을 찾았다. 참고로 무인편의점은 기자가 체험에 나선 2곳과 함께 전주교대점과 성수백영점, 장안메트로점 등 총 5곳이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 출입구. 사진=남경민 기자

먼저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을 찾았다. 롯데월드타워를 찾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사전 설명이 필요할 듯. “31층에 편의점?”이라며 놀랄 수 있다. 기자 입장에서 볼 때 위치는 나쁘지 않다. 해당 층에는 롯데월드타워 입주자부터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가와 카페, 전망대 등이 있다. 유동인구가 여느 1층 못지않다는 의미다.

세븐일레븐 무인편의점은 개방형이다. 입구는 지하철 개찰구와 비슷한 형태다. 사전에 핸드페이(일종의 손바닥 정맥 지도)를 등록한 후 손바닥을 츨입문 상단에 위치한 핸드페이 단말기에 올리면 출입문이 개방되는 형태다.

“우린 무인 콘셉트!”

입구에서부터 의문이 생긴다. 현재 핸드페이 등록은 무인편의점 입구에 위치한 별도 부스에서만 가능하다. 이곳에 상주 직원이 있다. 무인편의점인데 직원이 상주하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에 고개가 갸웃.

무인편의점 핸드페이 부스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운영된다. 주말에는 에비뉴엘 6층과 월드몰 지하 2층에서 핸드페이를 등록할 수 있다. 기자가 찾은 날은 주말. 어쩔수 없이 에비뉴엘로 이동해 핸드페이를 등록했다. 왕복 1시간 거리다. 더욱이 롯데카드(신용 및 체크) 소지자만 등록할 수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롯데카드를 신규 발급받은 후 핸드페이를 등록할 수 있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에 도입된 바이오인증게이트. 사진=남경민 기자

세븐일레븐 무인편의점 도착 시간은 오후 1시. 매장 안에 들어선 시간은 오후 3시24분. 무려 2시간 24분 만에 무인편의점이라는 신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이 딱 떠오른다.

무인편의점으로 들어서자 상품을 구매하려는 3~4명의 사람이 포착됐다. 기자처럼 호기심이 발동해 이곳을 찾은 것일까? 아니다. 그들은 전혀 신기해하지 않았고, 무인편의점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 매장에도 상주 직원이 1명 더 있었다.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한시적 상주가 아니다. 해당 무인편의점이 폐쇄될 때까지 계속 상주할 예정이라고. 결국 세븐일레븐 무인편의점은 핸드페이 직원 3명(에비뉴엘, 월드몰 포함)과 매장 직원 1명 등 총 4명이 상시 근무하는 일반 편의점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직원의 대답이 걸작하다. “우리는 무인편의점이 아니라 무인 콘셉트의 편의점”이라며 “이같은 성격의 2호점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븐일레븐 직원의 설명 후 기자의 머릿속에 노랫말이 떠돌았다. “무인 인 듯 무인 아닌 무인 같은 너~”

독자에게 전하는 말= 세븐일레븐 무인편의점을 집중 탐구하려는 계획은 전면 수정. 상주 직원이 있었기 때문에 보안과 결제 방식을 살펴 보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었다.

“보다 무인에 가깝게!”

세븐일레븐 무인편의점은 아쉬움 그 자체.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날 저녁에 찾은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이 보다 무인에 가까웠다.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 출입구. 사진=남경민 기자

이마트24는 개방형이 아닌 폐쇄형이다. 출입구 단말기에 신용카드를 인식하면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세븐일레븐과는 다르게 모든 신용카드 사용 가능. 단 체크카드는 사용 불가. 19세 미만은 사실상 출입금지다. 영업시간은 오전 7시30부터 저녁 8시30분까지.

일단 상주 직원 여부를 살폈다. 없다. 단 관리 직원은 존재한다. 하루에 2번 매장을 찾아 상품을 진열하는 등의 역할이다.

판매 상품을 살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모두 일반 편의점과 다를 바 없다. 다만 편의점 매출의 일등공신인 술과 담배 판매 방식에서 차이가 있었다.

먼저 이마트24는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 무인편의점이기 때문에 성인 인증 등 대면 방식 채용이 어렵다는 이유에서 과감히 술을 배제했다. 담배는 자판기에서 원하는 제품을 선택한 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구입할 수 있다(국산 담배만 판매).

세븐일레븐은 술과 담배 모두 판매한다. 핸드페이 등록 당시 신분증과 핸드폰 번호도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미성년자에게 술과 담배가 판매될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 담배는 자판기에서 원하는 종류를 고른 후 무인포스에서 핸드페이로 결제하면 된다. 술은 상주 직원에게 성인 인증(신분증 등)을 받은 후 구매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모두 무인편의점이라는 새로운 영역 확대에 첫 발을 내딛었다. 도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하지만 해결 과제는 분명하다.

먼저 편의성부문이다. 세븐일레븐은 롯데 카드와 롯데 체크카드로 등록한 핸드페이 지불 결제 방식이다. 이를 확대해야하는 것이 분명한 숙제다. 이마트24시는 상대적으로 편의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러나 도용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개선 방법 모색이 필요하다.

보안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장 내에 CCTV 등이 설치돼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보안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업체의 의지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모두 무인편의점 확대에는 미온적인 태도다. 무인편의점은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단지 보여주기식 마케팅의 일환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임수빈 이마트24 홍보팀 대리는 “점포 내 CCTV나 360도 어안렌즈를 통해 본사 및 점포 관리자가 24시간 지켜보기 있다”면서 “보안 문제는 추후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술과 담배 등 유해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품목은 판매 배제 및 일정 시간 진열 제외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테스트 운영을 거쳐 효율성을 따져볼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추가 출점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성철 코리아세븐 홍보팀 매니저는 “상주 직원이 보안을 책임지고 있다. 또 테스트 점포이기 때문에 상주 직원이 필요하다”면서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2호점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제기된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남경민 기자

남경민 기자 nkm@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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