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은행, 더 이상 ‘너희은행’ 되지 않길
[기자수첩] 우리은행, 더 이상 ‘너희은행’ 되지 않길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11.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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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케이블 엔터테인먼트 채널 tvN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인 SNL(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코리아에서 얼마 전 한 풍자 애니메이션을 방송한 적이 있다.

내용은 이렇다. 어느 기업의 면접 시험장에서 압박 면접에 견디지 못한 면접자가 소위 말하는 ‘급식체’를 남발하며 면접관들에게 대든다. 당연히 면접장은 난장판이 되고 분노한 면접관들은 면접자에게 당장 나가라고 소리친다. 그 때 한 면접관이 입을 연다. “혹시 XX고등학교 출신이에요?” 면접자가 그렇다고 하자 바로 ‘합격’

이 회사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사훈을 면접장에 대놓고 걸어놓은 막장 기업으로 묘사된다. 결정적으로 애니메이션 초반에 짧게 등장했던 이 회사의 이름은 바로 ‘느그(너희)은행’이다.

이는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채용비리 논란으로 시끄러운 우리은행을 노골적으로 풍자한 것. 심지어 프로그램에 등장한 은행 건물도 우리은행 본점 빌딩과 묘하게 닮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신입 공채에서 은행 내부 인사의 추천과 외부 청탁 등으로 16명을 특혜 채용했다. 이는 일반 신입사원 150명 중 10%가 넘는 규모다.

우리은행은 이 사실이 국감에서 드러난 뒤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광구 행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 경영에 공백이 생긴데다, 수차례의 검찰 압수수색을 당했다. 게다가 차기 행장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임원후보추천위원(임추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외부 인사를 후보군에 포함할 것인지에 대해서 설전이 벌어지는 등 고난의 연속이다.

결국 임추위 구성원 논란은 정부 영향력을 배제한 사외이사들로만 구성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하지만 행장 후보를 은행 내부 인사로 한정할지 외부 인원을 고려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한 모습이다.

우리은행 임추위는 지난 17일 첫 회의를 열고 “헤드헌터를 통해 은행의 현재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조직 안정과 지속 성장을 위해 경영 능력과 덕망을 갖춘 행장 후보군을 물색해 왔다”며 “신속한 절차 진행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 행장 선임에서는 공개모집 절차를 생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후보 조건을 헤드헌터에 전달했는지, 어떤 후보 리스트를 받았는지에 대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임추위로써는 후보군 선정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후보를 내부 인원에만 한정하면 ‘상업은행-한일은행’ 출신 간의 해묵은 계파 갈등을 제대로 봉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외부 인원까지 넓히면 이번에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양쪽의 균형을 잘 맞춘 후보군을 압축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행장 선출과 별도로 우리은행은 자체적으로 내부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번에 문제가 된 인사시스템과 기업문화, 윤리경영을 혁신하겠다는 입장이다.

균형 잡힌 새 행장의 선임과 외부에서도 변화를 알아볼 수 있는 확실한 혁신을 통해 우리은행이 하루 빨리 ‘너희은행’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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