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은행이 전당포 됐다는데…“신용은 됐고! 담보 없어요?”
[이슈 체크] 은행이 전당포 됐다는데…“신용은 됐고! 담보 없어요?”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11.2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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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이 부동산 담보 대출을 늘리는 반면 신용 대출은 기피하는 ‘전당포’식 영업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이같은 영업 행태에 대해 자제를 당부하는 한편 근절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 은행의 유형별 대출 잔액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대출 잔액은 총 1145조7256억원으로 이중 담보 대출이 55.8%(639조7487억원)의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신용 대출 잔액은 336조2758억원으로 전체 대출 중 29.3%에 불과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올 상반기 대출 잔액 224조1024억원 가운데 담보 대출은 141조7385억원으로 63.2%의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신용 대출은 52조5381억원으로 23.4%에 머물렀다.

KEB하나은행도 담보 대출 비중이 60%를 넘었다. 대출 잔액 182조83억원 중 담보 대출이 111조1930억원으로 61.1%, 신용 대출은 44조8473억원으로 24.6%를 차지한 것.

IBK기업은행은 176조6840억원 가운데 104조1555억원을 담보 대출로 빌려줘 58.9%의 비중을 보였다. 이밖에 신한은행(185조9501억원/99조3498억원/53.4%)과 NH농협은행(184조812억원/98조7329억원/53.6%)도 담보 대출 비중이 과반을 넘었다. 반면 이들 은행의 신용대출 비중은 각각 26.8%, 31.7%, 33.2%에 그쳤다.

우리은행은 6개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담보 대출 비중이 절반을 넘지 않았다. 192조8996억원의 대출 잔액 가운데 담보 대출은 84조5790억원으로 43.8%, 신용 대출은 71조3496억원으로 36.9%를 차지했다.

그래픽=이민섭 기자

심화

은행권의 전당포식 영업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54.9%였던 담보 대출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55.1% △지난해 말 55.3% △올해 상반기 55.8%로 1년 반 만에 0.9%포인트 상승하는 등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신용 대출 비중은 2015년 말 32.8%에서 △지난해 상반기 31.5% △지난해 말 30.4% △올해 상반기 29.3%로 같은 기간 동안 3.5%포인트 낮아져 감소폭이 더 컸다.

담보와 신용 대출의 격차가 벌어진 것은 은헹권이 최근 수년간 부동산담보대출에 치중해온 탓이다.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와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보이면서 은행들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확대에 전념한 것.

실제로 은행의 담보 대출에서 부동산 대출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었다. 2015년 말 94.3%였던 담보 대출 중 부동산 대출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94.7% △지난해 말 94.9% △올해 상반기 95%로 높아졌다.

은행의 건전성지표 등을 유지·개선하는데 있어서 담보가 신용 대출보다 유리한 점도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위험 가중치는 기업 대출이 64.7, 가계 대출 24.0, 주택담보대출이 19.7이다. 더욱이 신용 대출은 자산건전성 분류가 같더라도 담보 대출보다 더 많은 충당금을 준비해둬야 한다. 상환이 막혀도 담보권 실행을 통해 손실의 일정부분을 매울 수 있는 담보 대출에 비해 신용 대출은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 입장에서는 담보 대출이 채권 불량 위험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었던 것.

은행권은 전당포식 영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것과 관련, 리스크가 적은 담보 대출에 집중한 것은 맞지만 신용 대출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리스크 관리 등의 요인으로 부동산 등 담보 대출이 늘어났지만 신용 대출을 기피하거나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며 “보통 담보 대출이 신용 대출보다 한도와 규모 등이 더 큰 탓에 두 대출 형태 사이에 격차가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전당포식 영업 형태를 지적하며 개선 의지를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취임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은행을 두고 ‘전당포식 영업 행태’라고 비판하는데 그 지적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별 은행 입장에서는 주담대 위주 영업이 단기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잠재 리스크를 증대시키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상반기 결산 이후 부동산과 가계부채 관련 정부 대책(6·19, 8·2, 10·24대책)이 속속 발표·시행됨에 따라 은행들의 전당포 영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 신(新D)TI(총부채상환비율)와 DSR(총부채원금상환비율)이 도입되기 때문.

기존 DTI는 대출원리금에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기존 주담대 등의 이자상환액만 포함했다. 그러나 신DTI는 기존 주담대의 원리금과 이자상환액을 더해 대출한도를 결정한다.

또 DSR이 도입되면 금융기관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원리금 상환액을 소득으로 나눈 지표를 기준으로 대출액을 산정한다.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10·24대책 발표 이후 금융감독원은 정부 대책들이 정상 도입되면 신규대출자 한 명당 대출액이 32.4%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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