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뒷담화> 드라마 잦은 ‘작가 교체’ 이유
<연예계 뒷담화> 드라마 잦은 ‘작가 교체’ 이유
  • 유병철
  • 승인 2010.12.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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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유병철 기자] KBS 2TV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이 ‘작가 교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매리는 외박중>은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작가 교체설이 나돌았고, 지난 8일에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제작사 측은 “사실무근이다”라고 발뺌을 했지만 결국 인은아 작가가 하차했다. 최근 지상파 방송 3사 드라마가 작가가 교체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작가들 한숨만 늘고 있다.

 

고현정 주연의 SBS 드라마 <대물>에 이어 문근영 주연의 KBS 2TV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도 종영을 7회분 남겨두고 작가가 교체됐다.

 

<매리는 외박중>은 ‘이중 가상결혼’이라는 다소 황당한 설정을 인은아 작가 특유의 감수성과 신비로운 분위기로 통통 튀게 이끌어 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중 가상결혼이라는 설정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함정으로 작용했으며 이중 가상결혼을 하게 되는 여주인공 매리(문근영)의 캐릭터가 신비로움을 넘어 마치 두 남자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황당한 캐릭터로 비춰지면서 시청자들에게 외면 당했다.

 

드라마 내용을 둘러싼 인은아 작가와 제작사의 마찰은 그동안 방송가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작가의 집필 방향과 제작사 및 방송사의 의견이 달랐고 그런 와중에 시청률까지 5~6%대의 부진을 보여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KBS 한 관계자는 “제작진과 작가 간의 의견 충돌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며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제작진과 작가의 이견은 얼마든지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그 차이가 좀 더 컸던 것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작가 교체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예상외 시청률 저조도 이유가 되겠지만 결국 작가와 제작진이 서로 의견을 조율해 하차를 결정한 것인 만큼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드라마 홍보관계자는 “인은아 작가가 제작진과 드라마 방향과 관련된 이견이 있어 하차하는 것으로 상호 합의했으며 후임으로 고봉황 작가가 집필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드라마 작가가 교체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 KBS <집으로 가는 길>, MBC <에덴의 동쪽> <스포트라이트>, SBS <타짜>, <대물> 등 드라마가 작가를 교체한 적이 있다.

 

작가가 방송 중반에 교체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일신상의 이유, 제작진과의 갈등 등을 꼽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시청률 저조로 인한 책임성 교체가 크다.

 

<대물>의 황은경 작가는 제작진과의 의견 차이로 하차했다. 황은경 작가는 “오종록 감독과 의견 차가 커 하차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오 감독이 지나치게 대본에 수정을 가해 작가의 대본이라 부를 수 없는 상황까지 갔었다고.

 

황 작가는 이어 “3, 4회 방송을 보고 엉엉 울었다”며 “제가 6회까지 써놓은 원고를 갈기갈기 찢어서 붙여놨더군요”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황 작가는 또 “감독과 사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정치관, 국가관 등이 충돌했다. 강태산(차인표)의 캐릭터를 둘러싼 시각차, 서혜림이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 등 모든 부분에서 엇갈렸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오 감독의 임의대로 대본을 수정했던 것.

 

<스포트라이트>도 9회부터 이기원 작가가 물러나고 황주하, 최윤정 작가가 합류했다. 이 작가는 제작진과의 갈등으로 하차했다.

 

건강 악화로 집필을 중단한 경우도 있다. KBS <집으로 가는 길>의 나연숙 작가는 건강 악화로 집필을 중단했다.

 

드라마의 기틀을 잡는 작가의 스케줄은 살인적이다. 사생활은 반납해야 한다. 팔에 주사자국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링거를 맞아가며 원고를 집필하고 현장을 지휘한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에 시청률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덤이다. 지난 2005년 암투병 중 사망한 조소혜 작가가 암으로 인한 고통보다 시청률의 압박에 시달렸다는 일화는 여의도 방송가에서 유명하다.

 

한 드라마 작가는 “매일 아침 받아드는 시청률 표는 나를 두렵게 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낮은 시청률은 제작진, 작가, 배우 간의 불화설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경우 비난의 화살은 대부분 작가가 받기 마련이다.

 

현재 국내 드라마 제작 여건에서 작가들의 복지환경은 전무하다. 수면권을 박탈당한 채 작품을 집필하다 보니 작가가 고령인 경우 병원에 실려 가곤 한다.

 

<타짜>는 제작 당시 원작자인 야설록 작가가 1, 2회 만에 하차하고 박형진 작가가 합류했다. 야 작가가 드라마 대본 집필 경험이 적어 박 작가로 교체된 케이스다.

 

문제는 작가가 중도 하차하면 드라마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스포트라이트>는 줄거리가 흔들렸고, <집으로 가는 길>은 주인공의 캐릭터와 성격이 바뀌었다. 결국 시청자가 극에 몰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시청률은 하락했다.

 

반면 <타짜>의 경우 만화 원작을 갖고 있어 줄거리와 인물 등의 큰 변화가 없었다. 드라마 대본 작업을 많이 해본 작가가 투입되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제작진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라면 대중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드라마 줄거리의 개연성과 인물 캐릭터가 변화되지 말아야 한다. 제작진이 바뀌는 것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유병철 ybc@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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