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가상화폐, ‘열풍’ 넘어 ‘광풍’…규제vs제도권, ‘갑론을박’
[이슈 체크] 가상화폐, ‘열풍’ 넘어 ‘광풍’…규제vs제도권, ‘갑론을박’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12.01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비트코인 등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암호화폐)가 제도권 금융으로 진입할지 아니면 제2의 튤립 파동을 야기하며 이단아로 전락할지 기로에 선 모양새다.

가상화폐 대장격인 비트코인은 1BTC당 1000만원을 돌파했고, ‘비트코인 캐시’ 등 파생 화폐가 잇따라 등장하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다만 거래 가격이 널뛰기 즉,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며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한국과 미국 등은 가상화폐 대응 논의를 본격화하는 등 규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각국 금융당국마다 미묘한 입장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공식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결국 거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데이터를 중앙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분산 처리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가상화폐를 규제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1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BTC 당 1170만으로 일주일 전인 지난달 23일(902만4000원) 대비 29.6% 상승했다. 개당 132만3000원이었던 올해 초(1월 1일)와 비교했을 땐 784.3% 폭등했다.

앞서 비트코인은 지난달 26일 처음으로 1000만원을 돌파한 뒤 3일 만에 시세가 300만원 이상 치솟으며 한때 1341만원까지 뛰어 올랐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의 대표주자다. 가상화폐는 실체가 없는 돈이지만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며 전용 거래소를 통해 현금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가상화폐 자체로 물건을 구입하거나 전용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현금화시키는 것도 가능해졌다.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다양한 종류의 코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더리움(ETH), 대시(DASH) 등 비트코인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가상화폐들이 후발 주자로 등장해 시장을 형성 중이다. 또 최근에는 ‘비트코인 캐시’, ‘비트코인 골드’ 등 비트코인 파생 상품들이 등장했다. 이밖에 ‘비트코인 다이아몬드’, ‘비트코인 캐시플러스’ 등이 추가로 발행을 예고한 상황이다.

가상화폐 시장의 호황은 제도권 금융 편입에 대한 기대감에서다. 세계 최대의 파생상품 거래소인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지난 10월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올해 안으로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금과 원유 같은 투자 상품으로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겠다는 것.

또 일본은 지난달 22일 일본회계기준위원회(ASBJ)가 내년부터 비트코인을 기업회계원칙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가상화폐를 보유자산으로 계상, 회계 상 시가에 따른 가격 변동이 평가손익에 반영한다는 내용이다.

튤립

하지만 가상화폐의 가격 상승이 ‘거품’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전례 없는 급등세 탓에 ‘튤립 파동’과도 자주 비교된다.

튤립 파동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과열 투기현상이다. 당시 희귀 품종이던 튤립을 두고 투기 수요가 최대 5900% 폭증하면서 네덜란드 전역에서는 튤립 뿌리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더욱이 변종을 일으킨 튤립일수록 비싼 가격이 매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아 투기 수요가 빠지면서 거품이 꺼졌고, 90% 넘게 가격이 폭락하며 네덜란드 경제가 휘청거리기까지 했다.

실제로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초 50만원선의 가격을 형성했던 ‘비트코인 캐시’가 같은 달 12일 오전 10시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오후 4시 들어 284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가격이 급락해 불과 네 시간 만인 오후 8시에는 133만원까지 떨어져 가격이 반토막 났다. 더욱이 한때는 가격이 25만원까지 내려앉아 튤립 파동의 축소판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것도 가상화폐 시장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가상화폐의 근간 기술인 블록체인은 해킹이 불가능한 구조지만, 거래소 공격 등으로 인한 피해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가상화폐 2위인 이더리움(ETH)은 지난해 6월 관련 네트워크가 공격당해 당시 640억원 상당에 해당하는 360만개의 코인을 도난당했다. 또 올해 7월에는 국내 거래소인 빗썸에서 해킹사고가 발생해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에 따른 투자자 보호가 전무한 점도 문제. 가상화폐 거래소는 현재 인터넷쇼핑몰과 동일한 통신판매업자로 규정돼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해킹 공격이나 서버 과부하를 방지하는 별도의 기준 없이 중구난방으로 운영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비트코인 캐시의 급락 사태 당시 빗썸은 몰려든 접속자를 감당하지 못해 서버가 90분 동안 다운됐다. 이로 인해 매매‧매수를 하지 못한 투자자 다수가 피해를 입었으나 거래소 측에서는 어떠한 보상도 내놓지 않았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규제

가상화폐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정부와 금융당국도 규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중 가상화폐 거래업을 유사수신업으로 규정하고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조달(ICO)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규제 법안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한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또 가상화폐에 대해 ‘금융업’으로 포용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가상통화는 가치나 교환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가상화폐의 수익 원천은 다른 투자자들이 본인이 구매한 값어치보다 높게 사주기를 바라는 투기적인 것 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공신력을 부여하고 금융업으로 공식화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당국으로서는 거래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는데 중점을 두고 노력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역시 경고 메시지를 내놓으며 규제를 시사했다. 렌달 퀄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재무부 주최 한 컨퍼런스에서 “현재 단계에서 가상화폐가 중대한 우려를 초래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더 광범위하게 이용될 경우 심각한 금융 안정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잠재적 유동성 등 금융시스템에 혼란을 줄 수 있어, 중앙은행들이 가상화폐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 과도한 조치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산업의 하나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가상화폐의 부작용만 크게 부각해 규제 중심으로 대책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내 IT 등의 산업발전과 4차 산업혁명의 경쟁력 차원에서 보다 정교한 정책 실행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