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분석] 국내 기업 CSR, 재능기부부터 일자리 창출까지 ‘나눔 문화’ 진화
[집중 분석] 국내 기업 CSR, 재능기부부터 일자리 창출까지 ‘나눔 문화’ 진화
  • 안창현 기자
  • 승인 2017.12.0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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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안창현 기자 =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CSR) 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 임직원들이 성금을 모아 기부하는 소극적인 형태에서 최근에는 기업의 특성과 임직원의 재능을 살려 수혜자들에게 적극 다가가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사회공헌 활동의 진화는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선택이 아닌 필수,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전문가들 역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착한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우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본부장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관련,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규모가 짧은 시간 안에 3조원에 육박하는 규모가 됐다. 사회공헌이 기업 문화로 정착하면서 사회공헌 활동에서 기업별 개성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기업들도 단순 기부나 일회성 외부 협찬보다 기업의 핵심가치와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보다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양성 

지난 3개월(9~11월)간 본지에 게재된 사회공헌 기사 137건을 중심으로 각각의 유형을 구분했다. 자료=이지경제
지난 3개월(9~11월)간 본지에 게재된 사회공헌 기사 137건을 중심으로 각각의 유형을 구분했다. 자료=이지경제

8일 본지는 연말을 맞아 최근 3개월(9~11월)간 보도된 사회공헌 기사를 중심으로 우리 기업의 주목할 만한 사회공헌 활동을 살펴봤다. 본지는 해당 기간 동안 총 137건의 사회공헌 기사를 게재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기부 및 자원봉사가 61건(44.5%)으로 가장 많았고 ▲장학금 및 교육 프로그램 지원(32건/23.3%)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문화예술 및 체육 활동 17건 (12.4%) ▲의료보건 캠페인 15건 (10.9%) ▲해외지원 4건 (2.9%) ▲기타(일자리 창출, 마을재생 등) 8건 (6.0%) 등이다. 

◇기부 및 자원봉사 =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의 단골메뉴는 역시 기부와 자원봉사다. 국내 기업들의 기부 활동은 각종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현물 지원, 자선모금 행사 등이 많았다. 다양한 자선모금 행사나 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익은 독거노인이나 지체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이웃들에게 전달됐다. 계절적 요인이 반영된 김장김치와 연탄 나눔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기부와 자원봉사가 가장 흔한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하지만 기업의 특성을 살린 사례도 적지 않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기프트카 캠페인’은 저소득층 이웃의 성공적인 자립을 돕는 창업용 차량을 지원하는 캠페인이다. 시즌별로 지속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기프트카의 종횡무진 활약상이 전해지고 있다. 또 소셜커머스 티몬은 유엔세계식량계획(WFP)과 함께 ‘소셜 기부’ 방식으로 시리아 난민의 식사를 해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학금 및 교육 프로그램 지원 = 국내 기업의 교육 관련 사회공헌 활동은 장학금 지원,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학교나 도서관 등 교육시설 건립 등의 형태를 보였다. 저소득층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가장 전형적인 모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기업의 경영 활동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기회를 마련한 사회공헌 활동들도 많았다. 특히 금융업종에서 경제와 금융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들이 눈에 띈다.

KB국민은행이 진행한 ‘대학생 경제·금융교육 봉사단’은 대학생 중 학자금대출자를 봉사단원으로 선정해 재능기부 기회를 제공하면서 학기당 150만원의 학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이외에 KT는 저소득층 청소년들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정보화 교육을 제공하는 활동을 했고, 현대모비스는 교통사고 유자녀 및 중증장애아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튠업 스테이지에서 젊은 뮤지션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CJ문화재단
튠업 스테이지에서 젊은 뮤지션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CJ문화재단

◇문화예술 및 체육 활동 = 문화예술 지원은 최근 기업 사회공헌 활동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형태. 기업들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문화예술 산업을 지원하거나 문화 소외 지역이나 계층에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했다. 또 직접 문화예술 관련 시설을 운영하며 소비자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CJ그룹은 문화예술 사업을 활발히 펼치는 기업답게 일찍이 CJ문화재단을 설립해 국내 문화예술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젊은 대중음악인을 지원하는 ‘튠업’, 신인 영화인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실제 영화 제작을 돕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프로젝트 S’ 등 젊은 문화예술인 후원에 적극적이었다.

◇의료보건 캠페인 = 헌혈이나 보건 캠페인 등 의료보건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헌혈 캠페인은 많은 기업에서 매년 실시하는 정례행사. 현대차그룹과 LG전자, 효성, 신한생명 등 여러 기업이 매년 특정한 날을 정해 직원들의 헌혈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보건 캠페인 활동에서는 유방암이나 결핵, 아토피 등과 같은 질병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모레퍼시픽에서 매년 실시하는 ‘핑크리본’ 캠페인을 들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유방건강재단 설립을 통해 유방암 예방을 위한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KT&G는 ‘청소년 흡연 예방’ 캠페인을 진행했고,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아이들에게 바른 식생활의 중요성을 알리는 풀무원의 ‘굿바이’ 캠페인 또한 좋은 보건 캠페인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화생명은 베트남 현지에 지역주민을 위한 보건소를 신축해 지방정부에 기증했다. 사진=한화생명
한화생명은 베트남 현지에 지역주민을 위한 보건소를 신축해 지방정부에 기증했다. 사진=한화생명

◇해외지원 = 한국을 넘어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하는 기업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아름다운교실’이란 프로그램을 마련해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 임직원이 방문, 교육용품을 기부하고 그곳 학생들과 여러 교류활동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 역시 인도, 베트남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힘들어 하는 현주민을 위해 삼성물산 봉사단을 꾸리고 글로벌 주거환경개선 활동을 펼친다.

해외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현지화 전략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 등 국내 보험사들이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현지 사회공헌 활동을 펴는 사례가 그렇다. 한화생명은 베트남에 각 지역주민을 위한 보건시설을 신축해 지방정부에 기중하거나 사랑의 집짓기 사업으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을 진행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역시 태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식목 활동, 학교 세우기 등 지역에 맞는 여러 사회공헌 활동을 벌였다.

◇일자리 창출 = 최근에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형태로 사회공헌 활동을 펴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 일자리와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목적으로 운영된다. 대기업들이 이런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거나 지원하면서 소외계층에 일회성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제공을 통해서 사회에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SK그룹은 10년 전부터 행복나눔재단을 운영해 사회적 기업들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젊은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기 위해 카이스트와 협력해 소셜벤처 창업 석사과정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만들 만큼 적극적이다. 이같은 일자리 창출형 사회공헌 활동은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어 향후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SK행복나눔재단에서 개최한 ‘세상 사회적기업 콘테스트’ 수장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SK행복나눔재단에서 개최한 ‘세상 사회적기업 콘테스트’ 수장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격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2017 기업호감지수’를 발표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기업에 가진 호감지수는 지난해보다 8.2점 오른 55.8점. 기업호감지수는 50점이 넘으면 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답변이 보다 많은 것이고, 50점 미만이면 그 반대다. 따라서 올해 기업의 호감도는 조금이나마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업들은 ‘경제적 성과’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사회적 기여’와 ‘규범 및 윤리 준수’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적 성과에 대한 국민 평가는 62.8점인 반면, 사회적 기여 부문은 46.5점으로 평균에 미달했다. 

김인석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이에 대해 “올해 들어 기업들이 보여준 경제적 성과에 대해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면서 “다만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공헌 활동, 윤리경영 실천 등에 대해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도 이제 국민의 눈높이에서 기업 활동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쟁력 강화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면서 “국민들도 기업이 잘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응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형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역시 “우리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기업과 사회가 상생하기 위한 연결고리로 인식하고 보다 진정성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또 기업의 이런 사회공헌 활동을 우리가 따뜻한 마음으로 격려해줄 필요도 있다”고 피력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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