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은행권, 1년 새 4천명 짐 쌌다는데…인건비는 제자리걸음
[이슈 체크] 은행권, 1년 새 4천명 짐 쌌다는데…인건비는 제자리걸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12.1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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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비용 절감을 위해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있지만 정작 인건비 절감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비대면 금융 거래를 강화하면서 영업점 폐쇄 등과 함께 상시 희망퇴직 제도를 가동하며 인건비 낮추기에 안간힘이다. 이에 최근 1년 간 4000명이 넘는 인력이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은행권이 임직원 급여로 지출한 금액은 종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은행은 오히려 인건비가 늘어나 비용 절감이라는 주장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 주요 은행의 임직원 및 판매·관리비 부문 손익을 분석한 결과, 올해 6월말 기준 은행 임직원수는 총 8만538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만26명)보다 5.1%(4641명) 줄었다.

그래픽=이민섭 기자
그래픽=이민섭 기자

KB국민은행이 2960명을 감원해 가장 많이 줄었고 이어 KEB하나은행(1259명), 우리은행(292명), NH농협은행(210명), 신한은행(135명) 순이었다. IBK기업은행만이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215명 늘었다.

1년 새 4600명이 넘는 행원들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은행이 급여로 지출한 금액은 전년과 비슷했다.

조사 대상 은행들이 올해 상반기 임직원 급여(퇴직금 제외)로 지출한 금액은 4조2005억470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4조2009억4500만원)과 비교하면 고작 4억원 감소하는데 그쳤다.

더욱이 2분기만 놓고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2조1031억9400만원) 대비 2조1274억6600만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급여지출액은 올 상반기 9775억33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258억700만원) 대비 4.7%(482억7400만원) 줄었다. 2분기 기준으로도 지난해(5096억6200만원)보다 올해(4915억3500만원)가 더 적었다.

이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 영향이 크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2800여명의 희망퇴직자를 포함해 올 상반기까지 총 2960명이 줄었다. 이에 따라 임직원수도 지난해 6월 말 2만8명에서 올해 6월 말 1만7048명으로 14.7% 감소했다. 인원은 15% 가까이 줄였지만 인건비는 4%대 절감에 그친 셈이다.

KEB하나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7138억500만원에서 올 상반기 6692억9700만원으로 445억800만원(6.2%)의 인건비를 아꼈지만, 이를 위해 1259명(1만4994명→1만3735명)을 내보내야 했다.

그래픽=이민섭 기자
그래픽=이민섭 기자

반면 신한‧우리‧NH농협은행은 직원 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가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였다.

신한은행은 행원 수가 지난해 상반기 1만4003명에서 올 상반기 1만3868명으로 135명(0.9%) 감소했다. 그러나 급여는 7048억5800만원에서 7112억5800만원으로 64억원(0.9%) 늘었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1만4980명에서 1만4688명으로 292명(1.9%)의 행원을 내보냈지만 급여는 7133억2400만원에서 7472억1000만원으로 338억8600만원(4.7%) 늘었다.

NH농협은행 역시 직원(1만3841명→1만3631명)은 1.5%(210명) 줄었으나 급여(5504억2900만원→5862억4400만원)는 6.5%(358억1500만원) 증가했다.

항아리

은행권의 인력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절감 효과가 미미한 것은 절반이 넘는 직원이 중간관리자급 이상인 ‘항아리형’ 구조 탓으로 풀이된다. 높은 연봉을 받는 중간 직책이 많은 만큼 이들의 급여 상승률이 은행을 떠나는 인원의 인건비보다 더 높은 것.

또 내보낸 인원 가운데 중간관리직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일반 행원이 더 많았던 것도 원인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퇴사한 행원(일반직원 기준) 4512명 중 중간관리직은 1524명, 일반 행원은 2988명이었다.

이에 은행 노조는 주먹구구식 희망퇴직으로는 실질적인 인건비 절감과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산업노조 한 관계자는 “은행은 평균 근속연수가 15년으로 타 업계보다 길기 때문에 인사 적재가 심화돼 있다”며 “희망퇴직 등의 일시적인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은 노조의 희망퇴직 한계론에 대해 선을 긋는 모양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지난 1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점포는 계속 줄여나갈 것이며 인원도 불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일정 부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직원들의 자연적인 연봉 상승을 고려할 때, 급여지출액 증가폭을 희망퇴직 등으로 상쇄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총 금액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오를 수밖에 없는 금액을 최대한 줄이는 것도 인건비 절감으로 볼 수 있다”고 피력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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