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은행권, 자동차 대출 시장 “씽씽”…캐피탈 등 제2금융권 “나 떨고 있니?”
[이슈 체크] 은행권, 자동차 대출 시장 “씽씽”…캐피탈 등 제2금융권 “나 떨고 있니?”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12.1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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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저렴한 금리와 높은 대출 한도를 앞세워 자동차 담보 대출(오토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오토론 절대 강자였던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의 기세가 위축되는 등 자동차 담보 대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토론을 취급하고 있는 5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주요 은행의 대출 잔액(누적 기준)은 지난 2014년 5964억원에서 2015년 8094억원, 지난해 1조3553억원, 올해 8월 기준 2조301억원으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3년 새 규모가 3.4배나 확대된 것으로써 이용건수도 같은 기간 2만1557건에서 5만6481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반면 캐피탈은 은행권에 고객을 빼앗기며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캐피탈에서 실행된 자동차 대출 이용건수는 2014년 57만2600건에서 2015년 56만7900건, 지난해 55만6400건, 올해 8월 25만4000건으로 확연한 감소세다. 대출 잔액 역시 같은 기간 17조2000억원에서 19조3000억원으로 12.2%(2조1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에 오토론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잔액 기준)은 2014년 3.2%에서 2015년 4.1%, 지난해 6.2%, 올해 8월 9.1%로 상승했다. 반면 캐피탈은 2014년 94.3%에서 2015년 92.4%, 지난해 89.4%, 올해 86.5%로 하락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캐피탈이 위세가 여전하지만 성장세를 보면 은행의 폭풍 질주다.

은행권이 오토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위험 담보로 취급됐던 자동차 리스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 이에 대출자가 상환을 하지 못하더라도 보증보험을 통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면서 적극적인 영업이 가능해진 것.

더욱이 정부의 부동산‧가계대출 관련 규제 강화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등 영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새로운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자동차 대출이 주목 받은 요인도 있다.

개척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자동차 대출 시장에 뛰어든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0년 ‘신한 마이카(MyCar) 대출’을 내놓으며 오토론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2012년 모바일 전용 상품인 ‘써니 마이카 대출’을 추가하고 중고차 금융까지 확대한 ‘써니 마이카 중고차 대출’, 중고차 시세 조회와 허위 매물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신한 마이카 중고차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는 등 자동차 금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한은행이 자동차 금융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다른 은행들도 앞 다퉈 시장에 뛰어들었다.

KB국민은행은 ‘KB 매직카 대출’을 내놨고 우리은행은 ‘우리 카 행복대출’과 ‘위비 모바일 오토론’을, KEB하나은행은 ‘1Q 오토론’, NH농협은행은 ‘NH 간편 오토론’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은행권 오토론 상품의 강점은 캐피탈 대비 낮은 금리와 높은 한도, 긴 대출 기간을 들 수 있다. 은행 자동차 대출 금리는 신차 기준 최저 3%대다. 동일한 신용등급 조건에서 캐피탈보다 1~3%포인트 낮다. 또 보통 구매 차량 가격의 80~100% 한도인 캐피탈과 다르게 은행은 자동차 가격의 110%, 최대 1억원까지 대출 가능하다. 아울러 캐피탈은 대출 기간이 보통 5년이지만 은행은 최장 10년까지 빌릴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은행의 자동차 대출 확대는 긍정적이다. 보다 싼 가격으로 자동차 금융을 이용할 수 있게 돼 부담이 덜어진데다, 한도가 확대되면서 차량 구매의 선택지도 다양해진 이유에서다.

더욱이 은행권이 자동차 대출 시장 확대를 위해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늘리고 정보 제공을 강화하면서 소비자의 편의성과 접근성도 확대됐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자동차 구입 시 정보의 부족으로 판매원에 대한 정보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모바일로 채널이 변화돼 정보 획득이 쉬워지면서 이제는 소비자가 주도권을 잡고 자동차 금융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 대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조사한 ‘자동차금융 수요자의 특성 분석’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금융 이용률은 40~50% 수준으로 미국(81%), 독일(64%)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과거에 비해 수입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국산차도 평균판매단가가 늘어난 만큼 앞으로 자동차금융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지홍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동차 금융 시장은 자동차 판매 대수보다 평균 판매금액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자동차 평균판매단가가 상승해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해진만큼 자동차금융에 대한 니즈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상승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캐피탈사의 금리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은행권으로 자동차 금융 수요가 전환될 수 있다”며 “과거 성장세를 지속하던 비자동차 부문 리스 시장이 IMF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의 가격 경쟁력에 밀려 크게 위축됐던 것과 유사한 형태를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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