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화장품, 무인자판기에서 샀다”… 참신했지만 아직 갈 길이~
[탐구생활] “화장품, 무인자판기에서 샀다”… 참신했지만 아직 갈 길이~
  • 남경민 기자
  • 승인 2017.12.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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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경민 기자
사진=남경민 기자

[이지경제] 남경민 기자 = 커피 뽑아 마시던 무인자판기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과자와 생수를 팔더니, 이제는 반찬부터 화장품까지 없는 게 없다.

더욱이 화장품업계의 실험이 이채롭다. 화장품은 제품의 특성상 대면 판매가 불가피 한 대표적 상품 중 하나다. 이같은 상식 파괴를 대하는 소비자들은 호기심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화장품 무인자판기에서 메이크업 상품을 구입하고 있다.

화장품은 기초부터 색조까지 제품 가짓수만 해도 수백 개가 넘는다. 또 구입 전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구입한다. 기자 역시 늘 이같은 과정을 거쳤기에 화장품 무인자판기를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다면 부딪혀 봐야 하는 법. 기자 정신? 아니다. 탐구생활을 강조하는 편집국장의 무한 후배 사랑(?)에 감동하며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겨울 날씨에도 아랑 곳 하지 않고, 화장품 무인자판기 탐구에 나섰다.

실험 정신

아모레퍼시픽그룹 이니스프리가 실험에 나섰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1월 서울 여의도역사에 화장품 무인자판기 ‘미니숍(mini shop)’을 선보였다. 이후 왕십리와 국민대, CGV홍대점 등 총 5곳으로 확대했다.

지난 19일 기자가 선택한 곳은 2호선 왕십리역 인근 CGV왕십리 내에 위치한 미니숍이다. 체험에 앞서 설명부터. 화장품 무인자판기는 상품의 특성을 고려한 듯. 화장품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파우더룸인 ‘그린라운지’와 무인자판기 ‘미니숍’이 한 묶음이다.

개방형 공간인 그린라운지는 기초부터 색조까지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 상주 직원을 통한 설명도 가능. 단! 판매는 이뤄지지 않는다. 화장품 구입을 희망하는 고객은 바로 옆 무인자판기 즉, 미니숍을 이용해야 한다.

이니스프리 그린하우스. 사진=남경민 기자
이니스프리 그린하우스. 사진=남경민 기자

설명이 끝났으니. 그린라운지 입장! 이곳에는 스킨과 로션, 핸드크림 등 보습용 화장품부터 립스틱 등 메이크업 제품, 고데기 등 헤어기기가 준비돼 있다.

사진=남경민 기자
사진=남경민 기자

일반 매장과 달리 마음이 편하다. 직원들의 시시콜콜한 설명을 듣다보면 구매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중되는 일반 매장과 달랐다. 또 그린라운지에서 간단한 화장 수정도 가능해 바쁜 직장인들에게 안성맞춤일 듯. 그린라운지 영업시간은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제는 미니숍이다. 터치스크린의 ‘쇼핑하러 가기’를 누르자 기초부터 헤어샴푸까지 약 68개 제품이 화면에 나타났다. 이니스프리의 대표 히트 상품 노세범(파우더)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과 다른 디자인이 적용돼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노세범을 누르자 상품 특징과 용량을 설명하는 팝업창이 나온다. 이해가 쉽다. 일반 매장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구매를 선택했다. 화장품 선택부터 최종 구매까지 걸린 시간은 약 4분.

여기서 잠깐! 구매 팁을 전수한다. 미니숍에서 판매하는 일부 화장품은 용량이 기존 매장 제품 대비 줄어들면서 가격도 착해졌다고.

착한 소비 1단계=미니숍 판매 화장품 정보 찾기. 2단계=가까운 이니스프리 매장에서 해당 화장품 체험하기, 3단계=자신의 활동 지역과 가까운 미니숍에서 해당 화장품 구입하기(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악플은 정중히 사양한다.).

2% 부족

미니숍은 실험 단계다. 그렇기 때문에 지적 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도출된 문제점은 기기 고장 시 대처. 이 대목에서 살짝 당황했다. 기기 고장의 최초 발견자는 구매 고객이 될 확률 99%.

24시간 풀가동되는 무인자판기의 특성상 그린라운지가 문 닫은 이후에는 상주 직원이 없다. 이에 기기 고장 확인은 화장품 구매를 위해 미니숍을 찾은 고객이 될 수밖에 없다.

이니스프리 관계자가 전한 고장 신고 방법. 예를 들어 기자가 새벽 3시에 왕십리에 위치한 미니숍에서 화장품을 구입하던 중 기기 고장을 발견하게 되면 일단 화를 꾹 누르고 집으로 귀가한 후 오전 10시에 해당 점포 그린라운지 상주 직원에게 고장 사실을 알려야 한다.

미니숍 화장품 품절을 대하는 모습에서 또다시 당황. 기자가 찾은 날 미니숍은 품절의 향연. 전체 판매 상품 중 8개가 품절이었다. 더욱이 관계자 왈 “일부 화장품은 품절된 지 꽤 됐고, 언제 채워질지 모르겠다. 화장품이 주기적으로 입고되는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카드 결제만 가능하다는 것과 일반 매장처럼 포인트 사용(적립 가능)이 안 된다는 점이 아쉬웠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험 정신에 박수를. 다만 제대로 된 시스템에서 제대로 된 실험을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묻고 싶다.

총평이다.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또 일반 매장 대비 비용 절감 효과도 분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다 세심한 테스트 과정을 거치길 당부한다. 또 여행객 등이 몰리는 공항과 터미널 등에 미니숍을 배치한다면 보다 효과가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오늘의 탐구생활은 여기까지다.

한편 이니스프리 측은 기자의 탐구생활과 관련, 테스트 중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정식 오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남경민 기자 nkm@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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