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은행권, 영업점 매각 ‘속앓이’…대상 물건 중 64.3% ‘유찰’
[이슈 체크] 은행권, 영업점 매각 ‘속앓이’…대상 물건 중 64.3% ‘유찰’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12.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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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을 앞둔 은행 영업점의 모습. 은행들은 최근 점포 수를 줄이는 과정에서 소유하고 있던 유휴 부동산 매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폐업을 앞둔 한 은행 영업점의 모습. 은행들은 최근 점포 수를 줄이는 과정에서 소유하고 있던 유휴 부동산 매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유휴 부동산(영업점) 매각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다.

은행권은 비대면 금융거래 강화와 몸집 줄이기 일환으로 지점을 통폐합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영업점 정리에 나섰다. 하지만 매각 대상 물건의 가격이 만만치 않아 매수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더욱이 거듭된 유찰은 물건의 가치를 하락시켜 은행권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정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22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게시된 4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시중은행 부동산 매각 공고 및 입찰 정보를 분석한 결과, 총 42건의 공매 부동산(점포 매물 기준‧신탁 공매물 제외) 중 매각이 완료된 점포는 15곳(35.7%)에 불과했다. 금액으로는 517억8766만원. 아직도 27개 부동산, 금액으로는 약 1000억원이 묶여 있는 셈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은 올해 6곳의 유휴 점포를 매각해 278억4700만원을 벌어들였다. 신한은행은 7곳을 매각해 174억3535만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1개 지점을 각각 55억원, 10억531만원에 처분했다.

유휴 점포 매각은 최근 은행권이 추진하고 있는 몸집 줄이기의 연장선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영업점포 수는 지난해 말 3757곳에서 올해 3분기 말 3616곳으로 9개월 새 141곳(3.8%) 감소했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줄자, 점포를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은행 소유의 지점 건물을 내놓고 있는 것.

하지만 매각 과정은 신통치 않다. 매수자가 쉽사리 나타나지 않아 유찰이 연속되고 있는 탓이다.

KB국민은행은 올에 13건의 유휴 점포를 매물로 내놨지만 이중 6곳만 매각에 성공하고 나머지는 수차례 유찰을 겪었다. 특히 가장 규모가 큰 매물인 서울 영등포지점은 KB국민은행이 올해 6차례 공매를 실시했음에도 한 번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영등포지점의 최저 입찰금액은 157억1400만원에서 141억8300만원으로 15억3100만원(9.7%) 떨어졌다.

다른 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은 매물로 내놓은 17곳의 유휴 점포 중 10곳이 1회 이상 유찰되며 아직까지 팔리지 않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10곳의 매각 대상 점포 중 전북 전주시 소재 점포 1곳만 판매를 완료하는데 그쳤다. 우리은행은 대구 내당동 지점과 경남 삼천포 지점 두 곳 가운데 1곳(대구 지점)만 겨우 매각을 완료했다.

“본점도 팔자”

올해 KB국민과 KEB하나은행은 본점으로 쓰였던 건물을 매물로 내놨다. 신사옥을 완공하거나 은행의 핵심 부서들을 다른 지역에 이전하면서 필요성이 적어진 구 본점 건물의 정리에 나선 것.

KEB하나은행은 올해 7월까지 본점으로 사용하던 서울 을지로 옛 외한은행 본점 건물을 매각 대상에 올렸다. 옛 하나은행 본점을 허물고 그 자리에 지은 신사옥이 완공되면서 판매에 나선 것. 이 건물은 부영그룹이 9000억원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해당 건물은 매각 후에도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매각된 건물에 임차해 들어가는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 역시 지난 8월 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인 ‘안젤로고든’을 서울 명동 본점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현재 이 건물에는 은행의 여신그룹과 중소기업금융그룹이 입주해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안젤로고든은 명동 본점 건물을 허물고 새로 개발할 예정이다. 때문에 KEB하나은행과 같이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임차해 계속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유휴 영업점은 규모와 입지조건 등의 이유 때문에 일반 상가와 달리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어 매수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며 “보통 상가 건물 공매는 한 번에 매각이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수요가 나타날 때까지 여유를 가지고 매각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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