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끊이지 않는 보이스피싱 피해…끝없는 ‘창과 방패’ 대결
[기자수첩] 끊이지 않는 보이스피싱 피해…끝없는 ‘창과 방패’ 대결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7.12.26 0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최근 안타까운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했다. 한 2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에 속아 무려 8억원을 송두리째 날린 것. 개인 기준으로 역대 최대 피해금액이다.

사건 내용을 보면 사기범이 피해자 여성에게 검사를 사칭해 ‘본인 명의의 대포통장이 개설돼 범죄에 이용됐다’며 접근한 아주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명의 도용으로 계좌에 있는 돈이 출금될 수 있으니 조사가 끝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해주겠다면서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것. 안타깝게도 피해자는 사기범의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고, 사기범이 알려주는 4개의 대포통장 계좌로 돈을 송금했다. 사기범은 이 돈으로 암호화폐를 구입한 후 자신의 전자지갑으로 옮겨 현금화했고 종적을 감췄다.

이 과정에서 의심이 들 만한 상황도 있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회원명과 가상계좌로의 송금인명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거래가 제한된다. 때문에 사기범은 피해 여성에게 송금인명을 거래소 회원명으로 변경해 돈을 보낼 것을 지시했다. 사기임을 눈치 챌 수 있는 요구지만 피해 여성은 의심 없이 지시를 따랐고 결국 거액의 돈을 잃었다.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더욱이 금감원은 20~30대의 젊은 여성이 보이스피싱의 가장 취약계층이라며 올해에만 수차례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의 노력이 부족했던 탓일까.

금감원의 보이스피싱 근절 노력들을 보면 마냥 탓하기는 어렵다. 금감원은 올 한 해에만 22건의 보이스피싱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등 지속적으로 홍보에 애썼다. 또 보이스피싱 예방에 기여한 금융회사 직원에 포상하고, 거액의 돈을 송금하려는 고객에 대한 문진을 강화하게 하는 등 대책 마련에도 힘썼다. 이러한 활동에 따라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지난 2015년 3만2764명에서 지난해 2만7487명으로 줄이는 성과도 거뒀다.

사기범들의 수법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택배 배송 문자를 사칭해 악성코드를 배포한 뒤, 피해자의 휴대폰을 조작해 금감원 대표전화번호로 표시되게 하는 첨단 방법이 등장하기도 했다. 위의 사례처럼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돈을 세탁해 종적을 감추는 것도 올해 들어 자주 발생하는 수법이다.

금감원과 보이스피싱의 싸움은 마치 보안업계에서의 ‘창과 방패의 대결’을 연상시킨다. 보안회사가 첨단 기술을 적용해 보안을 강화해놓으면 해커는 그것을 분석, 공격해 결국 뚫는데 성공한다. 그러면 또다시 보안회사는 취약점을 보완해 시스템을 강화하고 해커는 재차 뚫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

보이스피싱을 완전히 근절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내년에도 위와 같이 전형적인 수법에 당하는 피해자들은 여지없이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 숫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금감원의 역할이다. 금감원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근절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내년에는 좀 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