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차라리 ‘성장 없는 고용’이 낫다
[기자수첩] 차라리 ‘성장 없는 고용’이 낫다
  • 이한림 기자
  • 승인 2018.01.0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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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이한림 기자 = 연말연시가 되면 1년 치 각종 경제 지표 집계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이번 결과는 놀랍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7년 만에 연 3%를 기록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잇따를 정도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성장했다. 수출은 전년 대비 15.8% 증가한 5739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으며, 원화강세도 이어져 상승 기류를 탔다. 계열사 매출을 포함한 30대 그룹의 총 매출도 지난해보다 65.4% 급증했으며 특히 부동산 호황에 따른 건설업종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춥기만 하다. 주변 사람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국민이 경제 성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의 75%를 수출이 차지했으며, 산업별로 봐도 고용 창출력이 높지 않은 반도체와 석유 화학 분야가 주를 이룬다.

한편으로는 ‘가계부채 1300조 시대’ 나 ‘월평균 가계소득 2년 간 마이너스’ 등의 악성 지표를 수출이 메우는 것을 넘어, 거시 경제 지표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점점 줄어드는 내수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국내 총생산 중 내수 비중은 1990년대에 비해 10% 넘게 줄었다. 불균형 성장도 이런 불균형이 없다.

고용 지수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청년실업률은 10%대로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신규 취업자 수 증가폭도 20만명에 불과해 정부가 목표한 34만명에 못 미친다.

정부는 고용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 정부는 ‘2018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을 32만명, 실업률은 3.7%, 고용률은 67.3%로 예측했다. 모두 2017년보다 개선된 수치다. 동시에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고용 불안을 해결해야한다. 최근 한 리서치업체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퇴사를 망설이는 이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봐도 턱을 괴게 만든다. 응답자의 53.3%는 ‘재취업이 어려워서’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고용이 확대돼도 ‘재취업이 어려워서’라는 응답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고용과 성장이 공존하는 일을 작은 축에서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지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성장에 기반을 둔 균형점을 찾길 바란다. ‘고용 없는 성장’보다 차라리 ‘성장 없는 고용’이 낫다.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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