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저금리에 수시입출금 예금 ‘쑥쑥’…“은행만 웃었다”
[이슈 체크] 저금리에 수시입출금 예금 ‘쑥쑥’…“은행만 웃었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1.11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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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금융 고객이 은행에서 언제든지 예금한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 즉, 요구불 예금이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구불 예금의 이자 수익은 ‘제로금리’ 수준이다. 또 요구불 예금 잔액이 많을수록 시중에 도는 돈이 줄어 통화 정책에 걸림돌이 된다.

반면 은행은 값싼 비용으로 조달한 요구불 예금을 토대로 수십 배의 이득을 벌어들일 수 있다. 은행만 ‘땅 짚고 헤엄치기’식이다.

1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NK기업은행) 주요 은행의 원화 예수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요구불 예금 잔액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164조272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46조6418억원) 대비 12%(17조6302억원) 증가했다.

은행의 예금상품은 크게 요구불 예금과 저축성 예금으로 분류된다. 이 중 요구불 예금은 예금주가 언제든지 입금 및 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직장인 급여통장이나 기업 자금거래 통장 등 흔히 볼 수 있는 입출금통장이 이에 해당한다.

요구불 예금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최근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6년부터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은행의 정기 예‧적금 등 저축성 예금 이율도 1%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에 저축성 예금으로는 큰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지자 대신 자유롭게 현금을 인출해 쓸 수 있는 요구불 예금으로 돈이 몰린 것.

실제로 은행 저축 예금 잔액 추이를 살펴보면 2015년 3분기말 817조6195억원에서 2016년 3분기말 874조9347억원으로 7%(57조3152억원) 증가했다. 이어 지난해 3분기에는 928조2945억원으로 전년 대비 6.1%(53조3598억원) 늘어나는데 그쳐 증가세가 둔화됐다.

반면 요구불 예금 잔액의 같은 기간 증가율은 △2015년 3분기(134조8936억원)부터 2016년 3분기(146조6418억원)까지 8.7%(11조7482억원) △2016년 3분기말부터 지난해 같은 기간(164조2720억원)까지 12%(17조6302억원) 늘어 증가세가 확대됐다. 규모 면에서는 저축 예금이 크지만 최근 증가폭은 요구불 예금이 더 높았다.

그래픽=이민섭 기자
그래픽=이민섭 기자

은행별 요구불 예금 증감 현황을 보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IBK기업은행이다. 2015년 3분기 25조6862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37조1837억원으로 2년 동안 44.8%(11조4975억원) 증가했다.

이어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37조8086억원→48조4821억원으로 28.2%(10조6735억원) 증가 △신한은행 22조9852억원→29조1228억원으로 26.7%(6조1376억원) 증가 △KEB하나은행 7조6976억원→9조2077억원으로 19.6%(1조5101억원) 증가 △NH농협은행 31조4301억원→31조5027억원으로 0.2%(726억원) 증가 순이었다.

유일하게 우리은행만 요구불 예금이 9조2858억원에서 8조7731억원으로 5.5%(5127억원) 감소했다.

0.12

요구불 예금은 예금자가 인출을 요구할 경우 언제든지 조건 없이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운용이 불안정한 자금으로 취급된다. 따라서 금리도 최저로 책정돼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금리비교공시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은행들의 요구불 예금 상품의 평균 금리는 잔액이 △500만원 이상 연 0.12% △1000만원 이상 연 0.18% △3000만원 이상 연 0.25% △5000만원 이상 연 0.51% △1억원 이상 연 0.75%이다.

즉, 예금자가 1000만원을 예치해도 1년 이자수익이 1만8000원(세전 기준)에 불과해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다.

더욱이 요구불 예금 잔액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예금주들이 은행에 돈을 쟁여두기만 할 뿐, 소비와 투자 등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보통 저금리 시대일 때는 은행 예금 대신 소비와 투자가 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내 예금은행의 요구불 예금 회전율은 16.5회로 지난 1987년 1월(16.3회) 이후 가장 낮았다.

요구불 예금 회전율은 예금 지급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값으로, 회전율이 낮을수록 경제주체들이 돈을 쓰지 않음을 의미한다. 시중에 돈이 제대로 회전되지 않으면 향후 통화정책에 제약이 발생할 우려가 생긴다.

반면 은행 입장에서는 요구불 예금이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이자가 싼 만큼,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마진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연 0.1% 금리로 조달한 요구불 예금 자금을 단기성 대부인 콜론(call loan) 등에 활용한다면 수십 배의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지난 10일 기준 콜론의 기준금리인 콜금리는 연 1.51%로 이론상으로는 15배에 달하는 예대마진이 남는 것.

때문에 요구불 예금 잔액이 증가하는 현상은 은행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들은 요구불 예금이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그 폭은 크지 않다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요구불 예금은 저원가성 예금이라 이를 활용해 대출이나 투자 상품 등을 운용한다면 얻는 마진폭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결국은 단기자금이라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없고, 지급준비금도 확보를 해놔야 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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