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국책은행, 꼼수 채용 논란…청년 인턴 중 정규직 전환 ‘제로’
[이슈 체크] 국책은행, 꼼수 채용 논란…청년 인턴 중 정규직 전환 ‘제로’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1.15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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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KDB산업과 IBK기업,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최근 3년 간 수천명의 청년 인턴을 채용했지만 이들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력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책은행들의 꼼수 채용은 정부 권고안 및 경영 평가 때문에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공공기관 청년 인턴 가이드라인을 통해 청년 인턴 채용을 권고하고 이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국책은행들의 이같은 채용 행태는 청년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1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시시스템 알리오에 등록된 3개(KDB산업·IBK기업·한국수출입은행) 국책은행의 ‘신규채용·유연근무·청년인턴 채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선발한 청년 인턴은 총 2314명이다.

은행별로 보면 IBK기업은행은 이 기간 동안 매년 500명씩, 총 1500명의 청년인턴을 채용했다. KDB산업은행은 △2015년 164명 △2016년 150명 △2017년 150명을 뽑았다. 수출입은행도 △2015년 109명 △2016년 114명 △지난해 127명을 선발했다.

은행/연도 2015년 2016년 2017년
KDB산업은행 164명 150명 150명 464명
한국수출입은행 109명 114명 127명 350명
IBK기업은행 500명 500명 500명 1500명
773명 764명 777명 2314명

하지만 총 2314명 가운데 정규직 전환 등 직접 채용을 목적으로 모집이 이뤄진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공공기관 청년인턴은 ‘채용형’과 ‘체험형’으로 구분된다. 채용형 인턴은 정식 고용을 목적으로 모집해 인턴 기간을 마치고 일정 기준 이상의 근무 평가를 받으면 정규직 전환으로 이어진다.

반면 체험형 인턴은 정규직 채용이나 재계약 없이 특정 기간 동안 업무를 경험하는 수준에 그친다.

2314명 중 정규직 채용 인원이 전무했던 것도 국책은행들이 ‘체험형’으로만 청년 인턴을 모집했기 때문이다.

눈치

금융권 일각에서는 국책은행들이 정부 눈치를 살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08년부터 공공기관 청년 인턴 가이드라인을 통해 청년인턴 채용을 권고하고 이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공공기관 청년인턴 제도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정부출연기업 등에서 미취업 청년층을 인턴으로 채용해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국책은행들이 직접고용과는 무관한 체험형 인턴만을 고집하면서 정부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더욱이 체험형 인턴으로 채용된 청년들이 ‘열정 페이’를 강요당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국책은행들의 청년 인턴 채용 공고를 보면 보통 주 40시간, 1일 8시간 전일제로 근무한다. 일반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는 근무 시간이다. 또 인턴 기간 동안에 학업 병행은 제한된다. 사실상 다른 취업 활동이 불가능한 근무 환경인 것.

청년 인턴들의 저임금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책은행 청년인턴의 급여를 보면 세전 기준 △KDB산업은행 월 150만원 △IBK기업은행 월 140만원 △수출입은행 월 137만원이다. 4대 보험료 등 근로자 부담 부분을 제외하면 청년 인턴들이 실질적으로 받는 금액은 120~140만원대로 최저임금에 근접한 수준이다.

체험형 인턴들은 인턴기간 종료 후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한다. 기획재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체험형 인턴은 근무기간을 1~5개월 범위 내에서 설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 실업급여 수급 자격요건은 실직 전 기준 기간 18개월 내에서 고용보험에 가입한 기간이 180일 이상이어야 한다. 때문에 근무기간이 최대 5개월인 청년 인턴은 실업급여 수급대상에 제외된다.

결국 인턴 종료 후 청년들에게 남은 것은 수료증 한 장과 이력서에 쓸 ‘스펙’ 한 줄 뿐인 셈이다.

희망고문

국책은행들은 논란이 거세지자 체험형 인턴이 단순 직무 경험에서 끝나지 않고, 공채 지원 시 서류 전형 면제 등 ‘인센티브’로 이어진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체험형 인턴이라고 해서 채용과 아예 무관하지는 않다. 인턴 기간 종료 후 업무평가 등을 통해 절반 가량은 우수인턴으로 선발해 공채 지원 시 서류전형 면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며 “이 혜택과 인턴 경험을 통해 공채에서 선발된 인원도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류전형 면제 등이 적절한 혜택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청년 인턴들은 앞선 인턴 채용에서 이미 서류 전형을 통과한 경험이 있기 때문.

최근 공공기관 인턴 지원자가 늘면서 채용절차가 공채 만큼이나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실제로 KDB산업은행의 인턴 채용 공고와 공채 공고를 비교해보면 제출 서류, 어학 성적 등 지원요건이 대동소이하다. 경쟁률도 20대 1을 훌쩍 넘는다.

이렇듯 청년 인턴 자체도 공채만큼 선발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인센티브라고 내놓은 서류전형 면제는 국책은행들의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체험형’을 고집하는 공공기관들의 인턴제도가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게 ‘희망고문’으로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이조은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인턴에게 잡무 등 많은 일을 시키면서도 채용보장 등의 정당한 대가를 제시하지 않는 것은 청년들에 대한 희망고문”이라며 “인턴 경쟁률이 굉장히 높은 추세지만 해당 기업 채용에서 큰 변별력을 갖지는 않는다. 체험형 인턴이라는 것이 청년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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