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금융지주의 이중잣대?…직원은 ‘집으로!’ 회장님은 ‘영전’
[이슈 체크] 금융지주의 이중잣대?…직원은 ‘집으로!’ 회장님은 ‘영전’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1.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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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교중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김한조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왼쪽부터)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교중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김한조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금융지주사의 요직을 차지했던 주요 임원들이 퇴임 후 사실상 영전(榮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에서 물러난 금융지주의 전직 회장이나 부회장, 계열 은행의 은행장, 본부장 등 인사들이 지주사 산하의 재단 이사장‧이사‧감사 등으로 거취를 옮기고 있는 것. 흡사 금융 ‘노인정’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금융지주사들은 비대면 거래 강화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상시화 된 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직원들을 집으로 보내는데 혈안이 돼 있다. 반면 정년이 지난 전직 임원들에게는 되레 일자리를 챙겨주고 있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그룹은 산하 장학‧공익 재단 이사장에 전임 경영진들을 앉혀두고 있다.

먼저 신한금융은 산하 ‘신한장학재단’ 이사장 자리를 한동우(70) 전 신한금융 회장이 차지하고 있다. 한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신한금융 회장으로 재직하다 조용병 현 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겸임하던 신한장학재단 이사장 자리는 회장 퇴임 1년이 가까워지도록 내려놓지 않고 있다.

이는 전임 회장‧이사장도 마찬가지다. 신한장학재단 1대 이사장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은 2010년 11월 지주 회장직에서 퇴임했지만 장학재단 이사장직은 2년 동안 더 유지하다가 2012년 10월이 돼서야 물러났다. 한 전 회장도 당시 전철을 밟고 있는 모양새다.

하나금융그룹도 사회공헌 재단 이사장직을 모두 전 부회장들이 꿰차고 있다. 하나금융은 과거 하나‧외환은행 두 은행을 금융지주 산하로 두고 있었던 만큼, 각 은행이 출연한 재단 두 곳이 은행 통합 이후에도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옛 하나은행이 출연한 하나금융공익재단의 현 이사장은 윤교중(74)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다. 윤 전 부회장은 하나은행 출신으로 상무‧전무이사, 총괄 부행장을 거쳐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하나금융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이 기간 동안 하나금융의 기업금융부문 부회장도 겸임했다. 이후 2009년 1월 일선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하나학원 이사로 갔다가 2012년 10월부터 현재까지 하나공익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옛 외환은행이 출연한 하나금융나눔재단(구 외환은행나눔재단)은 외환은행장 출신인 김한조(62)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은 2014년부터 외환은행장을 역임한 뒤 통합하나은행(현 KEB하나은행) 출범 이후 2016년까지 하나금융 부회장으로 일했다.

각 재단 이사장직에 출연 은행 출신 전직 임원들을 배치해 자리보전을 해준 꼴이다.

이사장직은 현직 회장‧은행장이 맡지만 이사나 감사 자리에 전직 임원을 배치한 경우도 있었다.

우리은행은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의 이사장을 손태승 행장이 맡고 있지만, 이사로 이종휘(69) 현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을 앉혔다. 이 이사장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은행 은행장을 지냈다.

국책은행도 마찬가지였다. IBK기업은행은 이창용 전 기업은행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을 IBK행복나눔재단 이사로 선임했다. KDB산업은행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산업은행 부총재를 지냈던 김종배(68) 법무법인 광장 상임고문을 감사로 두고 있다.

전관예우

금융지주와 은행의 이같은 ‘전관예우’는 최근 몸집 줄이기 행보와는 반대되는 양상이다.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매년 희망퇴직을 실시해 행원들을 내보내면서, 반대로 전 임원들은 이사장‧이사로 모시면서 일자리를 챙겨주는 모양새인 탓이다.

실제로 재단에 전 임원을 앉힌 5개(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KDB산업은행) 은행의 직원 수 현황을 보면 2016년 9월 5만9554명에서 지난해 9월 5만7665명으로 1년 새 1889명에 달하는 행원들이 은행을 떠났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사의 공익 재단 운영 방식부터 잘못됐다며 재단 요직을 제공하는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지주의 공익재단은 전‧현직 임원이 이사장 등에 있어 명백한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 이는 과거에도 법적 논란을 야기했다”면서 “지주사와 공익재단 관계가 논란이 많은 상태에서 전직 임원을 데려다 자리를 마련해주는 등의 행위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지주와 은행권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과 재단 이사장 임기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회장에서 물러났어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며 “재단 이사장과 이사를 어떤 기준으로 선임하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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