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은행 ‘유리천장’ 깨지나, 잇딴 女임원 인사…‘여풍(女風) or 문풍(文風)?’
[이슈 체크] 은행 ‘유리천장’ 깨지나, 잇딴 女임원 인사…‘여풍(女風) or 문풍(文風)?’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2.0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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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여초’ 직장의 대명사 은행권의 ‘유리천장’이 깨지기 시작했다.

최근 이뤄진 정기 인사에서 본부장‧그룹장‧부행장 등 임원 자리에 여성 인재가 다수 승진한 것.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권에 불고 있는 여풍(女風)이 ‘여성 친화적’ 정책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 맞춘 코드 인사 즉, 문풍(文風)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일시적 현상을 경계하는 이같은 목소리는 임원 승진을 앞둔 부장급(지점장)에서 여성 비중이 현저히 낮다는데서 비롯됐다. 5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 주요 은행의 부장급은 총 1060명 중 여성은 66명으로 6.2%에 불과하다. 10명 중 1명도 안 되는 여성이 ‘유리천장’깨기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이민섭 기자
그래픽=이민섭 기자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최근 마무리 된 올해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관리자‧임원 직급에 여성 인재를 대거 등용시켰다.

가장 먼저 출발선을 끊은 곳은 NH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 시행된 연말인사에서 장미경 국제업무부장을 신임 부행장보로 선임했다. 2012년 우명자 전 부산영업본부장(부행장보)의 임원 승진 이후 6년 만에 탄생한 두 번째 여성 임원이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서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여성 임원 승진이 있었다.

우리은행에서는 정종숙 강남2영업본부장이 자산관리(WM)그룹장 겸 상무로 승진했다. 정 상무는 지난해 은행 영업 격전지인 강남권에서 강남2영업본부장으로 활약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KEB하나은행은 백미경 소비자보호본부장을 전무로 승진시켰다. 백 전무는 하나은행의 영업1부 PB와 골드클럽본점 PB를 거쳐 성북동과 정자중앙‧신반포‧잠원역 등 굵직한 지점의 지점장을 지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인사에서 새로운 여성 임원 탄생은 없었다. 그러나 기존 8명의 부행장을 3명으로 줄이는 등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중 박정림 WM그룹 부행장이 유일하게 유임되며 자리를 지켰다. 박 부행장은 KB금융지주와 KB증권의 자산관리총괄 부사장도 겸직한다.

국책은행들도 여성 부서장 발탁에 적극 동참하는 모양새다.

사상 첫 여성 은행장을 배출했던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15일 실시된 상반기 인사에서 박귀남 서여의도지점장을 여성본부장으로, 엄미경 용인지점장을 본부장에 준하는 1급 지점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수출입은행도 지난달 10일 인사를 통해 심사평가단과 여신제도팀, 정보시스템부, 인프라금융팀, 외화자금1팀 등 주요 부서장을 여성 인재들로 채워 넣었다.

코드?

은행권의 이같은 여성 인재 발탁은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페미니스트 대통령’임을 자처하며 여성 친화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을 10%로 높이고, 공공기관 여성 임원은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따라 외교부와 국토교통부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 장관(강경화‧김현미 장관)을 배출했다. 국가보훈처장에도 피우진 예비역 중령이 임명되는 등 정부기관에서의 여성 인재 발탁이 활발하다. 은행권도 이런 정부 기조에 발맞춰 코드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은행권에 부는 여풍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여성 대통령 탄생에 맞춰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며 여성 은행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내 몇 년 안가서 식어버린 전례가 있는 탓이다.

더욱이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는 부장급에서 여성 비중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상정(정의당) 의원실이 제공한 ‘은행의 임직원 승진 현황’에 따르면 5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 주요 은행의 여성 관리직 비중은 총 1060명 가운데 여성은 66명(6.2%)에 불과했다. 이밖에 부지점장(부부장)도 남성은 1653명인데 반해 여성은 233명(12.4%)으로 10명 중 한 명을 겨우 넘겼다.

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여성 직원들은 정기예금이나 펀드 등 수신이나 자산관리 등으로 업무가 한정돼 있어서 승진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직급과 업무에서 여성할당제를 구체적 비율로 지정해 여성 인재를 육성해야 나중에 자연스럽게 임원으로 올라갈 인재 풀도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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