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로드샵 화장품 원가 얼마?”…더페이스샵‧미샤 등 ‘치킨 게임’ 혈안
[탐구생활] “로드샵 화장품 원가 얼마?”…더페이스샵‧미샤 등 ‘치킨 게임’ 혈안
  • 남경민 기자
  • 승인 2018.02.0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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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남경민 기자 = 이니스프리와 더페이스샵, 미샤 등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들이 연 평균 61일 간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제 살을 깎아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의 이른바 ‘치킨 게임’은 정상 판매 기간에는 손님 발길이 뚝 끊기고, 할인 행사에만 사람이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주요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가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 이미 로드샵 화장품을 애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상 가격 구매는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쉬운 손님)’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할인을 멈출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가 자충수를 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애초에 가격 거품을 없앴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에 골몰했던 소비자 기만이라는 지적이다.

7일 네이처리퍼블릭과 더페이스샵, 미샤, 스킨푸드, 토니모리, 더샘,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이츠스킨, 클리오 등 총 10개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의 지난해 멤버십 할인 및 1+1, 마일리지 더블 적립 등 행사 날짜를 조사한 결과, 총 613일(브랜드별 중복 포함)로 나타났다. 이는 연평균 61일, 매달 5일씩 할인 행사를 진행한 셈이다.

조사 대상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들은 행사 기간 동안 최소 10%에서 최대 50%의 할인을 적용했다. 또 적립은 최소 6%에서 최대 36% 추가 적용하며 소비자를 유혹했다.

‘연쇄 할인마(벨브의 창시자인 게이브 뉴웰이 게임 판매사이트 스팀에서 게임 세일을 자주해서 생겨난 신조어)’급 할인 행사는 매출 상위 업체가 주도하고, 중하위권이 쫓는 모습이다.

지난해 할인 행사를 가장 많이 실시한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는 더페이스샵으로 무려 90일 동안 세일을 진행했다. 이 업체의 2016년 기준 매출액은 5638억원으로 관련 업계 2위 수준이다.

이어 이츠스킨(2675억원/ 5위) 87일, 미샤(3836억원/ 3위) 73일, 네이쳐리퍼블릭(2618억원/ 6위) 67일 등이다.

반면 매출 기준 10위 더샘(1400억원)은 65일, 9위 스킨푸드(1686억원)는 49일, 8위 클럽클리오(1964억원)는 59일 동안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 매출 1위 이니스프리(7679억원)의 할인 행사는 37일에 불과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 등으로 승부를 건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악순환

그래픽=남경민 기자
그래픽=남경민 기자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들이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벌인 할인 행사는 결국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금융감독원에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에이블씨엔씨와 토니모리, 클리오 등 3개사의 수익성을 조사한 결과, 에이블씨엔씨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448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51억원, 29억원을 기록했다.

미샤가 지난해 단행한 할인 기간은 73일. 판매 확대에 열을 올렸지만 매출은 전년 대비 8.8%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5.3%, 56.6% 급감했다.

토니모리와 클리오도 마찬가지. 토니모리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대비 45.5% 줄어든 103억원, 클리오는 62.1% 급감한 88억원에 머물렀다.

토니모리 홍보대행사 브릿지컴퍼니 김태경 과장은 “토니모리뿐만 아니라 로드샵은 매월 특정 기간 동안 세일을 진행한다. 지난해 실적 악화는 기존의 세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사드 문제 등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연쇄 작용 한 것”이라며 “연쇄 세일에 따른 실적 악화는 어폐가 있는 부분”이라고 반론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 등은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의 할인 행사는 통상적인 ‘세일’ 개념을 넘어선 일종의 소비자 기만이라는 지적이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지속적은 할인은 결국, 정가가 거품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의 이 같은 상술은 소비자 기만일 뿐만 아니라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남경민 기자 nkm@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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