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체크] 은행권, ‘A+’ 성적표에도 ‘침울’…‘이자놀이‧채용 비리’에 얼굴 화끈
[이슈 체크] 은행권, ‘A+’ 성적표에도 ‘침울’…‘이자놀이‧채용 비리’에 얼굴 화끈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2.12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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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지난해 10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이고도 대놓고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A+’ 성적표에도 침울한 이유는 은행권을 둘러싼 시선이 싸늘하기 때문.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덕분(?)에 이른바 ‘땅 짚고 헤엄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금융권 적폐로 불리는 채용비리가 동시 다발적으로 드러나며 비판 여론이 거세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신한·하나·농협금융) 금융지주사와 우리은행은 지난해 총 10조63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였다. 이는 전년(7조8310억원) 대비 35.9%(2조8075억원) 늘어난 규모다.

조사 대상 모두 순이익이 늘었지만 증가세 고저에서는 차이점을 나타냈다.

농협금융 순이익은 전년 대비 167.9%나 급증했고, KB와 하나금융도 50%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우리은행과 신한금융은 각각 19.9%, 5.2% 늘어나는데 그치며 비교적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래픽=이민섭 기자
그래픽=이민섭 기자

은행권 지각변동도 주목된다. 리딩뱅크를 고수하던 신한금융은 KB금융에게 자리를 뺏겼다. 3·4위권 쟁탈전에서도 하나금융이 우리은행을 밀어냈다.

KB금융은 지난해 3조311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2조1437억원)보다 무려 1조1682억원(54.5%) 급증한 규모다. 이같은 호실적에 KB금융은 지난 2008년 이후 9년 만에 리딩뱅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또 2016년 순익 2조원을 돌파 후 1년 만에 3조원을 넘어서면서 2011년 신한금융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3조 클럽’에 입성하게 됐다.

반면 신한금융은 2조917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2조7748억원) 대비 5.2%(1431억원) 증가하는데 그치며 리딩뱅크 자리를 뺏겼다. 또 3조 클럽 재입성에도 실패했다.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이 역성장하는 등 실적부진에 빠진 것이 뼈아프다.

양 금융지주사의 계열 은행 실적을 보면 더 뚜렷해진다.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은 2조1750억원으로 전년(9643억원) 대비 125.6% 급증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1조7110억원으로 전년(1조9590억원)보다 오히려 11.8%(2293억원) 줄어들면서 KB국민은 물론 KEB하나은행(2조1035억원)에도 뒤쳐졌다.

유승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신한지주 및 은행의 희망퇴직 관련 판매관리비가 2852억원 가량 늘었고, 대손충당금전입 및 유가증권감액손실 관련 비용도 2600억원 발생한 것이 실적 부진의 원인”이라며 “순이익 부진은 구조적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비용증가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매년 일진일퇴하던 3·4위 싸움도 하나금융이 우세를 점했다. 하나금융은 전년(1조3305억원) 대비 53.1%(7063억원) 증가한 2조36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처음으로 2조 클럽에 진입했다. 계열 은행인 KEB하나은행도 2조103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조3727억원) 대비 53.2%(7308억원) 더 벌어들였다.

반면 우리은행은 1조5121억원을 기록, 전년(1조2610억원) 대비 19.9%(2511억원) 늘어나는데 그쳐 순위가 밀려났다.

이밖에 농협금융은 8598억원을 벌어들이며 전년(3210억원)보다 무려 167.9%(5388억원) 늘었다. 농협금융은 매년 농협중앙회에 부담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포함하면 실제 순이익은 1조1272억원이라는 설명이다. 계열인 NH농협은행 역시 2016년 1111억원에서 지난해 6521억원으로 순이익이 486.9%(5410억원) 증가했다.

편승

역대급 수익을 거뒀지만 은행권은 쉽게 웃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크게 좋아진 것은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편승해 대출을 늘리며 막대한 이자이익을 벌어들인 탓이다.

4대 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지난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33조784억원으로 전년(29조9982억원) 대비 10.3%(3조802억원) 늘었다.

금융사별로 보면 KB금융이 2016년 6조4025억원에서 지난해 7조7100억원으로 20.4%(1조3075억원)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어 △하나금융 4조6420억원→5조1095억원으로 10.1%(4675억원) △신한금융 7조2050억원→7조8430억원으로 8.9%(6380억원) △농협금융 6조7297억원→7조1949억원으로 6.9%(4652억원) △우리은행 5조190억원→5조2210억원으로 4%(2020억원) 순으로 늘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2016년부터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등 ‘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하지만 은행·지주사들의 대출은 오히려 늘면서 이자수익만 높아졌다. 은행·지주사의 이같은 이자수익 확대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도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여전히 이자이익 의존성이 높은 은행권의 수익구조가 해결돼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은행권 채용비리도 웃지 못하는 원인이다. 앞서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지난해 11월 채용비리 의혹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현재 채용비리 의혹이 일고 있는 KEB하나와 KB국민은행도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

더욱이 두 은행은 금융지주사 회장들(KB금융 윤종규,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셀프연임 논란으로 노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은행·지주들이 수익에만 목 맬 것이 아니라 준공공기관으로서의 금융기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 등 금융기관은 단순히 이익을 내는 회사가 아니라 국민의 예금을 관리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등 준공공기관이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며 “수익성에만 연연하지 말고 금융기관으로서의 위치와 역할을 되새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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