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중은행의 아쉬운 채용비리 대처…“덩칫값 좀 해라”
[기자수첩] 시중은행의 아쉬운 채용비리 대처…“덩칫값 좀 해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2.1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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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지난해 우리은행의 채용비리가 터져 나온데 이어 올해도 은행들의 부정 채용 정황이 속속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번엔 다섯 곳이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KB국민과 KEB하나은행에서 채용비리 정황이 발견됐다. 지방은행 가운데는 광주‧부산‧대구은행 3곳에서 드러났다. 이들 5개 은행에서 적발된 채용비리는 총 22건에 이른다.

앞서 은행권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이 드러난 직후 채용시스템에 대한 자체 점검을 실시했다. 여기서 은행들은 부정청탁과 이에 따른 채용사례가 전혀 없다고 금융‧감독당국에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조사해보니 이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 은행들의 뻔뻔한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다.

이번에 밝혀진 은행의 채용비리 형태는 대동소이하다. 채용 청탁을 받은 VIP명단 관리, 이를 통한 임원‧지인 등 자녀의 특혜 채용, 특정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등. 특히 임원의 지인이나 자녀를 특혜로 채용한 것은 5개 은행 전부에서 나타난 공통 사항이다.

취업 전선에서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은행은 ‘수저 계급론’을 다시 한 번 꺼내들며 비웃은 것.

은행은 일반 기업과는 달리 국민의 재산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관이다. 때문에 준공공기관급으로 인식되며 보다 높은 도덕성과 신뢰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연달아 터져 나온 채용비리 의혹은 이러한 것들을 죄다 갉아먹고 있다.

이럼에도 대부분 은행들은 반성이나 사과, 재발 방지 노력은커녕 “사실이 아니다”며 일축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순이익 기준 1, 2위를 달리는 KB국민과 KEB하나 두 시중은행은 의혹을 부인했다.

임원 지인 특혜 채용을 위해 전형 공고에 없던 ‘글로벌 우대’를 적용하고,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를 선발하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KEB하나은행은 “글로벌 인재는 해외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별도 심사를 진행해 채용했다”며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채용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직원들은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의해 채용됐다”며 해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두 은행은 모두 “향후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사실이 완전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입을 닫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두 은행의 대처는 채용비리 의혹이 드러나자 즉각 사과문을 내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광주은행과는 확연히 대조된다.

인사담당 부행장보가 자녀의 2차 면접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광주은행은 사과문을 통해 “2015년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은행 내부에서는 이 사실을 채용절차가 끝난 이후에 인지해 당사자인 임원과 인사담당 부장을 전보 조치하고 향후 동일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반조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광주은행은 또 “현재 이들은 모두 은행을 퇴사한 상태”라며 “채용의 공정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응시자의 이해관계인이나 지인은 면접 등 채용절차에 일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연간 순이익이 2조원을 넘는 대형 시중은행 두 곳이 이익규모가 본인들의 수 십분의 일에 불과한 지방은행보다 미흡한 대처를 하고 있는 꼴이다.

물론 아직 의혹에 불과한 만큼 은행들의 채용비리가 전부 사실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정황이 외부로부터 포착됐다면, 무조건적인 부인보다는 혹시나 모를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내부 점검 이행 등을 선행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혹여 향후에 전면 부인했던 채용비리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 때 가서는 어떠한 변명을 들고 나올지 의문이다.

두 시중은행에 말하고 싶다. “덩칫값 좀 해라”라고.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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