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앱 통합 박차…편의성 때문인데, 속도는 어쩌죠?
[이지 돋보기] 은행권, 앱 통합 박차…편의성 때문인데, 속도는 어쩌죠?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3.0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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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고객 편의를 위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모바일뱅킹 앱(어플리케이션) 통합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은행권은 모바일뱅킹이 활성화되자 금융 서비스 질 향상을 목적으로 각종 앱을 쏟아냈다. 저마다 우수한 기능을 강조했지만 이용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에 은행권은 하나의 앱으로 모든 금융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통합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성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에 등록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 은행의 앱은 총 80개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이 21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국민과 신한은행이 각각 16개, 우리은행 12개, KEB하나은행 8개, IBK기업은행 7개 순이다.

앱이 넘쳐나는 이유는 은행권이 주요 모바일뱅킹과 비대면 전용 뱅킹, 환전, 자산관리, 앱카드, 가계부, 본인인증 등의 서비스·기능을 세분화해 내놓은 까닭이다. 때문에 고객들은 사용하려는 앱을 일일이 설치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심지어 한 개의 모바일뱅킹 앱을 이용하기 위해 2~3개의 다른 앱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경우도 잦다.

예를 들어 A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인 ‘A뱅킹’을 이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해당 앱은 물론 원활한 로그인을 위한 인증 앱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이후 잔액조회‧계좌이체 등 단순 은행업무만 사용한다면 문제없지만, 메신저‧음성인식‧챗봇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해당 기능을 지원하는 앱을 별도로 내려 받아야 하는 식이다.

심지어 가계부를 작성하거나 고객 상담을 받으려면 따로 앱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실제로 이용하려는 서비스에 필요한 앱이 어떤 것인지 혼란스럽거나, 사용 빈도가 거의 없는 앱을 다운받아야하기도 한다.

이에 주요 은행은 하나의 앱에서 대부분의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이 은행은 지난달 22일 기존 ‘신한S뱅크’와 ‘써니뱅크’, 스마트 실명확인, 온라인 등기 등 6개 앱을 통합한 ‘쏠(SOL)’을 출시했다. 쏠은 통합 전 앱에서 제공했던 서비스들을 모두 지원한다. 번거로운 화면 이동 없이 메인화면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해결할 수 있는 등 편의성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아직 결과물을 정식으로 내놓은 곳은 신한은행뿐이지만 다른 은행들도 앱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연내 기존의 스마트알림과 인증 등을 하나의 앱으로 통합 거래가 가능한 슈퍼앱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8월 모바일뱅킹인 ‘올원뱅크’를 개편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간편화하고 회원가입 절차를 줄이는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KEB하나은행도 올 상반기 안으로 기존 앱에 고객 상담과 환율, 가계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들을 통합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사용빈도가 적은 6개의 앱 서비스를 종료하고 통합 앱 준비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통합인증과 신분증 스캔 기능 등 기존에 별도로 존재했던 앱을 모바일뱅킹에 내재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무겁다”

앱 통합은 이용자의 혼란을 막고 사용 편의성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기능을 한 곳에 우겨넣다보니 필연적으로 앱이 ‘무거워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

실제로 신한은행 ‘쏠’의 용량이 106MB(메가바이트‧구글플레이 설치 기준)로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84MB)’과 NH농협은행의 ‘올원뱅크(37MB)’, KEB하나은행의 ‘1Q뱅크(84MB)’ 등보다 크다.

무거운 앱은 용량이 크기 때문에 저장 공간을 더 많이 차지하는 것은 물론 단일 앱과 비교했을 때 구동이 느려지는 단점이 발생한다. 그동안 은행들이 번거롭게 앱을 따로따로 내놓은 후 통합에 미적거린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더욱이 모바일뱅킹 이용자 대다수는 조회, 이체 등 단순 은행 업무를 주로 사용한다. 때문에 단순 이용자에게 통합 앱은 되레 편리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뱅킹 앱은 이용자마다 기기(스마트폰‧태블릿)의 종류와 사양이 제각각이라 개발‧출시할 때 저사양 고객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검토한다”며 “통합 앱이 당장에는 고객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향후 업데이트까지 고려하면 구동이 느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성능이 좋지 않은 기기로 이용하는 고객이 불편을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사용빈도가 높은 기능만을 골라 통합하고, 최적화 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만큼 속도 저하 등의 우려는 없다는 반박도 무시할 수 없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통합 앱이라고 기존에 있던 기능을 전부 합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능을 선별하기 때문에 용량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면서 “개발 과정에서 최적화 부분을 염두하고 출시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한다면 구동 속도 저하 등의 우려는 해소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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