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시중은행 평균 연봉 1억 돌파 ‘목전’
[이지 돋보기]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시중은행 평균 연봉 1억 돌파 ‘목전’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3.0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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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지난해 시중은행 평균 연봉이 9000만원을 돌파하며 ‘1억 고지’를 눈앞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신의 직장’이라는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권은 인터넷‧모바일 뱅킹 활성화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고강도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이에 지난해에만 4000여명에 달하는 행원이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갔다.

평균 연봉 상승은 실적에 따른 성과가 반영됐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퇴직자들이 연봉 상승에 한몫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8일 전국은행연합회에 제출된 4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시중은행의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 은행의 평균 연봉은 9125만원으로 전년(8275만원) 대비 10.3% 늘어났다.

그래픽=한지호 기자
그래픽=한지호 기자

은행별로 보면 KEB하나은행의 평균 연봉은 9300만원으로 조사 대상 은행 중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은 2016년 평균 연봉 8200만원을 기록해 3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13.4%(1100만원)의 인상률로 단숨에 ‘연봉킹’으로 올라섰다.

이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평균 9200만원을 보수로 지급했다. 2016년 연봉 1위였던 신한은행은 전년(8500만원) 보다 8.2% 올랐다. KB국민은행도 같은 기간(8400만원) 대비 9.5% 상승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8800만원으로 전년(8000만원)보다 10% 상승했다. 상승률은 KB국민‧신한은행보다 높았지만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9000만원을 넘지 못했다.

평균 연봉 상승은 실적 호조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조3886억원으로 전년(5조4268억원) 대비 36.2% 급증했다. 특히 평균 연봉이 가장 많이 상승한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2조1035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전년보다 무려 53.2% 증가했고, 통합은행 출범 후 최대 실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각각 정해놓은 지표를 통해 적극적으로 성과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보수에 반영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며 “시중은행 모두 지난해 호실적을 거두면서 성과 보수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씁쓸

하지만 늘어난 연봉이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떠난 퇴직자들의 빈자리가 평균 연봉 상승에 한 몫 한 꼴이라 뒷맛이 씁쓸한 탓이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임직원 수는 6만757명으로 전년 말(6만5076명) 대비 6.6% 줄었다. 명예‧희망퇴직 등 은행의 ‘몸집 줄이기’ 영향으로 1년 동안 4319명이 짐을 싸서 은행을 떠난 것.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 2340명, 우리은행 1093명, KEB하나은행 510명, 신한은행 376명이 집으로 돌아갔다.

시중은행이 지난해 임직원에 지급한 보수총액은 5조5487억원으로 전년(5조3840억원) 보다 3.1% 늘었다. 이는 평균 연봉 상승률(10.3%)의 3분의 1에도 미치는 못하는 수치다. 즉, 줄어든 행원 수가 평균 연봉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또 연봉 상승은 단순히 실적 호조 영향뿐만 아니라, 성과 압박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은행원들의 결과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대면 거래 증가 영향으로 미래가 불투명 해지면서, 행원들이 살아남기 위한 실적 경쟁에 던져진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은행원은 100여개에 달하는 평가지표를 달성해야 하는 등 매년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 시간은 연간 2500시간이 넘는다”며 “단순히 연봉의 액수만 보고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피력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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