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 나무라기...최흥식 금감원장을 향한 의혹의 시선
[기자수첩]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 나무라기...최흥식 금감원장을 향한 의혹의 시선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3.1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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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채용비리의 조사 대상을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겠다며 칼을 뽑아들었던 금융감독원이 뜻밖의 난관에 부딪쳤다. 최흥식 금감원장이 과거 하나은행에 채용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지금껏 채용비리 척결을 진두지휘해 온 금감원장이 하루아침에 채용비리 의혹에 당사자가 되는 모양새다.

이번 채용청탁 의혹은 하나은행이 과거 채용 관련 의심사례를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 원장의 추천 건을 발견하면서 외부로 드러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 원장은 지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연세대학교 동기인 L씨의 부탁을 받고 하나은행 채용에 응시한 L씨 아들을 내부 추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L씨의 아들은 당시 채용돼 현재 하나은행 영업점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 원장은 단순히 부탁을 받아서 담당자에게 추천한 것일 뿐, 채용 과정에서 점수 조작 등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금감원도 단순히 추천자 명단에 기재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정채용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면접 점수가 조작됐거나, 채용 요건에 부합하지 않음에도 기준 신설 등을 통해 부당하게 합격시킨 사례만 적발하는데 최 원장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지난 1월 하나은행 채용실태 검사에서 55명의 추천자 이름이 적힌 ‘VIP리스트’를 찾아냈지만, 이들 가운데 실제로 점수 조작 등이 이뤄진 6명의 사례만 적발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 원장과 금감원의 주장처럼 단순 ‘추천’만 했다 하더라도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앞서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논란이 터졌을 때도 ‘인사 청탁 리스트’가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적 공분을 산 전례가 있기 때문.

더욱이 최 원장이 당시 하나금융지주 사장의 직위에서 인사 추천을 했다는 것 자체가 채용과정에서 유무형의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설사 점수 조작 등 부정행위가 없었다 하더라도 신뢰성과 도덕성에 흠집이 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국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최 원장 의혹과 관련된 증거를 밝혀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의혹을 빠르게 해소할 요량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겠다는 것이지만, 금융당국이 피감 대상에게 “내 결백을 밝혀달라”는 꼴이라 우스운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가뜩이나 현재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하나은행이 자신들의 또 다른 비리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금감원의 부탁을 받은 하나은행은 “확인 결과 추천 사실과 합격 여부를 알려달라는 요청만 있었고, 이후 채용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최 원장의 해명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이번 의혹으로 최 원장의 향후 거취가 불분명해졌다. 만약 채용 과정에서 추천자에 대한 점수 조작 등이 밝혀질 경우 직위 유지는 물론 형사 처벌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설사 해명과 같이 단순 추천에만 그쳤다 하더라도 탄력을 받고 있던 금융권 채용비리 척결은 한 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 나무라는’ 모양새가 되는 탓이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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