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상반기 채용문 ‘꽁꽁’…‘채용 비리’ 논란에 “몸 사린다” 비판↑
[이지 돋보기] 은행권, 상반기 채용문 ‘꽁꽁’…‘채용 비리’ 논란에 “몸 사린다” 비판↑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3.1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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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몸살'로 시중은행들이 올 상반기 신입채용을 유보하면서 입행을 준비하던 청년구직자들의 취업문이 좁아지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찾은 청년 구직자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시중은행들이 채용 비리 몸살 여파로 올 상반기 신입 채용을 유보하면서 입행을 준비하던 청년 구직자들의 취업문이 좁아지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찾은 청년 구직자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입행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들이 집단 멘탈 붕괴에 빠졌다.

은행권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된 채용 비리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면서 가뜩이나 좁았던 취업문을 아예 닫을 기세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전국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마련 중인 ‘은행권 공동 채용 절차 모범규준’의 윤곽이 나와야 비로소 채용 절차를 준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 측은 상반기 중 모범규준을 마련한다는 계획. 결국 대다수 은행이 상반기 채용문을 닫는다는 의미가 된다.

이에 시민사회단체 등은 은행권 상반기 채용 절차에 맞춰, 취업 준비에 나섰던 수많은 청년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 은행 가운데 올해 채용문을 열어놓은 곳은 NH농협과 IBK기업은행 두 곳 뿐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청년일자리 창출 및 지역 금융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350명 규모의 6급 신규 직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일반 및 IT분야로 나누고 학력이나 연령, 전공, 자격 등의 제한을 두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이달 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일부터 상반기 신입 행원 170명 모집을 시작했다. 오는 16일까지 지원서를 받아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역량 및 임원면접을 거쳐 오는 6월 최종 합격자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서류전형‧필기전형 전 과정을 외부기관에 의뢰하고 임원면접 시 면접위원 절반을 외부위원으로 구성해 채용비리의 여지를 차단하기로 했다.

이들 은행이 상반기 공채를 진행할 수 있는 배경은 현재 은행권에 불어 닥친 채용 비리 의혹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은행권 채용 비리 검사를 실시했지만 두 은행에서는 의혹이 발견되지 않았다.

NH농협은행의 경우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금감원 채용비리 청탁 사태 당시 관련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로 종결되면서 채용 부담감을 털어냈다.

IBK기업은행 역시 논란이 될 만한 의혹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 국책은행이라는 특성상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 기조에 따라 신입 채용을 미루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KB국민과 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아직 상반기 채용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4개 은행 가운데 3곳(KB국민‧우리‧KEB하나은행)에서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를 받거나 내부 수습을 하고 있는 탓이다.

KB국민은행은 2015년 채용 당시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친척이 부정 합격한 정황 등 3건의 의혹이 있다. KEB하나은행은 사외이사 관련자와 계열 카드사 사장 지인 자녀 등 청탁에 의한 특혜 채용 의혹 6건,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면접점수 조작 의혹 7건 등 총 13건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은행에는 현재 감독당국과 검찰 등의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청탁 리스트 등을 폭로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은행장이 바뀔 정도로 홍역을 치룬 뒤 현재는 뒷수습에 매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채용 비리 의혹은 없지만 상황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하반기 채용 일정이 12월에 종료 된데다 채용 인원 연수 및 근무지 배치가 최근에서야 마무리 됐다. 이에 올해 채용과 관련,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모범규준

시중은행들은 은행연합회가 준비 중인 은행권 공동 채용 절차인 모범규준이 마련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모범규준은 은행의 채용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채용 가이드라인이다. 금감원이 은행권 채용 비리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모범규준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이에 화답하면서 여건을 갖췄다. 연합회측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상반기 안으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모범규준이 신규 채용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상황. 결국 주요 시중은행의 채용은 하반기나 돼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채용이 물 건너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취업준비생들에게 돌아가게 됐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취업을 준비 중이던 김모(28‧남)씨는 “1년 가까이 토익과 공부 모임 활동 등 은행권 취업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왔다”고 설명한 뒤 “상반기 지원을 목표로 했지만 희망 은행의 채용 공고가 나오지 않아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은행권은 취업준비생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과 검찰 조사가 채용 시스템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규 채용 진행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채용 공동 모범규준이 마련돼야 만 채용 계획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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