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적립금이 170조원에 이르렀지만 대부분은 예·적금 등 보수적인 상품으로 운용돼 수익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7년 퇴직연금 적립 및 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168조4000억원으로 전년(147조원)보다 14.6%(21조4000억원) 증가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5년 126조원에서 2016년 147조원으로 오르는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유형별로 보면 확정급여형(DB)이 110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1.3% 늘었다. DB형은 회사가 퇴직금을 금융회사에 맡겨 운용하는 구조다. 근로자에게 사전에 정해진 퇴직금을 지급한다.
회사가 매년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근로자가 돈을 굴리는 확정기여형(DC)은 42조3000억원으로 20.7% 증가했다. 또 근로자가 퇴직금을 직접 관리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15조3000억원으로 23.2% 늘었다.
윤진호 금감원 연금금융실 팀장은 "개인형 IRP의 경우 지난해 7월 가입대상이 근로자에서 자영업자 등 소득이 있는 모든 취업자로 확대됨에 따라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적립금 운용은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이 총 148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88.1%를 차지했다. 여기에 대기성 자금까지 포함하면 154조2000억원으로 91.6%에 달한다.
원리금보장상품 중에서도 예·적금 비중이 46.2%(68조500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보험 43.4%(64조4000억원), 파생결합사채(ELB) 8.9%(13조2000억원) 순이었다.
반면 실적배당상품은 14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8.4%에 그쳤다. 주식 2.3%, 펀드 97.4%로 이마저도 채권형 등이 68.2%를 차지해 보수적인 운용방식을 보였다.
퇴직연금 점유율은 은행(50.0%)이 가장 높았고 생명보험(23.5%), 금융투자(19.1%), 손해보험(6.4%), 근로복지공단(1.0%)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생명, 신한은행 등 상위 6개사가 적립금의 52.2%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전년(1.58%) 대비 0.30%포인트 상승한 1.88%였다.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이 전년보다 0.23%포인트 하락한 1.49%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1.65%)보다 낮았다. 실적배당형은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21.76% 상승한 가운데 6.58%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퇴직연금 수령은 계좌 기준으로 '일시금'(98.1%)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금 방식을 선택한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윤 팀장은 "적립금의 대부분이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됨에 따라 낮은 수익률을 시현했다"며 "사업자의 적극적인 운용과 함께 적립금 운용에 대한 가입자의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