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최흥식·함영주 개입 확인…김정태는 추정"
금감원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최흥식·함영주 개입 확인…김정태는 추정"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4.0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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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특별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성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특별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2013년도 하나은행 채용과정에서 총 32건의 채용비리 정황이 포착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날까지 하나은행의 채용업무 적정성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2013년 하나은행 채용 당시 신입행원 최종합격자 229명 중 청탁이나 순위 조작을 통한 채용비리 정황 32건을 파악했다고 2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16건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최종면접 단계에서의 순위 조작 14건 ▲최종 면접에서 순위 조작을 통해 남성 특혜 합격 2건 등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당시 하나은행 채용에서 추천자나 추천 내용이 있는 지원자 105명 가운데 22명이 최종 합격했다. 이 중 16명이 점수 조작 등 특혜 부여로 인해 합격한 것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최흥식 전 원장이 추천한 지원자도 이 과정에서 특혜 합격했다. 추천내용에 ‘최흥식 부사장 추천’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가 418점으로 합격기준(419점)에 1점 미달했음에도 통과돼 최종 합격했다.

또 추천내용에 ‘'함□□대표님(◇◇시장비서실장 ▽▽▽)'으로 표기된 지원자도 있었다. 해당 지원자 역시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했음에도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했다. 여기서 추천자인 함□□은 2013년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였던 함영주 현 KEB하나은행장이다.

’김○○(회)‘라는 추천자도 발견됐다. 이 지원자는 서류전형 단계에서부터 '최종합격'이라는 표시가 돼 있었다. 서류전형과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 기준보다 크게 낮았고, 태도 불량 등으로 합숙 면접은 0점 처리됐지만 최종합격했다.

메모에 등장하는 김○○은 2013년 당시 하나금융지주의 인사전략팀장이다. 인사팀장 이름 옆에 쓰인 '(회)'라는 말이 당시 하나금융 회장인 김정태 회장일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최성일 특별검사단장(총괄 부원장보)은 "하나은행 인사부장에게 물으니 '회장'이나 '회장실'에서 온 추천으로 추정된다고 답했다“면서도 "이후 구체적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감사관 조카' 추천으로 표기된 지원자도 있었다. 서류전형 점수가 합격 기준에 많이 미달했는데도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 최종 임원 면접에서도 점수를 높여 최종 합격했다. '국회 정무실' 추천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실무면접이 합격 기준 미달인데도 합숙 면접까지 본 후 최종 합격했다.

금감원은 ’감독원‘으로 표기된 지원자도 2명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서류 및 실무면접은 특혜를 받고 통과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불합격했다고 덧붙였다.

최 부원장보는 ”이들을 추천한 감독원 직원을 특정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으나, 전달자들이 이미 퇴사한 상태에서 검사단에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해 적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동일한 직무에 대해 남녀 채용인원을 다르게 정해 커트라인을 차등 적용하는 등 남녀 차등채용을 추진한 사례도 적발됐다. 당시 하나은행 서류전형시 서울지역 여성 커트라인은 467점으로 남성(419점)보다 48점이나 높았다.

또 합격권 내의 여성 지원자 2명을 탈락시키고 대신 순위가 뒤에 있는 남성 2명을 높여 특혜 합격시키기도 했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정황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에 대해 확보한 증거자료 등을 지난달 30일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했다.

금감원은 또 향후 엄정한 수사를 위해 검찰에 적극 협조하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관련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금감원은 최 전 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하나은행에 지인 아들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의혹 규명을 위해 최성일 부원장보를 단장으로 하는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현장검사에 나섰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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