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혹독한 몸집 줄이기…지난해 4341명 ‘컴백 홈’‧지점 200곳 폐쇄
[이지 돋보기] 은행권, 혹독한 몸집 줄이기…지난해 4341명 ‘컴백 홈’‧지점 200곳 폐쇄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4.0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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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혹독한 몸집 줄이기가 사상 최대 규모의 인력 감축과 지점 폐쇄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동안 4000명이 넘는 은행원이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갔다. 또 200곳 가까운 지점이 폐쇄됐다.

올해 역시 은행원들의 불안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이 벌써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향후 일자리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 은행의 임직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 은행의 임직원 수는 총 8만4679명으로 전년(8만9020명)보다 4341명(4.9%) 줄었다.

1년 새 43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또 전년 감축 인원(2097명)보다 2배 이상 많은 행원이 직장을 떠났다.

은행권의 인력 감축은 지난 2014년부터 이뤄지고 있다. 더욱이 해가 지날수록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2014년 말 9만2608명이었던 은행 임직원 수는 2015년 말 9만1117명으로 1491명(1.6%) 줄었다. 이어 2016년 말까지는 2097명(2.3%)이, 지난 한 해 동안에는 4341명이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픽=이민섭 기자
그래픽=이민섭 기자

인력 감축 가속화는 은행권이 희망퇴직자 규모를 매년 늘리는 영향이다.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대중화되면서 이전보다 직원·영업점의 필요도가 줄어들자, 생산성 향상과 비용 감축을 목적으로 희망퇴직을 장려하는 것.

회망퇴직 방식도 적극적이다. 기존에는 45세 이상이 희망퇴직 대상자였다면 현재는 근속년수 10년 이상 전 직원으로 확대하거나 퇴직금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강화됐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가장 감소폭이 큰 곳은 KB국민은행이다. 1만9941명에서 1만7349명으로 2592명(13%)이 짐을 쌌다. 조사 대상 총 퇴직자(4341명)의 59.7% 비중이다.

KB국민은행은 2016년 말 희망퇴직을 실시해 2795명의 신청을 받았다. 2010년(3244명) 이후 최대 규모다. 이들이 지난해 1월 퇴사하면서 가장 많은 퇴직자를 내보내게 된 셈이 됐다.

우리은행도 1만4988명에서 1만3876명으로 1112명(7.4%) 줄었다. 이중 희망퇴직으로 나간 인원은 1011명이다. 2016년 11월 민영화 이후 판매관리비 제한이 없어지자 퇴직금을 대폭 늘린 영향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실시한 희망퇴직에서 기본 퇴직금과 함께 기존 19개월치 월급 수준으로 지급했던 희망퇴직금을 최대 36개월로 늘렸다.

2016년 가장 많은 직원을 내보냈던 KEB하나은행(1만3887명→1만3303명)은 지난해 584명(4.2%)을 내보냈다. 신한은행(1만4146명→1만3802명)과 NH농협은행(1만3847명→1만3638명)도 각각 344명(2.4%), 209명(1.5%)씩 줄었다. 세 은행 모두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희망퇴직으로 나가는 인원이 대다수였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임직원이 1만2211명에서 1만2711명으로 500명(4.1%) 늘었다. 여타 민간 은행과는 달리 국책은행이라는 특성상 수익성을 쫒기보다는 정부의 일자리 확대 기조에 발맞춘 영향으로 풀이된다.

점포 축소

은행의 몸집 줄이기는 직원 감축뿐만 아니라 영업점포 축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2013~2017년)간 6개 은행의 영업점포 수는 △2013년 5878개 △2014년 5797개 △2015년 5709개 △2016년 5533개 △지난해 5334개로 지속 감소세다.

감소폭도 2014년 81개에서 2015년 88개, 2016년 176개, 지난해 199개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5년 간 영업점을 가장 많이 폐쇄한 곳은 KEB하나은행(구 외환은행 포함)으로 2013년 981개에서 지난해 776개로 205개의 지점이 사라졌다. 이어 우리은행 113개(989개→876개), KB국민은행 94개(1151개→1057개), 신한은행 78개(944개→866개), NH농협은행 38개(1189개→1151개), IBK기업은행 16개(624개→608개) 순이다.

문제는 은행권의 몸집 줄이기가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라는 것.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이 지속적으로 발달함에 따라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인원과 점포를 유지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가장 빈도가 높은 은행 업무인 계좌 조회의 비대면 거래 비중은 2013년 말 73.7%에서 2014년 말 77.4%, 2015년 말 79.4%, 2016년 말 80.6%, 지난해 말 83.9%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대면 거래는 15.9%→13.9%→13.3%→11.9%→10.1%로 낮아졌다.

실제로 일부 은행은 벌써부터 올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신한은행은 780여명, KB국민은행은 38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수익성에 연연해 희망퇴직을 단행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이 비용 절감과 수익성 증대를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지만 그때그때의 시점에 맞춰 진행하는 모양새”라며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몸집 축소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은행들은 희망퇴직 등의 규모가 지난해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2016년은 조선업 부진 등의 영향으로 은행이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해당 인원 다수가 지난해 퇴사하면서 수치가 높게 잡힌 것”이라고 설명한 뒤 “지난해는 적정 수준의 희망퇴직이 이뤄졌기 때문에 퇴직 규모가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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