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희망퇴직의 함정?…“고참 남고, 신참 떠났다”
[이지 돋보기] 은행권, 희망퇴직의 함정?…“고참 남고, 신참 떠났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4.11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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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수익성 개선과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역대급 구조조정(희망퇴직 등)을 진행했지만 기대치를 밑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권에 따르면 희망퇴직을 통해 고연봉의 중간관리직 이상을 솎아내려고 했지만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일반 행원들의 퇴사만 부추긴 꼴이 된 것.

1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등록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 은행의 직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이들 은행의 직원(임원‧별정직 등을 제외한 일반직원 기준) 수는 총 7만8760명으로 전년(8만3044명) 대비 5.2%(4284명) 줄었다. 전년 구조조정 인원(2078명) 대비 2배 이상 많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은행권은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거래의 대중화가 가속화되자 유휴 인력 및 점포 정리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연차가 높은 관리직을 정리해 인건비를 아끼고 수익성 증대와 구조 개선을 꾀했다.

이에 역대 최대 수준의 인력 구조조정이 단행됐지만 오히려 역효과다. 일반 행원들의 이탈 비중이 더 높았다.

지난해 은행을 떠난 인원(4284명) 중 대리급 이하의 일반 행원은 2448명으로 57.1%를 차지했다. 반면 과장부터 부장급의 관리직(책임자) 감소 인원 비중은 42.9%(1836명)이었다. 퇴사자 10명 가운데 6명 가까이가 일반 행원인 셈이다.

은행권은 관리직 희망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보상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45세 이상이던 희망퇴직 대상자를 근속연수 10년차 이상의 전 직원으로 넓히거나, 기본 퇴직금에 더해 희망퇴직금으로 12~36개월 치의 월급을 지급하는 방식 등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가 오히려 이‧퇴직을 생각하던 젊은 직원들에게 매력적인 기회가 된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 행원 퇴사자 중 30~40대 여성 행원 비중이 높다.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과거보다 강화된 희망퇴직 보상을 받고 일을 그만 두는 것”이라며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되면서도 이직 및 전직이 보다 자유로운 30대 층에서 신청 사례가 늘었다”고 전했다.

항아리

나가길 바랐던 관리직 직원들은 버티고 일반 행원들이 대거 빠지면서 ‘항아리형’ 인력 구조는 더욱 심화됐다.

2016년 은행 직원 8만3044명 가운데 4만5284명으로 54.5%를 차지했던 책임자급 인원은 지난해 7만8760명 중 4만3448명으로 55.2%까지 상승했다. 은행원 10명 중 5명 이상이 관리직인 것. 반면 대리 이하 행원급 직원 비중은 2016년 45.5%(3만7760명)에서 지난해 44.8%(3만5312명)로 하락했다.

항아리형 구조는 비효율적인 인력 구조의 전형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높은 직급이 많은 탓에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

실제로 은행들은 직원 수가 대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지출은 더 오르는 기현상을 보였다. 지난해 은행이 임직원에 지급한 급여는 총 9조214억7500만원으로 전년(8조5604억300만원) 대비 5.4%(4610억7200만원) 늘어났다. 직원이 5.2% 줄었는데도 인건비는 그 이상의 비율로 오른 것이다.

은행권은 희망퇴직이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에 대해 생산성 향상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급여 상승 역시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책임자급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덜 나간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생산성 향상이 이뤄진 만큼 희망퇴직이 역효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인원 감축에 의한 인건비 등 비용 절감도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부분이라 당장의 수치로 평가할 수 없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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